원래 우리길드는 메린이들 위주로 돌아가는 길드였다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보고, 보스 돌아주기도 하고
간단한 보장 같은거 남으면 대충 토드해서 주기도 하고
그런 소소한 길드였음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같이 정모도 몇번 하면서 한잔 하고
간부진 결혼식에도 참석해서 같이 축하해주고 할 정도로
되게 끈끈하고 좋은 길드였는데..
본격적으로 삐걱거린건 겜겜봐 이후였던거같다
그냥 사람들이 체감이 될 정도로 많이들 접으면서
높은 길드에서도 인원을 많이들 채용하기 시작했었는데
그 언저리에 우리 길드 수십명이 새벽에 우르르 이탈했다
이해는 갔다
우리 길드도 그때 반 접은 사람도 많았고, 게임 열심히 하고 더 높은 보스 가고싶은 사람들은 옮기는게 맞지
그 사람들이 우리 때문에 노블을 희생당할순 없는거니까
라고 머리로는 이해를 했는데
솔직히 마음속으론 원망 많이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엘슘 리프가 열리면서
온 서버 유저들, 특히 고스펙들이 많이 들어오고
상위 길드들에서 또 경쟁적으로 인원모집 하는걸 보면서
느꼈다
지금이 아니면 나중엔 진짜 기회가 없을거같다고
게임이냐 의리냐에서 결국 난 게임쪽 손을 들었고
내가 원망했던 그 사람들이랑 다를게 하나 없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부끄러웠다
근데 어쩌냐... 나도 해방하고 세렌 칼로스 가보고 싶은걸
내 시간이랑 돈 들여서 올려놓은 스펙을, 정작 제대로 써먹고있질 않다는게
갑자기 너무 아까워졌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늘 길드를 나왔다
다들 이해한다고, 괜찮다고 보내주는데
그러니까 더 죄송하더라
나도 진짜 지금 내 감정을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고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기대도 되고 설레고 그렇다 지금
아마 어느 이유로든 오늘은 잠 못 잘거같다
메이플스토리 인벤 자유게시판 최다람
2023-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