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그리고 그들이 작업하는 아틀리에에 주목한 시뮬레이션 RPG, '아틀리에' 시리즈가 올해 신작 '유미아의 아틀리에'로 돌아온다. 27년도 넘는 기간 동안 새로운 시도를 거치며 일신해왔던 아틀리에 시리즈는 이번에 아예 시리즈의 근간인 '연금술'이 금지가 되어버린 세계의 이야기를 그려낼 예정이다.
미소녀 연금술사의 유쾌하고 밝은 모험 그리고 연금술이 시리즈의 핵심이었던 만큼, 이러한 변화는 기존팬이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를 고려해 코에이 테크모는 최초 발표 이후 다양한 PV를 공개하면서 '유미아의 아틀리에'의 색다른 시도의 단면을 유저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번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출시에 앞서 미리 세 가지 포인트로 훑어보았다.
때론 성숙하게, 때론 앳되고 활발한 반전매력 '유미아 리스펠트'
아틀리에 시리즈하면 가장 먼저 그 이야기를 끌고 가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떠오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시리즈를 이끈 '라이자'가 그 좋은 사례였다. 시골 소녀 특유의 순박하고 밝은 인상에 불어넣은 생동감 있는 라이자의 '미'는 시리즈 팬은 물론 그간 아틀리에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유저들까지도 끌어들였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유미아 리스펠트'는 라이자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캐릭터다. 그간 아틀리에 시리즈 주인공이 소녀였던 것과 달리, '유미아'는 21세 성인이다. 그리고 시리즈의 주요 소재인 '연금술'마저 금기가 된 세계에서 연금술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여태까지 활발하고 밝은 모습을 처음부터 보여주었던 여타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어릴 적을 회상하면서 밝은 모습을 잠깐 보여주지만 입장상 다소 위축된 것처럼 보일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전투와 연금술을 보여주기 시작한 순간부터 점차 유미아의 반전매력이 드러난다. 조심스럽고 차분한 인상과 달리, 유미아는 마치 춤을 추듯 화려한 동작과 함께 전투 스킬과 연금술을 선보인다. 처음 빅토르, 아일라 남매와 동행할 때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꺼려하지만, 탐사를 계속하면서 유미아는 차근차근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더 깊은 속내를 터놓게 된다.
극초반부를 지나 두 남매와 친해질 무렵부터 유미아의 그런 일면을 필드 탐사 중에서도 엿볼 수 있다. 탐사하러 필드를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무언가 아는 게 나오면 으쓱하면서 자신있게 설명하거나, 실수해서 허둥지둥하는 대사들이 꽤나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동료들과 티키타카하는 대사들은 그간 아틀리에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밝고 쾌활한 매력을 연상케한다.
그런 밝았던 분위기도 잠시, 연금술의 폭주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의 진상에 다가가는 순간부터 이야기의 톤은 진지해진다. 그렇지만 혼자였던 초반과 달리,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한 유미아는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아간다. 때로는 너무 의욕이 앞서는 나머지 실수할 뻔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여러 추억과 기억이 얽힌 사건을 조사해나가는 '유미아'의 활약을 출시 후 직접 확인해보자.
점프점프로 타고 올라가는, 종적으로도 확장된 월드
JRPG라는 장르는 한동안 '자유도'라는 단어와 다소 거리가 먼 장르였다. 다양한 시스템과 파고들 만한 콘텐츠들이 뒷받침되지만, 대체로 정해진 방향의 이야기대로 흘러가는 경직된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경향에서 살짝 벗어나 연금술사의 일상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자 한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였다.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억'을 찾아 떠나는 '모험'이라는 작품의 테마를 한층 더 발전된 시스템으로 그려냈다. 조사단이 된 유미아는 한때 강성한 제국이었지만 오래 전 연금술이 폭주해서 멸망해버린 알라디스다. 이제는 폐허가 된 옛 도시들뿐만 아니라 수풀이 무성히 자라버린 삼림, 휑하게 뚫린 광맥 등 다양한 지역들을 오가게 된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다듬어진 '아틀리에' 시리즈의 기본은 이번에도 큰 틀에서는 비슷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러 지역을 오가며 재료를 모은 뒤 이를 적절히 조합해 각종 소모품과 무기, 장비를 연금술로 만들어내는 루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층 더 넓고, 인간의 손이 닿은지 오래되어 길이 없는 필드를 자주 돌아다닌다. 다른 NPC와 상호작용 밀도도 비교적 낮아지는 만큼, 그 필드 자체를 어떻게 탐사할 맛이 나게끔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이를 좀 더 역동적인 탐사로 돌파했다. 유미아의 신발에 달린 추진기를 활용해서 벽이 있는 구간을 2단 점프로 올라갈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언뜻 발을 디딜 곳이 없어보이는 벽에도 틈을 마련, 어찌저찌 위에 도달해서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쾌감도 있었다. 녹이 슨 사다리를 총으로 쏴서 아래로 내리거나 필드 기믹을 뚫는 등 정공법으로만 개척 가능한 구간도 있지만, 그런 일부 구간도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관된 구간이 아니면 종종 그런 장치를 찾지 못했을 때 몸비틀기식으로 갈 수 있었다.
이런 숨겨진 경로를 활용, 어딘가에 숨어있는 보상을 찾아내는 것도 '유미아의 아틀리에'의 재미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총으로 사격, 원거리에서 채집을 할 수 있는 만큼 절벽 중간에도 광석이나 여러 채집물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이를 조준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구간을 찾아내고, 그 구간에 도달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탐사의 선순환이 종적으로도 확장된 모습을 보인다.
아울러 탐사를 하면서 얻는 재료로 아이템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우징'을 도입, 아틀리에는 물론이고 각 지역의 거점을 꾸미는 재미를 더했다. 하우징은 프리셋 건물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벽과 바닥, 계단, 창문 등 기초 설계부터 차근차근 올릴 수 있으며, 연금술 작업대를 비롯해 탈의실 등 다양한 가구들을 배치할 수 있다. 몇몇 험지에 있는 거점은 공간이 좁아서 건물을 올리기는 다소 어렵지만, 그 구역에 가구와 작업대를 배치해서 탐사 중간중간 정비를 하면서 주변을 여유롭게 훑어보는 맛도 살렸다. 이리저리 점프점프로 거점을 개척하고, 패스트 트래블로 그 거점을 기반으로 랜드마크를 하나하나 해금하면서 차근차근 둘러보는 등 좀 더 역동적인 탐사가 '유미아의 아틀리에'의 또다른 묘미인 셈이다.
역동적인 실시간 전투, 입문자를 위해 간소하게 다듬은 연금술까지
유미아의 역동적인 동작과 모험을 강조했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도 실시간으로 변경되었다. 필드에 있는 적과 만나게 되면 전투 화면으로 전환되며, 스킬 사용과 회피 그리고 조작할 캐릭터 변경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적들과 맞서는 것이 이번 작 전투의 기본이다.
초반부터 빠르게 스킬을 몰아치며 감각적으로 전투하는 것도 좋지만, 점차 플레이하면서 머리를 쓰는 전투가 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효과적으로 적을 물리치기 위한 수단으로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선보였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적의 약점인 공격 방식이나 속성으로 타격하면 브레이크 게이지가 축적, 100%일 때 행동불능 상태가 되는 시스템이다. 이때 적은 추가로 피해를 받는 만큼, 그간 대미지를 안 받던 적들도 이 순간에 공격을 집중하면 비교적 쉽게 제압할 수 있다.
적에 맞춘 공격 방식을 가진 캐릭터와의 교체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가 근거리-원거리 무기를 교체하면서 싸우는 스왑 시스템도 '유미아의 아틀리에'의 특징이다. 근거리에서 위협적인 공격을 자주 퍼붓는 적을 원거리에서 요격하거나, 혹은 근접 타격에 약한 적에게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근거리 무기로 공격하는 등 상황에 맞춰 전투 방식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다.
이번 작품이 연금술이 금지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연금술로 만든 특수 도구로 특수 스킬을 사용하는 등 전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았다. 특히 속성 공격 대부분은 특수 도구를 통해 사용할 수 있으니, 여러 도구를 사전에 세팅해두고 전투에 임해야 좀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동료들과 연계하는 프렌드 액션 시스템은 적의 약점 속성을 노리는 도구를 장비해야 발동하기 때문에 도구를 잘 준비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모험뿐만 아니라 전투에 사용되는 여러 물자를 만드는 만큼, '연금술'은 아틀리에 시리즈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다. 레벨을 높여서 스킬트리를 개방하고, 그 후로 여러 공식을 고민해서 최상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성취감이 있지만, 이런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신규 유저들에겐 다소 낯설 여지가 있다. 또 단순 소모품도 일일이 돌아가서 제작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런 불편함에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여러 편의 기능을 더하면서 대처했다. 우선 붕대나 수리도구 같은 간단한 소모품은 바로 필드에서 제작할 수 있는 '약식 조합'을 추가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아틀리에로 돌아가서 소모품을 보급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필드 탐사가 더욱 매끄럽게끔 했다. 또한 자동 조합도 여러 옵션을 추가,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일일이 수동으로 조합해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 연금술을 연구하는 것이 아틀리에 시리즈의 핵심 요소인 만큼 유저가 직접 극한까지 연구한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소위 '딸깍'으로 어느 정도 성능을 간편히 뽑아낼 수 있는 자동 공식을 연구하는 맛도 더했다.
한층 더 발전한 그래픽과 필드, 그리고 더욱 역동적인 전투와 초심자도 접하기 쉽게 다듬은 연금술까지 마련한 '유미아의 아틀리에'는 오는 3월 21일 스팀, PS, Xbox,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될 예정이다.
웹진 인벤 윤서호 기자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