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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더 다크 에이지스'는 다르다 ⭐8.3

'둠 더 다크 에이지(이하 다크 에이지)'의 플레이가 처음은 아니다.

 

 

몇 달 전, 홍콩 베데스다 사무실에서 다크 에이지를 처음 플레이했는데, 당시 기사에는 아주 짧게 적었지만 솔직히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내 몸 컨디션을 말하는게 아니라 조작 세팅이 너무 이상하게 되어 있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다크 에이지의 큰 변화들을 알아보기엔 무리가 없었다. 개발진이 가장 전면에 내세우면서, 게임의 근간을 뒤흔든 변화가 바로 방패를 중심으로 한 전투 양상의 변화.

 

여전히 둠 슬레이어는 엄청난 속도로 뛰어다니며 악마들을 찢어발길 수 있지만, 새롭게 짜인 전투 시스템은 그보다 묵직하게 돌진하며 막고 쏘는 액션을 그려냈다. 변화 자체가 나쁘진 않았지만, 현장에서 알아보기엔 플레이타임이 너무 짧았다.

 

그리고 마침내 받은 본편의 리뷰 코드. 전작들의 명성을 이어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한 번 알아볼 시간이다.

 

※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스토리와 관련된 부분은 본 리뷰에서 언급하지 않습니다.

 

 

게임명: 둠: 더 다크 에이지

장르명: 슈터

출시일: 2025. 5. 15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

개발사: 이드소프트웨어

서비스: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C

 

 

전투기에서 탱크로

거기에 '판단'을 곁들인

 

다크 에이지를 말하며 개발진이 쓴 비유가 있다.

 

"전작인 '둠 이터널'이 제트 전투기였다면, 다크 에이지는 탱크다"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한 표현이다. 둠 슬레이어가 느려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패의 도입, 파도처럼 밀려오는 탄막 과 패턴화된 근접전으로 구성된 적의 공격이라는 두 가지 변경점이 플레이 스타일을 완전히 바꿨다.

 

적의 공격이 날아드는 건 둠 이터널까지도 못 보던 광경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이전까지 적의 원거리 공격이 달려드는 악마 사이사이 간간히 존재했다면, 본작의 악마들은 아예 병과 자체가 바뀐 느낌으로 원거리에서 둠 슬레이어를 압박한다. '방패가 있어 좋다'가 아닌, '방패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싶을 정도다.

 

그래, '방패'가 시작이다. 게임의 모든 근간이 이 '방패'에 맞춰져 조금씩 방향이 틀어졌다.

 

▲ 게임을 죄다 바꿔버린 주인공

 

둠 이터널의 전투가 기본적으로 굉장히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둔 카이팅(적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젠 악마가 카이팅을 하고 둠 슬레이어는 쫓아가는 입장이 되었다. 물론, 방패 돌진의 존재 때문에 전혀 어렵지는 않지만, 느낌이 달라졌다. 쫓기는 입장에서, 쫓는 입장으로.

 

어떻게 생각해보면 게임 내 '둠 슬레이어'의 취급과도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 전작인 '둠 이터널'까지 둠 슬레이어는'한 때 무서웠다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은 없는 전설 속 존재' 취급이었다. 수천 년 간이나 잠들어 있었으니 둠 슬레이어가 왜 무서운지, 얼마나 강한지를 말로만 듣고 자란 MZ 악마들은 상대적으로 겁대가리(?)가 없었고, 아주 적극적으로 둠 슬레이어에게 달려들어 그대로 골통이 박살났다.

 

하지만, 본작의 배경은 둠 슬레이어가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기다 보니 악마들도 매우 빠릿빠릿하다. 둠 슬레이어가 뜨면 지옥의 왕자도 '일단 피해라'라고 말하며, 악마 진영에서는 거의 걸어다니는 죽음이나 형상화된 재앙 정도로 취급한다.

 

▲ 안 그럼 우리 다 죽어

 

그래서인지(?) 본작의 악마들은 둠 슬레이어를 만나자마자 아주 적극적으로 거리를 벌리며 원거리에서 탄환을 쏟아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이 상황에서 끊임없이 플레이어의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전작까지, 그러니까 2016년 출시된 리부트 첫 작품과 둠 이터널까지 전투는 거의 전적으로 본능의 영역이었다. 공격이 날아오면 피하고, 적이 보이면 쏘고, 고지대와 저지대를 넘나들며 치열하게 싸웠다. 기자는 아직도 둠 이터널의 전투 감각을 정확히 기억하는데, 게임에 숙달되는 시점에 이르면 거의 무아지경 속에서 싸운다. 로켓 런처와 체인건, 슈퍼 샷건을 초 단위로 바꿔가며 탄약을 쏟아붓고, 탄약이 다 떨어지면 다른 무기를 꺼내거나 톱을 꺼내 탄약을 보충해가며 싸웠다.

 

이 과정에서, '판단'은 아주 근소하게 적용된다. 둠 이터널까지는 모든 무기가 모든 상황에 '유효'했고, 차이라면 얼마나 '편한가?' 뿐이었다. 멀리 있는 적을 상대할 땐 당연히 노포나 해비 캐논이 편하지만, 샷건으로도 불가능하진 않았으며, 덩치가 크고 느린 적을 상대할 때도 슈퍼 샷건이 조금 더 편할 뿐, 다른 무기로도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했다.

 

▲ 전작인 '둠 이터널'의 전투는 이런 식이다. 그야말로 무아지경 속 전투

 

반면, 다크 에이지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줄지어 오는 방패병은 원거리 공격으로 달군 후 방패를 던져 부숴야 하고, 플라즈마 방패병은 같은 플라즈마를 사용하는 '가속기(무기 이름이다)'로 파괴해야 하며, 스톤 임프는 방패 돌진으로, 사이버데몬은 무조건 근접 거리에서 상대해야 한다. 이렇게 '도식화된 상대법'을 따르지 않으면 굉장히 큰 탄약 손실을 보거나 답이 없을 정도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게임 중 계속 악마들의 구성이나 반응을 보며 대응법을 떠올려야 한다. 여기서 관건은 이 과정이 '재미있냐'는 것일 텐데, 객관적 감상으로는 충분히 재미는 있다. 다만, '둠 다운가?'라고 자문하면 쉽사리 답하기가 어렵다.

 

둠 이터널까지의 전투가 본능에 몸을 맡기는 광전사의 파티였다면, 다크 에이지의 전투는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리듬 게임이 된 느낌이다. 상대 공격에 맞춰 패링을 하고, 능수능란하게 대응 카드를 꺼내들며 전투를 풀어가는 과정은 분명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둠 이터널까지 두 작품을 즐겁게 즐긴 플레이어에게 위화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 반면 뭔가 날아오는게 많아진 다크 에이지의 전투

 

 

비밀이 너무나 많은 아전트

찝찝해서 진행을 못 하겠다

 

다크 에이지는 전통적인 싱글 플레이 슈터의 레벨 디자인을 따른다. 챕터마다 별개의 맵이 존재하고, 맵은 통로와 전투 지역으로 구분된다. 전투 지역에 이르면 맵이 닫히며 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들을 다 족치면 다시 맵이 개방되면서 진행이 가능해지는 극도로 평범한 형태다.

 

그리고 이 맵 안에는 상당한 수의 비밀 공간들이 존재하는데, 인게임 자원이나 전통의 보블헤드 인형, 무기 스킨이나 코덱스 문서 등 갖가지 모을 거리들이 숨겨져 있다. 이는 게임 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전체 맵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기에 게임을 대충 파악했다면 찾는게 그리 어렵지는 않다.

 

▲ 비~밀 구역이~ 어디에 있나~

 

문제는, 존재한다는 걸 인지하면 찾기 어렵지 않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찾기 어렵게 숨겨져 있는, 아주 애매한 비밀들이라는 건데, 모으기 요소를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는 성향의 플레이어라면 쿨하게 진행하며 넘겨버릴 수 있지만 물음표를 참지 못하는 완벽주의 성향의 유저들은 이 지점에서 큰 병이 걸려버린다. 수시로 맵을 열면서 '이 근처에 비밀 공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하고 확인하게 되버리는 거다.

 

그러다 보니 다크 에이지의 진행은 상당히 잦은 패턴으로 끊어진다.

 

▲ 큐트한 임프 인형을 찾았다

 

맵을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전진 -> 전투 -> 다시 맵 확인하면서 전진 -> 비밀공간 찾기 -> 전투

 

이런 과정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뜻이다. 아예 맵에도 안 나오는, 정말 제대로 된 비밀이라면 이럴 필요가 없고, 반대로 맵을 안 열어도 찾기 편한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으면 이 또한 괜찮을 것 같은데, 맵을 열면 보이고, 안 열면 안 보이는 애매한 수준의 비밀들이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차라리, 비밀 공간 주변에 다다르면 '주변에 비밀 공간이 존재합니다'라고 알려주는 인디케이터가 존재했다면 게임이 훨씬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맵 디자인이 순환형 구조거나, 거대한 공간으로 구성된 챕터라면 상당 부분 해소되긴 하지만, 몇몇 챕터는 그렇지도 않다. 직선형 구조로 이뤄진 챕터에서 초반부 비밀을 하나 놓치고 이를 나중에 발견하면 다시 처음 위치로 먼 길을 거슬러 돌아가야 하는데, 보통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 둠 슬레이어가 명탐정이었다고 이렇게 비밀을 찾아 뛰어다녀야 하나.

 

글로만 설명하면 드문 일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자주 겪게 되는 상황이다. 몇 번이라면 의식하지 않고 넘기겠지만, 이 과정에서 끊기는 게임 흐름이 의식될 정도로 느껴진다는 건 곧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거다.

 

▲ 진짜 안 그러고 싶은데 뭔가 빼먹은 것 같아 수시로 맵을 열게 된다

 

 

둠: 다크 에이지는 분명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둠 다움은 조금 아쉽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들은 크게 없다. '아틀란'이나 '드래곤'을 광고에서 내세우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감명깊은 콘텐츠들은 아니다. 그냥 뭇 게임들에 존재할 만한 환성 콘텐츠에 가까우며, 통상적인 플레이에 비해 뚜렷하게 재미있다거나 하진 않다. 아마 그랬다면, 둠 대신 타이탄폴이나 에이스 컴뱃이 나왔을 거다.

 

의외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 부분은 '서사'인데,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아예 무시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둠 슬레이어'를 뜬금없이 등장한 변수나 이방인에 가까운 느낌으로 표현했 전작과 달리, 엄청난 존재감을 부여했기 때문에 나까지 우쭐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 나쁘지 않지만 특별하다기엔 좀 모자랐던 아틀란 파트

 

정리해 요약하면 보기보다 더 많은 부분이, 근본적인 부분에서 바뀐 '둠'이다. 언제나 그래왔듯 둠의 정체성은 '전투'에 있다. 피가 마를 일이 없이 악마들을 찢어발기는 치열함, 대포, 총, 검, 톱, 나아가서는 주먹과 팔꿈치, 발길질까지 동원해 승부를 내는, 극도로 파괴적이면서도 격렬한 전투의 연속이 바로 둠의 정체성이었다.

 

이를 보다 정제된 형태로 가꿔내다 보니 당연히 게임의 근간이 뒤바뀔 수밖에 없다. 룰 따위 없이 서로에게 맹공격을 가하는 전투 양상이 "튕겨냈으니 이제 내 차례야"로 주고받게 바뀌었고, 광기에 차 날아다니며 총알을 쏟아내던 둠 슬레이어는 상대의 구성을 보며 공격 수단을 준비하는 전략적인 살육 머신이 되었다.

 

▲ 전작부터 이어진 선택적 무기 개조, 이런 거 보면 둠은 둠인데

 

이 변화는 분명한 재미가 있고, 그간 둠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며, 완성도도 상당하다. 물론 악마들의 공격 패턴이 묘하게 짜치는(?) 형태라던가, 너무 많은 원거리 공격 때문에 이전 대비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재미 구조를 만들어내는 건 분명히 성공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변화가 과연 '둠 다운가?'는 계속해서 의문이 든다. '둠 다움'을 정의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며, 개인의 식견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내 개인적 기준에서는 '둠 답다'라는 느낌이 애매하다. 물론 다크 에이지가 보여주는 게임 경험은 이전의 둠에서 없었던 경험이지만, 다른 게임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없었냐면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 그냥 초록색 맞추기 게임이 되버린 느낌도 있다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둠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나 자신을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전투가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이 실망스럽게 다가왔다. 계속해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큰 총을 꺼내 쏘다가 큰 총의 탄약이 다 떨어지면 그보다 약간 작은 총을 꺼내 쏘던 전작이 약간이나마 그리워졌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애매한 비밀들'이 더해지면서 답답함과 끊기는 흐름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둠: 더 다크 에이지'는 잘 만든 게임이 맞다. 게임의 완성도는 손색이 없고, 난이도 슬라이더의 도입으로 내가 원하는 수준의 게임 경험도 지원하는가 하면, 슈팅 감각은 이보다 더 나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테스트 당시의 불안을 완벽하게 지웠다. 물론, 비주얼 측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글로리킬을 겨우 요렇게 만든 건 좀 선 넘었다

 

때문에, 내 개인적인 아쉬움이 말 그대로 '개인적인 아쉬움'에서 그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래야 '다음 둠'도 나올 거고, '그 다음 둠'도 나올 테니까.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던지라 팬으로서는 미안할 따름이다. 마음에 없는 말로만 리뷰를 채울 수도 없는 것 아닌가?

  • 완벽한 한글화와 훌륭한 만듦새

  • 한층 더 발전한 비주얼과 연출

  • 종전에 없었던 묵직한 둠 슬레이어

  • 너무 많은 투사체로 인한 전투 피로도 증가

  • 뇌 빼고 싸우는 걸 허락하지 않는 시스템

  • 애매한 수준으로 게임 흐름을 끊는 비밀들

  • 왜 그런지 몰라도 간소화된 글로리킬

리뷰 플랫폼: PC(리뷰 빌드)

웹진 인벤 정재훈 기자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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