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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걸 참네;

어제(19일), 마비노기 모바일에 새로운 엔드 콘텐츠가 열렸습니다. 글라스 기브넨 레이드의 새로운 난이도, '어려움'이었죠. 나름대로 스펙업을 열심히 하고 길드원들과 같이 오후 늦게쯤 돌입한 레이드에서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니, 아침에 발견됐는데 이걸 아직도 안 고쳤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죠.

 

 

 

진행하던 도중, 특정 패턴에서 글라스 기브넨이 '가고일'을 소환합니다.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이 가고일을 빠르게 처리해서, 생성되는 장판 위에 올라가서 디버프를 쌓고 빠르게 무력화를 시킨 후에 딜을 집중하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고일을 물리치면, 당신은 앞으로 화면을 클릭하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이상한 오류 메시지가 발생하거든요. 게임 화면의 절반 정도가 가려지는 만큼 쾌적한 플레이가 안돼죠. PC버전으로 해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PC버전에서 아마 대체 내 마우스가 어디 있는지 못찾는 분들이 꽤 있으실 겁니다. 주로 듀얼 모니터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고요. 클라이언트 밖으로 마우스를 안 나가게 하는 기능이 없는 데다가 가시성도 좋지 않아지기 때문에, 마우스 위치를 잘못 찾다가 이 버튼을 누르는 위험이 있습니다. 이걸 누르면?

 

클라이언트 "강제 종료"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탈주 패널티를 받게돼요. 물론 1회 탈주는 문제없지만 같이 하던 레이드 파티가 그대로 박살이 나버리는 셈이죠. 그 메시지가 뜨자마자 길드원들도 바쁘게 소통했습니다. 그거 절대 누르지 말라고, 누르지 않아도 게임 플레이는 된다고요. 그렇지만 화면의 중요한 부분을 가려버리는 이 버그는 '핫픽스'가 되지도 않았고, 임시 점검을 통해 고쳐지지도 않았습니다.

 

데브캣은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다음 점검'에 고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엔드 콘텐츠로 많은 이들이 도전하겠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라고 한 셈입니다. 오죽하면 유저들이 가고일 강종 패턴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르고 있죠. 사실 잘 이해가 안 가고, 놀랍기도 합니다. 언제나 좋은 경험을 추구하는 '게임'이라는 영역에서 경험을 크게 해치는 경우인데 그냥 둔다는 거죠. 점검을 참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와, 이걸 참네"

 

▲ (같은 길드원이 제공한)현재 최종 콘텐츠의 플레이 모습....

 

마비노기 모바일은 지금도 순항 중입니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 400억 원이 넘었고 2분기에 최대의 다크호스로 꼽으며 대단히 큰 성공을 했다고 다들 축하해주는 분위기죠. 인 게임 내에서도 정말 많은 유저들이 있다고 느끼고, 랜덤으로 추가된 친구들이 대부분 접지 않고 몇 시간 전 접속만 떠 있는 것을 봐도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조금 안을 들여다보면 내재한 문제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최적화 이슈는 물론 버그, 심각하게 부족한 UX 편의성, 앱플레이어 수준으로 편의성을 제공하지 못하는 PC 클라이언트, 불균형이 확 와닿는 직업 밸런스, 거기에 한 차례 수정되었지만 여전히 뒤죽박죽 제멋대로라 유저들이 직접 연구를 하기도 불편한 개념과 표기. 캐릭터의 강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전투력 측정 방식 등등 너무 많은 부분에서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나아가 같은 표기이지만 다르게 작동하는 것, 다른 표기이지만 같은 매커니즘으로 작동해서 해골물이었던 것들이 계속해서 연구하면서 밝혀지고 있죠. 열심히 세팅한 코어 유저들이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현실 자금까지 동원하며 성장했던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요. 심지어 명확하게 표기되고 구분되지 않아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있습니다. 게임이 심화되면서, 점차 유저들의 불만이 크게 올라오고 박탈감이 점차 커지는 시점입니다.

 

▲ 오, 이걸 (점검을)참다니...?

 

그런 점에서 정말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로 경험이 불쾌한 오류들을 "다음 점검"에 수정하겠다고 한 지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보통 수정이 난감한 경우는 콘텐츠 진입을 임시로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할텐데 말이죠. 도전적인 정신으로 최종 콘텐츠에 진입한 유저들에게 계속해서 기분 나쁜 경험을 제공하는 부분을 다음 점검까지 유지하겠다는 결정이 놀라웠습니다. 그야말로 '게임을 가장 열정적으로 즐긴 유저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결정과 같았으니까요.

 

개발팀인 데브캣도, 서비스 주체인 넥슨도 유저들의 불만이 점차 한계까지 끓어오르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겁니다. 이전에 매주 패치 노트로 수정 사항이 신규 콘텐츠 소개보다 길 정도로 많은 부분을 고쳐나가고 있을 정도죠.

 

좀 더 장기적인 서비스를 바라볼 시점에서, 넥슨과 데브캣의 대처가 어떻게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고 평가될지 핵심적인 시점이 지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큰 전략이 있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한순간 반짝이는 게임이 아니라, 모바일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과 유행을 불러올 게임으로 남아주길 바라니까요.

웹진 인벤 양영석 기자
2025-05-20

데브캣마비노기_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