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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선택과, 선택의 결과, '디 얼터스' ⭐8.5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머나먼 우주의 한 가운데, 홀로 살아남은 남자가 있다. 그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태양을 피해 자신을 구출해줄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혼자 이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지식이 없다. 기지를 움직이는 것 역시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저 멀리 지구에 있는 사측 인사들과 통신을 이어나가는 것 뿐이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 행성을 헤매던 중, 정말 운이 좋게도, 그는 '라피듐'이라는 너무나 특별하고 엄청난 우주 물질을 발견했다. 이 상황에서 남자가 살아 돌아가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게임명: 디 얼터스

장르명: 생존

출시일: 2025. 6. 13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출시 버전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

서비스: 11비트 스튜디오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C

 

 

11비트 스튜디오다운 게임

생존의 과정을 선택이라는 틀 아래 그려내다

 

 

11비트 스튜디오가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걸, 잘 하는 스타일로 가져왔다. 디 얼터스는 '얀'이라는 한 남자가 홀로 우주 한 가운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생존'의 과정을 '선택'이라는 큰 틀 아래 그려낸 게임이다.

 

타고온 우주선이 불시착하고 모두가 사망한 상황 속에서, 얀은 홀로 거대한 기지를 운영하고, 라피듐을 캐내 지구로 가져가야 한다. 영화 마션이 떠오르는 상황이지만, 안타깝게도 얀은 마션의 주인공이 되는 데에는 실패했다.

 

얀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은 자신의 '얼터', 자신과 같은 DNA를 가진 복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 게임은 여기서 재미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냥 무작정 같은 사람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얀이 선택한 생의 기로마다 '다른 선택'을 한 얀을 만들어 낸다.

 

 

사람의 생이라는 게 다 그렇겠지만, 얀의 인생 역시 큰 변곡점들이 존재한다. 아버지의 억압, 더 깊은 학업,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 등 그의 인생에 거대한 파도가 다가왔을 때, 그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지금 행성 한 가운데 떨어진 '얀', 우리가 플레이하는 얀이 존재한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은 가지 역시 다른 어딘가로 뻗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게임은 여기서 새로운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는 얀이 선택하지 않은 반대편을 확인하고, 그 반대편 가운데에 또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또 다시 반대급부가 발생한다.

 

 

이렇게 우리는 선택의 결과로 게임 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존재, 게임의 제목이기도 한 얼터를 마주하게 된다. 게임 속에서 그 다른 가지의 이야기, 그 가지가 뻗어나간 결과가 바로 얀의 얼터다. 선택, 그리고 또 이어지는 선택, 계속된 선택의 결과를 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은 전체적으로 이러한 선택과 결과, 그 과정에서 진행되는 것들을 모두 스토리로 엮어냈다. 다만 이러한 스토리 진행에는 긴 컷신이 아닌, 개별적인 장면 장면과 정적인 짧은 컷신, 대화, 텍스트까지 다양한 요소가 활용됐다. 덕분에 디 얼터스는 전체적으로 한 편의 SF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삽화를 보다가, 텍스트를 읽다가, 다시 삽화를 보고, 텍스트를 읽는 그런 소설의 느낌이다.

 

 

 

선택과, 선택과, 선택의 사이클

얼터들과의 공존을 위해 수없이 하게 되는 선택

 

기본적으로 디 얼터스는 생존하는 게 목적이 되는 생존 게임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기지가 무사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니, 그게 전부라고 봐도 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또 다시 우리는 수많은 선택들을 마주하게 된다.

 

 

엔딩까지의 플레이에서 총 6명의 얼터를 만날 수 있는데, 어떤 얼터를 어떤 상황에서 만들어낼 것인가, 가장 큰 선택은 바로 여기서 온다. 특히 과학자를 비롯한 일부 얼터는 게임의 스토리를 풀어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만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다.

 

생존에 가장 큰 도움이 될 얼터를 골라 가지를 뻗는 것, 그리고 그렇게 복제해낸 얼터 친구들을 잘 달래서 함께 살아남기 위한 과정에서 또 다시 선택과 선택과 선택이 이루어진다.

 

 

얼터들은 모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 모두가 다른 선택에서 태어난 존재인 만큼, 그들 모두가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 결과 성격, 가치관, 인생관 등 많은 부분에서 얼터들은 큰 차이를 보인다. 원하는 것들도 다르고, 하나의 상황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이 친구들은 꾸준히 '나'와 우주선,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해 고찰하고, 바라고, 고통스러워하고, 걱정하며, 고민한다. 이러한 그들의 고민은 또 다른 선택의 상황이 되어 바로 우리, 플레이어에게 닥친다.

 

하지만 만약 이들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이해 없이 대충 그저 좋은게 좋은 대로 대답한다면, 그 선택이 가져오는 건 안타깝지만 파국 뿐이다. 얼터들은 '얀'이라는 사람의 근본적 기억은 공유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다른 기억과 다른 가치관,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다.

 

 

덕분에 그들은 우리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무엇인가에 대한 '선택'을 요구한다. 이건 진짜 선택이다. 대화를 통해 얼터들이 가장 안정화될 수 있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그 선택에 따라 실시간으로 얼터들의 상태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선택을 할 때마다, 노란색의 긍정적 기분, 혹은 붉은색의 부정적 기분이 바로바로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부정적인 기분이 누적될 수록 얼터는 불만이 쌓이고, 그 결과는 가끔 매우 극단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극단적인 결과를 책임지는 건, 얀, 바로 플레이어다.

 

고립된 상황, 복제인간, 생존, 이러한 극한의 상황은 당연하게도 얼터들의 정신 역시 극한으로 몰아간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매우 비과학적인 행동을 하거나, 너무나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게임은 이런 많은 상황을 얼터와의 대화, 그들 사이의 분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심지어 주인공인 얀마저 회사의 지시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불안해하며, 때로는 화를 내고, 좌절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 수많은 선택지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가 선택한 것들은 반드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한다. 좋든, 나쁘든, 그 결과는 우리가 게임 내에서 직접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의 형식으로 재생된다.

 

즉,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 선택에는 결국 게임 플레이가 따라온다.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선택과 결과

기지 운영과 탐험, 생존 역시 선택과 연결되어 있다

 

디 얼터스가 아무래도 선택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에 큰 힘을 쏟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이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지를 경영하고, 생존해야 한다.

 

디 얼터스의 플레이 구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기지 밖으로 나가 행성을 탐험하며 자원을 수집하는 구간과 기지 내부에서 운영하는 구간이다. 그리고 이 두 구간은 플레이 방식 뿐만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점까지 달라진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탐험 구간은 3인칭 시점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행성 이곳 저곳을 탐험하며 마주하는 자원을 캐내고, 숨겨진 공간을 찾고, 기지가 나아갈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강력한 우주 방사능 때문에, 기지 밖을 안전하게 탐험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재미있는 건, 이 탐험 구간에서 자원 매장장지를 찾아 그걸 캐내는 부분이다. 그냥 단순히 매장지를 찾은 뒤 전초기지를 뚝딱 건설하는 게 아니라, 자원이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는 스팟을 직접 찾아 그 위에 전초기지를 세워야 한다. 이 스팟을 찾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즐처럼 되어 있어 꽤나 재미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운 전초기지는 하나의 이동 거점 역할도 하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서 쓸데없이 이동하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기지 내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게임 플레이가 진행된다. 진입과 동시에 시점은 사이드뷰로 변화하며, 모듈형으로 구성된 기지 내부를 상하좌우로 이동할 수 있다. 사실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는 모두 이 기지 내부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얼터들과의 대화, 기지 건설, 필요한 물품의 제작, 지구와의 통신 등 거의 모든 주요 게임 플레이는 기지를 통해 할 수 있다.

 

기지 자체는 모듈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기계실, 모태, 주방, 온실, 통신실 등 각 공간은 모두 개별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탐험 및 기지 수리 등에 필요한 오브젝트들을 제작하거나, 음식을 만들거나, 새로운 얼터를 탄생시키거나, 지구에 있는 이들과 통신을 하거나, 좀 더 괜찮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채소를 키우는 등 각 공간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역시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있다. 각 모듈이 추가될 때마다, 기지는 무거워진다. 그리고 기지가 무거워지면 기지가 이동할 때 추가적인 유기물, 즉 자원을 필요로 한다. 또한 모듈이 많아질수록, 모듈이 고장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고장난 모듈을 수리하려면 수리 키트가 필요하고, 이 키트를 제작하려면 또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모든 모듈을 마음대로 짓는 건 불가능하기에, 어떤 목적의 공간을 먼저 건설할 것인지와 같은 간단한 선택부터, 생존에 큰 필요는 없으나 얼터의 행복을 위한 여가 공간을 추가할 것인가와 같은 조금 더 복잡한 선택 역시 하게 된다.

 

많은 모듈을 짓는다면 쾌적한 생활은 가능하겠지만, 결국 그 운영 과정에서 치러야할 대가는 커진다. 이는 11비트 스튜디오가 전작들에서도 자주 선보인 딜레마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 모든 목표를 둘 것인지, 아니면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더 중요시 할 것인지.

 

디 얼터스 역시 모든 면에서의 선택과 결과가 생존이라는 게임의 목표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기지 운영 역시 이러한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내러티브와 생존의 극적 조화

게임 플레이 전반에 녹아 있는 개발사의 강점

 

디 얼터스는 11비트 스튜디오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생존을 위한 선택, 그리고 그 결과에서 오는 딜레마 등을 강한 내러티브로 그려낸 게임이다. 지금까지 11비트 스튜디오의 게임은 결과적으로 생존을 위한 운영에 좀 더 많은 것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디 얼터스는 생존 그 자체보다는 선택과 결과라는 내러티브를 게임의 핵심 콘텐츠로 잡았다.

 

우주, 고립, 복제 인간, 생존, 선택, 결과. 이 모든 것들을 디 얼터스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게 그려냈다. 내가 이 상황에 떨어진다면 과연 어떤 선택과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지, 플레이어는 홀로 남은 얀의 입장에서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생존 및 기지 운영의 분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전작들 만큼은 아니기에 아쉬울 순 있지만, 그렇다고 억지스럽거나 무작정 쉬운 편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자원 채집 그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정해진 인원을 분배하면서 자원 채집과 기지 유지 보수, 연구 등 많은 것들을 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폭풍과 같은 자연 재해도 발생한다. 폭풍이 오면 기지 내 많은 모듈들이 고장나고, 방사능으로 인해 밖에 나가서 탐험을 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결국 폭풍이 오기 전 전략적으로 자원을 모아야 하고, 버텨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자기 폭풍이라는 재해 속에서도 게임은 우리에게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이다. 폭풍 속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방사능 수치가 쌓이고, 그 폭풍 속 자원을 캐는 얼터는 신체와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자원은 더 많은 양을 캘 수 있다.

 

 

폭풍 외에도 얼터들의 불만을 얻겠지만 좀 더 원활한 기지 운영을 위해 업무 시간을 늘리거나, 좀 더 손이 많이 가지만 쾌적한 식사를 위해 온실을 운영하는 등 우리는 게임 속에서 다양한 선택을 하게 된다. 생존과 관련은 없으나, 인간다운 삶과는 관련이 있는 그런 선택들 말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것인가. 아니면 냉철하게 생존 그 자체에만 모든 것을 집중할 것인가. 디 얼터스는 이러한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온 결과를 내러티브를 통해 훨씬 강하고 몰입감 있게 그려냈다. 내러티브가 강해지면서 선택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진 것이다.

 

 

뿐만 아니다. 모든 얼터들은 한 명의 얀에게서 나온 복제 인간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다르고, 인간적이다. 그들을 그냥 하나의 편리한 일꾼이나 유닛처럼 여길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들은 모두 '얀 돌스키'지만, 각자 '얀 돌스키'이기도 하다. 한 명의 얀 돌스키가 아니라, 그 모든 얀 돌스키가 스스로의 생각, 가치관, 성격을 지녔다.

 

분명 시작은 같았지만, 갈라져나온 그 끝은 모두 다르다. 하나의 나무 뿌리와 유년 시절이라는 기둥은 같지만, 그 이후 가지들은 다 개별적으로 뻗어나갔다. 분명 같은 사람 같지만, 결국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모든 얀 돌스키를 뛰어나게 연기한 알렉스 조던 덕분이다.

 

이렇게 내가 게임 내에서 내리는 모든 선택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거대한 결과를 가져온다. 과연 그 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그려졌을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수없이 고민하고, 후회하고, 때로는 만족하고,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또 다시 생존에 대해 걱정해야 하는, 그 모든 것이 '디 얼터스'다.

 

  •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SF 스토리

  • 선택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뀌는 서사

  • 인상적으로 그려낸 우주의 모습

  • 정교하게 설계된 스토리 분기들

  • 완벽하게 모든 '얀'을 연기한 알렉스 조던

  • 상대적으로 정교하지 못한 기지 운영

  •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번역 대사

리뷰 플랫폼: PC(출시버전)

웹진 인벤 김수진 기자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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