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FBC: 파이어브레이크', 레메디의 색은 분위기만 남아버린 ⭐6.0

레메디는 불안과 긴장감이라는 감정을 '컨트롤'을 통해 관심과 궁금증이라는 방향으로 틀었다. SCP 재단의 영향을 받아 허구적 상상력을 더한 게임 속 통제국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미스터리한 현상과 기이한 존재를 격리하고 관리한다. 분명 불확실한 무언가는 공포가 되기도 하지만, 알아서는 안 될 것들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점은 금단의 지식을 혼자 알게 된다는 충족감으로 치환된다. 레메디는 그걸 '앨런 웨이크'와 '퀀텀 브레이크' 등을 통해 보여준 압도적인 시각적 연출력으로 가능하게 했다.

 

 

줄이면, 게임 '컨트롤'의 몰입감과 매력은 연출이 주는 분위기에서 나왔다. 그게 이야기의 전달력도 일관되지 못하고, 난잡한 편집에도 게임을 좋은 게임 쪽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됐다. 어쨌든 게임 세계는 흥미로웠고, 그걸 받쳐주는 이야기 근간과 흥미로운 설정에 독특한 게임 플레이가 연출까지 만나니 '컨트롤'이라는 가상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컨트롤'에 '앨런 웨이크'까지 엮어 통합 세계관을 구축하는 레메디는 이 '컨트롤' IP 확장으로 'FBC: 파이어 브레이크(이하 FBC)'를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그런데 정작 멀티 플레이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밑바탕을 잡아줄 이야기는 사라졌다. 세계관은 게임 안에서 멈췄고, 탐구해야 할 미지의 존재와 기묘함은 협동 게임에 어울릴 만한 공략 대상 정도로 격하됐다. 근간인 게임 메커니즘이 반복을 중심으로 하니 남은 건 '컨트롤'이 줬던 연출력. 분위기만이 남았다.

 

게임명: FBC: 파이어 브레이크

장르명: PvE 코옵 슈터

출시일: 2025.06.17.

리뷰판: 출시 빌드 - 5253576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PC, PS, Xbox

플레이: PC

 

 

이상 현상 잡는 통제국 방화대원

컨트롤이라는 기반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어 슈터 게임이라는 장르와 통제국이라는 아이디어를 엮어낸다는 발상에서 출발하면 레메디의 FBC 아이디어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주인공은 어디에 다 메고 있는지 모를 총기를 몇 자루씩 들고 다니며, 괴물들을 쓸어 담는 슈퍼 솔저가 아니다. 불 끄고, 전기 시설을 고치는 방화대원이다. 물론 총도 들고, 공격도 할 수 있지만, 목표는 폭주하는 이상 현상을 정리하는 데 있다. 이 기본 개념이 FBC 출발점이며 게임의 근간이 된다.

 

 

직업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키트는 확산 / 점프 / 수리 키트가 있고 이걸 하나씩 들고 투입되는 식인데 이 키트가 게임에서의 플레이 역할을 결정한다. 키트 숫자가 셋, 최대 팀 구성도 셋인 것에서 느껴지듯, 각 플레이어가 키트 하나씩 들고 임무에 나서면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이 나름 원할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졌다.

 

확산 키트는 물을 뿌려 번지는 불길을 잡고, 점프 키트는 끊어진 전기를 복구한다. 수리 키트는 이름 그대로 스패너를 휘둘러 고장 난 기기를 수리한다. 방화대원의 목적이 적의 처리가 아니라 문제 해결인 만큼, 이 키트 기능이 핵심이 된다.

 

긍정적으로 풀어내면 각자 자기 역할에 맞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 세션이 강조된다. 그렇다고 꼭 조합을 맞추지 않더라도 진행은 가능하다. 확산 키트를 들고 장비를 수리하거나, 수리 키트를 들고 불을 끄는 것처럼 다른 파트의 작업을 하려고 하면 QTE 액션이 나오고 Q와 E키를 화면에 표시되는 것에 빠르게 입력해야 해당 액션이 가능하다.

 

물론 수리하겠다고 다른 키트 들고 Q, E 뚝딱뚝딱 입력하느니 수리 키트 든 플레이어가 스패너 들고 두 세번 휘두르면 끝이다. 세상 참 불공평하다고 느껴지긴 하지만, 다른 키트 역시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 낫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게 개발진이 원래 그리던 그림이었을 거다. 실제로 이 키트 활용이 서로 잘 어우러지면, 생각한 대로의 플레이가 제대로 그려진다.

 

▲ 적들 달려 오는데 이거 거의 10초를 누르고 있는데

 

▲ 수리맨은 몇 번 때리면 끝

 

하지만 이 키트 기반 플레이는 실제 인게임에서는 번거로운 모습으로 다뤄질 때가 훠워워워월씬 많다.

 

 

불 끄고, 전기 쏘고, 수리하고

조합이 필요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맞춰서 다시 오세요

 

FBC의 5개 지역 클리어는 모두 기믹 활용에 특화되어 있다. 계속 달라붙어 인간을 포스트잇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종이 추격전을 예로 들어 보자.

 

종이 추격전은 포스트잇을 없애는 게 기본 목표인데 바닥에 널부러진 포스트잇은 그냥 총으로 없애면 잘 처리되지도 않고, 몇 번은 빈 탄창 채우러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포스트 잇은 물을 뿌리면 총으로 더 쉽게 파괴된다. 결국 물을 뿌릴 수 있는 확산 키트를 들고 있다면 포스트잇을 빠르게 파괴할 수 있다.

 

물론 확산 키트가 없어도 클리어는 가능하다. 포스트잇은 근처에 가면 몸에 달라붙는다. 일정 숫자 이상이 쌓이면 사망하고 말지만, 그 전에 샤워 부스로 가 물로 씻어내면 파괴된 것으로 처리된다. 그냥 총으로 쏴서 없애도 되지만, 죽기 직전까지 포스트잇을 붙이고 물로 씻는 방식으로 좀 더 쉽게 많은 포스트잇을 없앨 수 있다.

 

 

이렇게 5개의 모든 지역이 구조적으로 모든 키트가 있다면 좋고, 없어도 번거롭지만 깰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이상적이라면, 3명의 플레이어가 키트를 나눠, 팀 구성을 통해 깰 수도 있고, 반대로 싱글 플레이나, 구성을 좀 맞추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도 깰 수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 키트 역할에 맞춘 플레이가 다른 직업의 일을 억지로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다 보니 각자 맞는 역할 잘 맞추는 것에 따라 게임 클리어의 가능성과 시간을 좌우한다.

 

사실상 조합 플레이가 강조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합을 잘 맞춰도, 혹은 싱글 플레이로 진행을 하든 게임의 큰 틀은 비슷하다. 5개의 지역 모두 기믹을 맞춰 맵을 클리어하다 보면 적들이 갑자기 등장하고, 적을 잡고 기믹을 풀어 해결하면 맵 클리어. 그리고 각 지역마다 3단계로 나뉘어 있어 마지막 세 번째 맵에서는 보스나 이상 현상 해결. 이 순서다.

 

게임에서는 키트 전용 무기 하나, 그리고 따로 들고 갈 수 있는 총기가 하나다. 즉, 게임에는 두 개의 무기에 수류탄 하나 들고 가는 셈. 그마저도 메인 무기는 궁극기나 특수 스킬을 쓰게 돕는 부속인 급조 장치, 초능력 장비 장착 전에는 제대로 된 공격 능력조차 발휘할 수 없다. 사실상 초반에는 일반적인 총기 하나 들고 플레이한다.

 

 

무기는 1종에 탄약도 제한적이니 조금만 싸우다 보면 탄약 비었다고 총신을 내리곤 한다. 그렇다고 적들이 죽어서 체력 팩이나 총알을 떨어트리는 것도 아니다보니 효과적인 탄약 보충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쉘터나 탄약 보급대로 돌아가거나, 보급대 근처에서 싸워야 한다.

 

그마저도 맵을 조금씩 더 탐색하면서 이동 거리가 멀어지면 쓰던 탄약 보급대, 체력 회복하는 샤워실, 쉴 수 있는 쉘터 등으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새로운 지역에 등장하는 시설을 직접 수리하거나 열어야 이용할 수 있는데 몰려오는 적들 속에서 이걸 찾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사이에도 적들은 등장한다. 쓸데 없이 총알 낭비도 해선 안 된다.

 

 

배움과 반복 사이

초반에는 어렵고 후반에는 지루하고

 

물론 게임의 강화가 이루어지고, 어느 정도 게임에 익숙해지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어쨌든 다섯 개의 지역 모두 정해진 기믹은 확실하니까, 여기 잘 적응하면 처음 플레이 시간은 반의 반으로 줄어든다.

 

성장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재장전 속도도 늘어나고, 기본 무기의 속도나 총기의 피해량도 어느 정도 확보돼서 적을 상대하기도 쉽다. 한 번 클리어한 단계는 나중에 고를 수 있으니 번거롭게 1, 2단계 맵 없이 바로 3단계로 들어가 이상 현상을 처리하면 된다.

 

그럼 초반의 번거로움도 해결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익숙함이 재밌음을 말하는 건 아니다.

 

'기믹 플레이 -> 적 처치 -> 보스급 이상 현상 기믹 -> 적 처치 -> 탈출'

 

 

이 게임 플레이의 근간은 달라지지도 않는다. 그마저도 지역의 형태는 모두 같고, 임무도 같다. 특별한 기믹은 몇 번 해보며 처음 해법을 알았을 때야 재미있는 요소지만, 분실 자산이나 고유 샘플 등 성장 재화를 얻기 위해 같은 맵을 돌고, 또 돌고, 또 다시 돌면서도 재미있기만 할 수 있을까?

 

이마저도 이상적인 파티를 만났을 때는 클리어라도 가능하지, 기껏 조합 맞춰도 플레이어 한 명이 헤매면 맵 클리어 타임은 몇 배로 늘어난다. 핑 외에는 마땅한 안내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미 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는 랜덤 매칭에서 저레벨 플레이어가 들어오길 꺼리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분명 독특한 기믹, 그리고 직접 해보면서 배우라는 식의 튜토리얼, 컨트롤 세계관의 고유 명사 등 초심자가 헤맬 수밖에 없는 낯선 상황이 계속 주어진다. 그런데 그런 배움의 기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될 수 있고, 또 그 단계를 혼자 겪어나가기도 어렵다.

 

반대로 퍽이나 강화된 무기 등은 초반 플레이 방식으로는 빠르게 얻기도 힘들다. 얻어도 게임의 플레이를 원할하게 만든다기보다는, 초반 불편한 점을 지우는 방향에 가깝다. 이는 게임의 초반을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은 초반 게임 속도를 늦춰, 기믹을 신선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구성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좋은 팀원만 구해지면 이미 기계적으로 플레이한 내용의 반복이다. 그저 직접 난이도를 높이거나 부패 등급이라는 이상 현상 추가해 등장하는 적을 더 강하게 만드는 정도다. 그렇다고 업그레이드 가능 요소가 많은 것도 아닌데 무기, 아이템의 수가 많다기 보다는, 각 장비나 아이템 별로 3단계 강화 요소를 만들어 효과를 높이는 식이라 플레이에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

 

 

게임의 성장 곡선은 초반에는 의도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게임에 익숙해지면 반복 플레이에 마땅한 도전적 과제가 없다. 기믹 플레이라는 틀에 맞추다 보니 게임의 기본 성장 곡선이 잘못 그려진 모양새다.

 

 

분위기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았는데

싱글 플레이 개발 경험과 어우러지지 못한 컨트롤만의 무언가

 

그렇다고 FBC가 게임으로서의 구조가 잘못됐다거나, 메커니즘이 망가진 게임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컨트롤'의 분위기와 그걸 만들었던 구조적 기반은 탄탄하게 가져왔다.

 

이상 현상이라는 상상력 가득한 존재를 게임 안에 녹여낼 방법, 그리고 그걸 플레이 요소로 담아낸 기믹 플레이 자체는 분명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준다. 무한한 열기를 내뿜는 용광로를 닫고, 주파수를 조작해 달라붙는 살점인 변성체를 제압하고, 증식하는 포스트잇을 제거하는 등 게임적 요소로 정리됐다.

 

여기에 높은 필요 사양은 아쉽지만,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단순히 그래픽 효과만으로 제대로 낼 수 있는 점은 레메디의 연출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런 레메디이기에 아쉽다. 그간 기묘한 분위기를 훌륭하게 자아내는 연출력만 남긴 채 싱글 플레이 제작 경험을 살리지 못하는 장르의 게임을 선보인 부분은 패착으로 남을 법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라이브 서비스 방식을 배제해 배틀 패스처럼 특정 시기에 꼭 게임을 즐겨야 하는 형태를 피한 점이다. 미션 중심 호드 모드 게임에 독특한 기믹은 반복 플레이보다는 친구들과 가끔 생각날 때 한두 판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어울리니 말이다.

 

그렇기에 반복 플레이 구조를 피한다면, 대화가 통하는 친구들과 짧게 즐길 때 원하던 재미를 줄 수 있다. 언젠가 다시 생각나 플레이했을 때 바로 즐길 수 있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게임. 지금의 아쉬움을 달랠 업데이트가 필요한 대목이다. 일찌감치 예고된 연내 주요 무료 업데이트 발표 역시 그런 레메디의 급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 컨트롤만의 기묘한 분위기 느껴지는 연출력

  • 상상 속 이상 현상을 게임으로 옮긴 플레이

  • 없어도 된다고 말만 하는 역할 분배

  • 주제는 신선한데 신선도 금방 떨어지는 기믹

  • 반복 지루하게 만들고선 반복 플레이를 유도

  • 초반에는 어렵고 후반에는 지루한 성장 곡선

리뷰 플랫폼: PC(출시 빌드 - 5253576)

웹진 인벤 강승진 기자
2025-06-20

fbcfbc__파이어브레이크레메디레메디_엔터테인먼트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