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스위치2로 최근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킹덤'을 다시 마주했다. 향상된 그래픽에 감탄하며 하이랄를 여행하던 중, '스위치2'와 같이 발표됐던 '젤다 노트'가 떠올랐다. 앱(Nintendo Switch App)을 설치한 뒤에 첫 인상은 'ㅋㅋ 그냥 T맵이네?' 정도였다. 이후 도움을 받으며 지나쳤던 사당들을 클리어해 나갔는데,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깊이가 있는 앱이었다.
더 나아간다면, 닌텐도는 게임의 확장성에 대해 고민했고, 그에 대한 답을 '젤다 노트'에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닌텐도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그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유저가 하이랄 세계를, 나아가 게임을 떠나지 않게 할까?"였을 것이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의 특징인 높은 자유도는 때때로 유저가 공략을 위해 게임의 흐름을 끊고 외부 플랫폼을 찾게 만들었다. 이는 닌텐도가 공들여 구축한 몰입의 세계를 깨뜨리고, 유저의 경험이 통제 밖으로 나가는 문제를 야기한다.
고독한 모험이라는 '젤다'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소셜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현대 게임 시장의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이에 닌텐도는 직접적인 멀티플레이 대신, 자신의 창작물을 설계도로 공유하고 친구의 모험을 아이템으로 돕는 '느슨한 연대'를 제시했다. 이는 싱글 플레이의 몰입감을 지키면서 커뮤니티의 즐거움을 더했다.
'울트라 핸드'처럼 자유도가 극도로 높은 시스템 속에서 유저들이 어떤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개발자에게 중요한 과제다. '젤다 노트'의 설계도 공유나 기록 비교 기능은 이러한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수집하는 통로가 된다.
결국 닌텐도는 게임 공략이라는 2차 활동의 주도권을 외부 커뮤니티에서 되찾아왔다. '젤다 노트'는 이렇게 흩어져 있던 유저들의 활동을 하나의 공식 앱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외부 의존성'을 공식적인 경험의 일부로 편입시켰다는 점이 가장 큰 의의다. 유저들은 더 이상 공략을 찾기 위해 하이랄에서 벗어날 필요 없이, '끊김 없는 탐험'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설계도와 아이템 공유 기능은 "함께 하지는 않지만, 혼자도 아닌" 경험을 선사하며, 앱을 통해 제공되는 숨겨진 이야기 콘텐츠는 게임 세계관에 대한 애착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젤다 노트'는 콘솔(메인 스크린)과 스마트폰(세컨드 스크린)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하며, 향후 유사한 앱 연동 방식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저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수집해 차기작 설계에 활용하고, 패키지 게임에 '일일 보너스' 같은 유저 유지 전략을 접목한 것은 게임의 생명 주기를 연장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젤다 노트'의 'QR 블루프린트'는 플레이어를 큐레이터로 이끈다. 자신의 창의력을 공유하는 행위가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며, 데이터로 축적되는 기록은 유저에게 높은 성취감을 안겨주고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젤다 노트'는 '젤다의 전설' 고유의 싱글 플레이 경험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 게임 산업의 트렌드를 영리하게 결합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유저에게는 더욱 풍성하고 편리한 모험을, 게임 업계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웹진 인벤 이두현 기자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