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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IM과 1폰 2번호, 듀얼 카카오톡, 그리고 해외여행


SIM 카드. 흔히 유심이라고도 부른다.

휴대폰을 사면 함께 들어있는 핀이 바로 이 SIM 카드를 담는 트레이를 꺼내기 위한 용도다.

가끔 micro SD를 교체하기 위해서 쓰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SD카드를 지원하지 않는 추세라 이 용도마저 찾기 힘들어졌다.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나 요금제 정보가 저장된 곳은 SIM 카드다.

그래서 다른 공기계에 SIM 카드만 갈아끼우면 간단하게 기기 변경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NFC 기능이나 교통카드를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며, 전화번호를 기기가 아닌 SIM에 저장할 수도 있다.


SIM의 크기는 Mini, Micro 순으로 점점 작아져 현재는 Nano 규격까지 줄어들었다.

위 사진의 흰색 SIM 카드는 한 단계 큰 Micro 사이즈다.

그런데 잘 보면 IC칩 주면에 Nano크기에 맞춰 절취선 홈이 파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Micro에서 Nano로 넘어가던 과도기에는 SIM을 새로 사지 않기 위해 테두리를 가위로 도려내는 방법도 있었다.




지난 2022년 9월, 대한민국에서 eSIM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SIM은 기존처럼 사용자가 탈착하는 것이 아닌, 휴대폰에 내장된 칩이다. 그래서 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eSIM은 사용자가 칩에 저장된 회선 가입 정보를 지우고 새로운 회선을 발급받아 저장할 수 있다.


eSIM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회선을 개통하기 위해 통신사 매장에 방문해 실물 SIM 카드를 발급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해 eSIM 요금제를 개통하여 휴대폰에 등록하면 끝난다.




사실 eSIM 기술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다.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에는 셀룰러 모델이 있다.

셀룰러 모델을 이용하면 통신사에서 회선을 발급받아 스마트 워치 단독으로 통화나 문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스마트 워치에도 별도의 전화번호가 부여된다.


그리고 우리는 개통 과정에서 워치에 SIM 카드를 넣지 않는다.

이는 스마트 워치에 eSIM이 내장되어있기 때문이다.




eSIM은 크기가 Nano의 1/4 수준으로 작다.

게다가 SIM 카드를 넣기 위한 트레이나 탈부착 장치도 불필요하다.

따라서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유선 이어폰이 사라지거나 배터리 탈부착이 사라진 것 등도 이런 소형화와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그래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SIM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eSIM만 탑재된 모델을 개발하고 싶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반대로 인해 이런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메이저 통신사 입장에서는 해지/가입이 간단고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eSIM 시장의 활성화, 그리고 이로 인한 가격 경쟁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2020년 시점에 활성화된 eSIM이 한국에서는 2022년에서야 시작된 것도 이런 배경에 있다.




어찌되었건 2022년 9월부터 eSIM이 도입된 모델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22년 하반기에 출시된 Z Fold 4Z Flip 4, 그리고 2023년에 출시된 S23 시리즈에서 eSIM을 이용할 수 있다.

위 모델들에서는 기존의 SIM 카드 전화번호 1개에 추가로 eSIM을 이용한 전화번호 1개, 총 2개의 번호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해당 모델들을 SIM이 2개 들어있는 '듀얼심 단말'이라고 부르고 있다.


참고로 한국 시장과 관계 없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애플은 아이폰 XS부터 eSIM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도 해외 모델로 눈을 돌리면 S20 시리즈부터 eSIM을 이용할 수 있었다. (내수차별)




한국의 eSIM 도입 이후 메이저 통신사들도 eSIM 요금제를 지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SKT, KT, LG U+ 모두 월 8,800원이며, 데이터 제공량도 KT가 1GB, SKT와 LG U+가 250MB로 닮아있다.

기본 제공량을 모두 사용하면 메인 회선의 데이터 제공량을 나눠서 쓸 수 있지만 400kbps 속도 제한이 걸리는 것도 같다.

통화와 문자는 제공하지 않지만 메인회선의 것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렇게 개통하는 회선은 메인회선이 아니라 '서브회선'이라는 점이다.

즉, 이미 자사의 요금제를 이용 중인 고객이 듀얼심 단말을 이용해 2번째 번호를 개통하기 위한 요금제다.

다시 말하자면, 세 메이저 통신사는 도입 1년이 지난 지금까지 eSIM 단독으로 휴대폰을 이용하는 고객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참고로 알뜰폰 요금제 중에서도 eSIM을 지원하는 요금제가 있다.

일부 요금제는 월 10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며 메인회선으로 손색이 없기도 하며, 8,800원보다 저렴한 3~5천원대의 서브회선용 요금제도 찾아볼 수 있다.




통신사의 상술은 잠시 접어두고, 다시 eSIM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듀얼심 모델에서는 1개의 휴대폰에 2개의 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때 한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바로 이것이다.


"카카오톡 계정 하나 더 만들 수 있잖아"


답은 YES다.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에는 듀얼 메신저 기능이 있어서, 카카오톡이나 라인,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2개로 구분해서 쓸 수 있다.

문제는 카카오톡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은 듀얼심 모델이 아니라도 가능하다.

이미 통신사는 2번째 번호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를 이미 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부가시버시는 월 3~4천원 선에서 이용할 수 있다.


eSIM 탑재 여부와 무관하게 이 부가서비스를 가입해 2번째 번호를 발급받고, 갤럭시의 듀얼 메신저 기능으로 새로운 카카오톡 계정을 가입하면 가능하다.

이는 적어도 2020년 시점에서 이미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애플 제품을 한 번도 쓰지 않은 삼엽충이라 잘 모르겠다.




참고로 eSIM이 탑재된 듀얼심 모델은 해외 여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미 해외 여행을 나갈 때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고 포켓와이파이를 사용하는 방법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현지 통신사의 SIM 카드를 구매해 바꿔 끼우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


SIM 카드를 바꾸는 방식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휴대성도 간편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기존의 SIM 카드를 빼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는 전화나 문자를 받기 어렵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eSIM을 이용하면 기존의 SIM 카드를 제거하지 않고도 현지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된다.

일본 기준으로 일 3GB 요금제는 약 4천원 전후에 이용할 수 있다. 일일 제공량을 모두 사용한 뒤에도 느린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이는 포켓와이파이를 임대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다.


즉, eSIM이 탑재된 듀얼심 모델을 이용하면 한국 통신사에서 데이터 로밍을 가입하지 않고, 별도의 기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으면서, 한국에서 오는 전화나 문자도 아무 지장 없이 수신할 수 있으면서, 해외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LTE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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