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퀘스트 하나하나 진행해보면
짜임새 있거나 소위 신경을 쓴 퀘스트들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 서브 퀘 하나 만을 위해서 던전이 1~2개씩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걸 보면서 느낀 건
"이야 엄청 정성들여서 게임 만들었네"
이런 생각이 아니라
"병신새끼들 이딴 곳에 시간을 썼네"
뭐 이런 감상 밖에 없었어요.
결국 던전 도는게 얼마나 재미있고
그걸 얼마나 덜 질리게 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한 게임인데
한번 하고 그만둘 컨텐츠 만드는데 정성을 쏟느라
사람들이 나머지 90% 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컨텐츠나
그 시간을 견딜만한 보상
혹은 그걸 견디고도 게임을 할만한 다양한 빌드들
이런 핵심적인 부분에서 정작 단조롭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죠.
솔직히 명망 시즌마다 왜 초기화하는지 알 것 같아요
멍청하게 1회성 게임 컨텐츠만 잔뜩 만들어놓고
나중에 아차 싶어서 그거 버리기 아까워 가지고 억지로 시키게 떠넘긴거죠.
우리가 정성 들여 만들었으니 지겨워도 컨텐츠라고 생각하라는 것 밖에 안됩니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오래 즐길 수 있는 컨텐츠 부터
완성도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요소는 소홀히 하고, 서브 컨텐츠만 잔뜩 넣어놓았거늘
사람들이 서브 컨텐츠는 대충 하고 치워버리니까
부랴부랴 컨텐츠 모자랄까봐 너프만 줄창 하고 있죠.
심지어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밸런스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잠수함 패치 박는 거 보면
주가 방어를 위해선지, 자존심 싸움인지는 몰라도 좀 보기 추하네요.
한번 만들면 사람들이 오래 즐기는 컨텐츠는 대체 누가 만드냐구요?
디아가 아니더라도 적은 리소스로 플탐을 오래 가져가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수 많은 게임 회사들이 연구했습니다.
인디 게임 회사나, 그에 준하는 작은 스튜디오들은 자신들의 개발 형편 상
적은 리소스로 최대한 많은 컨텐츠를 뽑는 게임을 만드는 전략을 짰었거든요.
대표적인 그 결과 중 하나가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죠.
무한 반복을 하되 변수 적절하게 추가해서 그 지루함을 덜어내는 겁니다.
물론 디아4도 악몽 던전 옵션으로 일부 로그라이크의 요소를 채용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더 불쾌감을 느낄 뿐 재미를 느끼지는 않아요.
하다못해 유저에게 디버프보다 버프를 주는 옵션이 중심이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단수보다 더 높은 단수를
트라이해보는 재미라도 있었을테고
고렙에서 주어지는 보상이 적절했다면 불만이 지금보다 훨씬 덜했겠죠.
다양한 빌드요? 디아3에서 썼었던
수많은 고유 옵션들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구성하기만 했어도 충분한 양을 확보했을텐데요.
나중에 시즌에 추가할거라구요? 시즌 가서 정 모자라면
로테이션 돌리면 되는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하다못해 PVP만 해도 시간을 꽤 녹일 수 있는 컨텐츠였을텐데
지금 PVP 밸런스 어떻죠?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괜히 오픈월드라고 욕하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디아4는 양산형 오픈월드의 단점을 대부분 답습하고있으니까 말이죠.
정성들여 만든 1회용 쓰레기들만 있고
핵심적인 재미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은 채 방치한 본말전도의 게임.
그게 지금의 디아4인 것 같아요.
이 문제가 개발자에게 시간을 주면 충분히 괜찮아질 일인지
딱히 고쳐지지 않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디아블로4 인벤 자유 lnautesl
202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