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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웹소설 #9. 고종, 군밤의 왕



장르 : 대체역사, 빙의물, 치유물


작가 : 까다롭스키


연재처 : 문피아, 네이버시리즈 등


추천도 :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인간찬가를 좋아하는 분

- 고증에 철저한 역사극을 선호하는 분

- 순문학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분


서울대 관련 역사학과 대학교수로 추정되는 작가 까다롭스키의 처녀작으로, 현대에 살고 있는 착한 군밤 장수 할아버지가 산신령의 힘으로 어린 고종(이명복)과 영혼이 바뀌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다룬 대체역사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뭔가 굉장한 재주를 가지고 과거로 가는 대체역사와 달리, 주인공 김귀남옹은 착한 것 말고는 특별히 지식이 풍부하거나 하진 않아서(오히려 일반인보다 교육을 덜 받았다) 오버 테크놀러지를 개발하거나 정복전을 벌이거나 하는 일반적인 군주 스타팅 전개와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주인공의 선의는 자칫 호구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한 나비효과로 악역들의 악의가 더 큰 선으로 바뀌게 되는 굉장히 특이한 전개가 많다. 어떻게 보면 역사를 배경으로 한 치유물이자, 아이러니에 웃음지을 수 있다. 권력의 화신인 흥선대원군이나 민비 같은 인물도 본질은 유지하면서 설득력 있게 선의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은 대체역사 특유의 재미이기도…


역사 고증도 철저해서 매 연재분에 고증과 관련된 참고 자료를 첨부하거나, 독자의 질문에 출처가 되는 문헌과 그에 대한 주석을 답글로 달아주는 것을 보면 고증으로 덤빌 수 없는 작품이다. 오히려 고인물 독자들의 전문적인 질문에 작가가 답변하는 모습은 석박사 과정의 역사학 교수와 대학원생의 토론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e북보다는 연재본으로 보는 쪽이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주요 인물의 퇴장신을 멋지게 묘사하는 것으로도 웹소설 중에선 탑. 억지로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는 잔잔한 것 같지만 한참 뒤에도 심장 한 켠에서 기억이 남는 묘사라고 해야 할까?


작가의 첫 작품이라 아직 문체가 웹소설에 최적화되지 못한 점은 단점이라 할 수 있는데, 옛스러운 말투나 고풍스러운 문어 표현은 보통의 웹소설 독자가 읽기엔 굉장한 허들이 된다. 대신 이 부분만 적응하면 단순히 편당 100원 내고 보는 킬링타임 콘텐츠가 아니라 진짜 문학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내용은 재미있지만 문장이 어렵다 싶으면 후속작인 “임꺽정은 살아있다”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


인간의 선의가 세계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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