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에서 하드웨어를 담당하기 전부터 키보드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타자기에 관심이 많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까. 물론 타자기도 돈 많이 드는 취미 중 하나기에, 관심만 있었을 뿐 지갑 한번 열지 못했던 것은 아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키보드를 만나보며 대리만족하는 것이 내가 키보드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현재는 보유 키보드 4대 정도로 많은 욕심을 내려놓고(?) 있지만 한때는 과장 보태지 않고 10대까지 보유한 적도 있다. 추억 중 한 가닥을 떠올리자면 당시 공식 사이트에서 더 이상 취급하지 않던 키보드를 집에 한 대, 사무실에 한 대 놓고 싶어서 각개로 중고 매물을 구했는데 시리얼 넘버가 63과 64로 연이어졌을 때의 그 행복함이 기억에 남는다.
키보드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정말 한도 끝도 없이 얘기할 수 있어 각설하고. 누군가 내게 큰 마음먹고 키보드를 구입하고 싶은데 추천해 줄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바밀로라고 할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냐고 묻는 거라면 아니라고 하겠지만, 별도의 커스텀 행위 없이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품질 좋은 키보드를 완제품으로 구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바밀로가 맞으니까. 물론 키보드에 15~20만 원 선의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말이다.
바밀로 제품의 장점은 일단 다양한 색상 그리고 디자인을 취급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나야 복고풍의 옛날 컴퓨터실에나 있을 법한 회색 제품을 오히려 선호하는 성향이지만, 기껏 고가의 키보드를 알아보는 누군가에게 내 성향을 들이밀 순 없는 법. 바밀로만의 파스텔 톤 키캡은 일반인이 봐도 "왜 비싼 진 알겠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 시장에서 특별하긴 하다.
두 번째로는 기성품 키보드(완제품) 중에 평균치가 우수하다. 키보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윤활이라던가 스태빌라이저라던가 하는 용어가 익숙할 것이다. 키보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도 "이 정도면 그냥 써도 무방하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기성품 키보드 중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세 번째로는 대부분 PBT 키캡을 채택했으며 그 품질이 훌륭한 편이라는 점이다.
키보드에 큰 관심이 없던 동료 기자가 나보다 먼저 발견하여 저기 좀 보고 가자던 컴퓨텍스의 바밀로 부스,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IT 인벤 백승철 기자
202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