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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 키보드 조립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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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깐 스쳐가듯 소개했던 키보드가 있다. 토막이라는 키보드였다.
이 키보드의 공구가 끝나고 몇 개월의 기다림 끝에 모든 가공이 끝나고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커스텀 키보드라고 한다면, 예전엔 솔더링이라고 하는 납땜 과정이 필수적이던 때엔 정말로 긱(Geek)한, 그러니까 일반인이 접하기엔 생소하고 어려운 취미였다.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게이밍 기어의 시장도 커지고 거기엔 키보드 역시 포함되어 있었고 알음 알음 기계식 키보드가 게이밍 기거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거기에 더해 체리 스위치와 키보드로 알려진 체리(Cherry) 사의 특허가 풀리면서 체리 스위치와 호환되는 스위치들을 여러 업체에서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의 선택지가 넓어지게 되고, 많은 스위치를 취향에 맞게 골라서 편하게 개인에 맞춰서 끼워볼 수 있는 핫스왑(Hotswap)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커스텀 키보드는 이제 어려운 영역에 있는 취미는 아니게 되었다. 


핫스왑 같은 경우, 일부 사람들은 기피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솔더링 해서 납으로 완전 밀착 고정 시키는 게 아니라 꼽기만 한 것이라 스위치를 사용할 수록 PCB와 키보드가 결합된 접점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스위치가 워낙 다양하고 그런 이슈가 생길만큼 하나의 스위치를 계속 사용하진 않으므로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갈아 끼우면 되니까.


물론 최근엔 값싼 중국의 인력과 소재, 대량 생산으로 인한 원가 절하로 인한 10만원 미만의 키보드가 등장하더니 5만원 근처까지 내려오게 되었으니 마음에 드는 스위치를 찾아서 스위치 교체해서 쓰는 정도는 이제 10~20만원 으로 충분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취미에 극으로 빠져들게 되면 평범한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법. 스스로의 취향이 취미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 이런저런 이유를 부여해서 취미에 들어가는 돈이 커지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키보드는 좋은 변명 거리가 주어진다. 사무일을 한다. 키보드를 많이 사용한다. 좋은 키보드를 사용함으로써 손의 피로를 줄여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으니 좋은 게 아닌가! 라는 당치도 않은 의미를 부여하며 오늘도 할부를 긁는ㄷ... 가 아니라. 여하튼 뭐든 적당한 것이 좋은 것이다.


거두 절미하고 이제는 쉬워진 키보드 조립 한 번 해보자. 

오늘 함께 할 키보드는 앞서 언급한 '토막' 이라는 키보드다.


토막. 전용 케이스 제공으로 비싼 값을 어느 정도 정당화...?


기본 구성품의 모습들이 보인다


기본 구성품과 커버를 빼내면 토막이 우아한 자태를 보인다


앞에선 의미 부여라고 했지만, 사실 오래 앉아서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선 손목의 피로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그런 통증이나 불편함 때문이라도 굳이 취미가 아니더라도 손이 편한 키보드를 찾기 마련이다. 그 손을 편하게 해주는 것 중엔,ㄴ 손목의 각도를 수평이 아니라 약간 기울일 수 있을 것(Split), 어깨 너비를 고려해서 양손이 편하게 벌어질 것(Tenting) 등이 있다.


이번에 함께 할 토막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반갈주..ㄱ 이 아니라 쪼개진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완전 편하다 정도까진 아니지만 적게나가 손목에 가해진는 부담을 약간 줄 일 수 있는 기울기가 적용되어 있다.


레이아웃은  풀베열은 아니고 많이 사용하는 레이아웃 중 TKL이다


왼쪽 토막


오른쪽 토막


이미지에 보듯이 알루미늄 가공이 아주 훌륭하게 되어 있다. 아노다이징도 아주 곱게 잘 적용되어서 고급감을 한층 더 부각 시키고, 황동 무게추로 인해서 묵직함을 더해서 반으로 갈라진 만큼 가벼워진 무게로 인한 타건감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상쇄할  수 있다. 또한 기본으로 포함된 알루미늄 보강판은 플렛스컷으로 되어 있으고 빨강으로 아노다이징 처리되어 있다. 실버 색상의 하우징과 잘 어울린다.


사용될 PCB의 모습. 핫스왑을 지원해서 스위치를 그냥 꼽기만 하면 된다.


사용할 스위치는 이것!


스웨그키와 콜라보하여 나온 Gateron의 Deeping 스위치!


Shift 나 Spacebar 등에서 사용할 Stabilizer. 흔히 '스테빌'이라 부른다.


토막은 반으로 쪼개진 키보드이다 보니 긴 Spacebar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2U 크기로 6개가 필요하다.


스테빌 윤활은 너로 정했다!


PCB와 결합할 스위치 사이에 넣어질 PE폼


PCB 위에 스테빌을 결합하고 PE폼을 깔고, PE폼 위에 보강폼을 얹는다.


PE폼은 스위치가 눌릴 때 PCB와 스위치 사이에 발생하는 충격과 소리에 간섭하게 되어 타건감에 영향을 준다. 꼭 넣어야 좋은 건 아니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폼들은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고 하면 된다.


반드시 넣으라고 하는 것들은 넣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보통 폼들은 옵션이다. 폼의 유무에 다른 소리 변화에 대한 호불호는 또 키보드 하우징마다 다르므로 꼭 어느 것이 정답은 아니므로, 이런저런 조합으로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는 게 좋다. 취미의 일부이니 몇 번 분해하고 조립 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만하지 않나.

기본 알루미늄 보강판 대신에 사용할 FR4 보강판. PCB에서 사용하는 재질로 만든 보강판이다.


보강판을 폼 위에 살포시 올려주자


그리고 그 위에 준비한 스위치를 꼽아주자


하부 하우징에 하부 폼을 깔아주고 조립된 기판을 올려주자


하우징 조립을 마무리 하기전엔 기판에 연결된 스위치에 이상이 없는지 꼭 테스트 해보자.
조립 전 PCB 테스트도 해보는 게 좋다.


토막에 사용할 키캡. 알루미늄이다... 비싸다...


하우징을 결합하고 스위치에 키캡을 꼽은 완성된 모습.


기본적으로 알루미늄 음각으로만 되어 있어 각인이 눈에 잘 안들어오기 때문에 아크릴 펜을 이용해서 음각에 색을 넣어주자.


짜자잔! 그리고 완성!


키보드 조립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해도 대략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키캡의 음각을 칠하고 신나를 이용하여 음각외에 칠해진 마커를 지우는 시간이 몇 배는 걸린 것 같다. 잘 못 지우면 음각의 칠도 벗겨지므로 충분히 굳히기를 한 후에 신나를 면봉에 묻히고 살포시 지워야 한다.


간단하게 단점과 장점을 알아보자.


우선 단점.

1. 사진에 보이듯이 키보드를 쪼개면서 쪼개진 사이의 애매하게 위치되는 키들을 쌍으로 배치했다. '7', 'Y', 'H', 'B' 키가 두 개씩 필요하다는 말이다. Alice 배열이 대중화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사용되면서 'B' 키가 추가로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B'키는 걱정이 없지만 나머지 3개의 키는 따로 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2. 두 번째로 외쪽과 오른쪽 방향키를 누를 때 다른 키들과 좀 차기를 보이는 타건음을 들려준다. 이미 왼쪽과 오른쪽 토막이 서로 크기가 다르고 자경이 다르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방향키는 그걸 감안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서 거슬린다.


3. 비싸다... 그러하다...


장점으로는

1. 편하다. 어깨 깡패는 아니지만 양손을 가운데로 모아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서 오는 손목의 편안함은 확실히 채감 된다.


2. 이쁘다. 취향 차이지만...  이쁘고 고급지다. 마음에 든다.


여하튼 실사용 결과는 적은 몇 개의 단점을 제외한다면 그 단점을 충분히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매우 만족스럽다. 


이미 공제가 끝났고, 드랍도 끝나서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게 되었지만. 가격이 정신 나가기 좋은 가격이라 이쪽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지만 혹여나 기계식 혹은 커스텀에 관심이 생겼다면 저렴한 것부터 천천히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상 끝에 fin. 마지막으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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