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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가 나오는 절, 닌자데라

<사진 27장> 가나자와에는 닌자를 위한 절이 하나 있는데, 이름마저 닌자데라(忍者寺)다.


원 이름은 묘류지(妙立寺, 묘립사)이나, 절의 목적과 구조로 인해 닌자데라라는 별칭도 많이 불리며, 실제로 안내판에도 닌자데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하다.



[  ▲ 80m 앞에 절이 있다. 우측 안내판에 당당히 적혀 있는 忍者寺 ]



그리 크지 않은 절이지만, 절 내부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닌자를 주제로 한 영화에 나올만한 트릭과 내부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사전에 정보가 없는 적군이라면 들어와서 한동안 헤맬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이 곳 가나자와 영지(가가번)는 그리 관계가 좋은 것만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기도 했다.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를 앞두고 확실한 편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양쪽에 줄을 대기도 했고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압박에 정략결혼 등을 하면서 숙인 곳이다. 그러니 이후에도 은근히 막부의 압박과 감시는 계속되었을 게다. 특히나 석고 백만석을 자랑하는 몇 안되는 대영지중 하나였으니.


그래서 가나자와에는 총 3개의 사원군, 즉 작은 사원들 몇십개가 밀집한 곳이 3군데 있다. 우타쓰야마 산록 사원군, 고다쓰노 사원군, 그리고 닌자데라가 있는 데라마치 사원군. 만일 막부군이 가나자와에 쳐들어온다면 이 3개의 사원군을 중심으로 매복, 그러니까 시가전과 게릴라전을 펼칠 목적으로 사원군을 조성했으며, 그 핵심이 바로 이곳 닌자데라다.





[  ▲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 ]



아쉽게도 절의 내부 구조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가방과 카메라를 절 입구의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또 절 내에서는 가이드를 따라다녀야 하며 자유행동은 금지. 그래도 안내문이 주어지는데, 놀랍게도 한글 안내문이 있었다. 한글로 된 팜플렛 형태의 안내문도 있었고, 가이드(일본어 가이드와 영어 가이드만 있었다)의 말이 거의 다 한글로 번역되어 있는 별도의 바인더철이 하나 주어진다. 그래서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바인더철만 봐도 언어적 문제 없이 내용을 충분히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가이드가 함정 구조물과 트릭의 구조를 실제로 시연해준다.





[  ▲ 한글판 팜플렛. 한글로 상세안내된 바인더철도 별도 제공된다 ]





[  ▲ 밖에서 계단처럼 보이는 이곳도 하나의 트릭 구조물이다 ]





절이 작아서 밖은 그다지 찍을 게 없다. 사실 닌자데라의 알파와 오메가는 촬영이 금지된 내부구조인데, 그걸로 먹고 사니 찍을 수도 없다. 다만 절이 일찍 문을 닫는데 기억상 4시인가 4시 반엔가 문을 닫는 것 같았다. 예약된 시간에 따라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4시가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대기열 옆에 있던 기념품 판매소는 벌써 문을 닫았고 일하는 사람들은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닌자데라를 앞뒤로 들른 곳은 바로 데라마치 사원군. 애초에 닌자데라가 있는 곳이 데라마치 사원군이니, 이 블럭의 골목을 돌아다니며 작은 절들을 감상하면 된다. 그리고 감상이 끝나서 나가면 니시 차야라는 옛날의 찻집 거리가 있고 사이가와라는 강과 오하시 대교라는 다리로 이어진다. (https://vortexgaming.io/postdetail/310325)


이곳 데라마치 사원군의 절들은 매우 작다. 그래서 절에 들어가봤자 별달리 볼 것도 없다. 마치 고택이 즐비한 옛 주택가를 거니는 느낌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절들이 많아서 색달랐고, 데라마치 사원군의 어떤 신사 앞에서는 학생 두명이 팜플렛을 나에게 주면서 전도를 하기도 했다. 









[  ▲ 신사를 홍보하는 팜플렛을 준 뒤 참배하는 학생들의 모습 ]



[  ▲ 데라마치 사원군 안내 표지판 ]





















[  ▲ 탑 뒤에 보이는 다리가 사이가와의 오하시 대교 ]



[  ▲ 영주였던 마에다 가문의 성씨인 집도 있었다 ]









이렇게 닌자데라와 데라마치 사원군을 둘러본 후, 니시차야와 사이가와로 내려갔다.


보통 가나자와를 가면, 겐로쿠엔과 가나자와 성, 그리고 21세기 미술관을 둘러보는 반나절 혹은 하루의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고, 이곳 사원군이나 닌자데라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다. 더군다나 닌자데라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 하지만 닌자데라, 니시차야, 데라마치사원군, 사이가와로 이어지는 일정이라면 상당히 괜찮은 반나절의 문화/역사의 관광 코스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https://maps.app.goo.gl/niMQ52ushHCvu6K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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