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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왜 이렇게 잘 돼!' 게임이 "진짜"였던 밸브의 개발 역사

그간 시타델, 프로젝트8이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 자체가 공공연한 비밀로 붙여졌던 데드록이 마침내 스팀 페이지 오픈과 함께 공식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일찌감치 레딧 서브 페이지가 만들어졌고, 플레이 영상까지 나돌며 전체적인 게임 분위기는 알사람들에겐 알만큼 퍼졌었다. 3인칭 능력자 슈터이면서 도타2의 것이 생각나는 MOBA 플레이와 리소스 등도 눈에 띄고 팀 포트리스2 느낌의 캐릭터 디자인도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27일에는 SteamDB 측정 기준 9.2만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많은 플레이어의 접속이 중요한 멀티플레이 기반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동시 접속자가 순조롭게 확보되며 밸브의 또 다른 멀티플레이 게임 성공작이 되리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출시하는 게임마다 (거의) 매번 큰 성공을 기록하는 밸브. 하지만 실제 게임 개발에 투입되는 인원은 많지 않기에 우스개소리로 스팀이 망하길 바라는 게임 팬도 있을 정도. 그래서 눈앞에 있는 데드록의 성공가도 역시 눈에 띄는데, 과연 밸브는 어떤 게임들도 자신들의 게임 세계관을 확장시켜왔을까?

 

 

0 - 밸브(1996)
MS를 떠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FPS를

 

지금은 밸브를 이끌며 수많은 밈으로 더 유명한 게이브 뉴웰이지만, 그와 마이크 해링턴은 성공 가능성 하나만 보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뛰쳐나온 패기 넘치는 엔지니어에 불과했다. 물론 뉴웰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주목받는 인재였다. 중요한 책무를 맡았고, 돈도 그만큼 벌었다. 언제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차례를 기다린 초기 성골 쯤 되는 인물이었다. 그 역시 중퇴한 하버드 대학보다 MS에서의 경험에 더 만족스러워했다.

 

▲게이브 뉴웰 밸브 CEO (출처: BAFTA)

 

그러던 중 둠이 세상을 바꿨다. 1993년 출시된 둠은 단순히 FPS가 아니라 게임이라는 매체가 당시 기준으로 얼마나 고품질로, 매끄러운 플레이 경험을 줄 수 있는지 깨닫게 하는 타이틀이었다. 윈도우95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던 MS는 윈도우에 적합한 게임을 찾았고 둠은 딱 맞는 타이틀이었다. 이드 소프트웨어 인수까지는 물건너갔지만, 대신 윈도우 이식까지는 말이 통했고 MS-DOS 둠의 윈도우95 이식이 진행됐다. 그걸 맡은 게 게이브 뉴웰의 팀이었다.

 

뉴웰 역시 둠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높아지는 하드웨어 성능을 지켜보면서 게임 산업이 더 큰 시장이 되리라는 전망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도 뿜어져나왔는데, 주변에 게임 개발을 위해 이직한 다른 엔지니어들이 그를 더욱 부추겼다. 결국 함께 MS에 있던 마이크 해링턴과 함께 MS를 나온 뉴웰은 1996년 밸브를 설립했다.

 

 

1 - 하프라이프(1998)
시작부터 남달랐던 FPS, 게임사를 바꾸다

 

시작은 뉴웰이 구상한 프로젝트 퀴버였다. 스티븐 킹의 소설 미스트의 애로우헤드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는 FPS가 처음 나왔다. 소설 속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진행된 군사 기밀 프로젝트다. 여기서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리고 이 세상 외의 괴물들이 넘어오게 되는, 모든 사건의 원흉이 되는 사건이다. 프로젝트 퀴버라는 코드네임은 개발이 진척되며 다른 코드네임처럼 사라지고 하프라이프라는 이름 하나에 통합됐다. 하지만 그 큰 개념은 게임 속 블랙메사 연구소의 대공명 현상과 맞닿아 있다는 걸 시리즈 팬이라면 금세 알 수 있다.

 

 

어쨌든 밸브는 FPS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던 3D 그래픽 환경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와 이야기를 더하고자 했다. 마치 포르노와 비유되며 스토리의 중요성이 경시되던 풍조와는 다른 결정이었다. 그리곤 둠의 개발사 이드 소프트웨어를 통해 퀘이크에 쓰였던 엔진 라이선스를 얻어 개량해 게임에 적용했다. 오늘날 게이브 뉴웰은 다른 기술의 장점을 흡수하고 자신들만의 강점을 드러내는 유연함을 높게 평가받곤 하는데 엔진 개량에도 이러한 특징이 잘 묻어난 높은 기술적 완성도가 주목받왔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 그리고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은 게임이 공개됐던 E3 1997에서 미디어로부터 찬사를 듣는 이유가 됐다. 특히 둠, 퀘이크 등으로 대표되는 FPS에서 시네마틱 영상 없이도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물론 예상했던 완성도를 맞추기 위해 개발이 연기되고, 게임의 출판을 맡았던 시에라 측의 부담은 커졌다. 하지만 게임 자체의 평가, 성공 가능성이 높았기에 투자는 계속됐다. E3의 호평이 개발을 이어갈 힘을 만들어낸 셈이다. 특히 출시 직전에 비공개로 전달된 데모 데이 원이 다시 한번 업계에 놀라움을 전하며 게임의 성공은 확실해보였다.

 

그리고 1998년 11월 밸브의 첫 타이틀 하프라이프가 출시됐다. 주요 매체로부터는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고, 그래픽, 게임 디자인, 사운드, AI, 게임 환경 등 모든 부분에서 비평적 성공을 거뒀다. 플레이어들 역시 새로운 경험에 만족했고 밸브는 그렇게 시장에 훌륭한 첫 발을 내디뎠다.

 

 

2 - 카운터 스트라이크(1999)
모드의 전설, 멀티플레이 슈터를 새로 쓰다

 

하프라이프는 게임 자체로도 큰 주목을 받았지만, 안에 포함된 에디터 기능 역시 혁신적이었다. 퀘이크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개선하던 많은 모더들도 하프라이프 모드 개발로 무대를 옮겼다. 구스맨으로 잘 알려진 민 리도 그 중 하나였다.

 

 

이미 퀘이크 맵 모더로 이름을 잘 알렸던 민 리는 하프라이프가 가진 엔진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보다 사실적인 FPS 게임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이게 FPS 멀티플레이의 개념을 바꾸게 될지는 당시에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대학생이던 민 리는 학교 생활 만큼이나 모드 개발에 몰두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제스 클리프와 함께 레인보우 식스보다는 가벼운 밀리터리 팀 슈터를 개발했다. 그게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시작이었다. 출시 초기에는 취미로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모드 개발팀이 더해지고, 입소문을 타며 북미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FPS가 됐다. 라운드 내 리스폰 없는 사망과 현실적인 무기 사용. 팀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하는 협동 플레이. 꾸준히 개선되는 플레이와 맵 등이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성공은 기존 FPS 멀티플레이와는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퀘이크로 대표되는 당대 FPS가 빠른 속도를 중심으로하는 피지컬 싸움이 요구되는 장르였다. 반대로 새롭게 인기를 끌던 레인보우 식스는 극한의 팀 전략 기반 플레이로 지금보다 신중해야 하는 전술/전략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그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머리 굴릴 수 있는 전략성을 가진 게임. 그러면서도 적당히 페이스를 높여 액션성은 갈린 슈터. 이러한 특징은 단순히 멀티플레이에서의 게임을 넘어 FPS e스포츠가 본격적으로 구축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앞서 언급한 밸브의 유연함은 여기서도 드러나는데 밸브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성공을 보고 게임 개발을 지원하고, 밸브로 영입하기도 했다. 또한, 패치, 멀티플레이 매칭 및 관리의 필요성은 게임 플랫폼 스팀의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3 - 하프라이프2(2004)
전설적인 게임, 그 이상의 후속작

 

밸브는 하프라이프를 기반으로 팀 포트리스 클래식, 데스매치, 데이 오브 디피트, 카운터 스트라이크: 컨디션 제로 등 다양한 타이틀을 선보였다.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하프라이프의 공식 후속작이었다. 하프라이프의 성공은 밸브가 개발진에게 창작의 자유와 지원을 약속하는 대신 게이브 뉴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타이틀 개발을 요구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혁신도 필요했고, 이야기, 기술력,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타이틀이 되어야 했다.

 

그 바탕에는 소스 엔진이 있었다. 초기 소스 엔진은 훗날 골드소스로 불리는 하프라이프엔진처럼 퀘이크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모든 부분을 뜯어 고쳐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하복 물리 엔진을 기반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사실적인 물리적 상호작용이 게임 안에서 구현됐다. 지금도 회자되는 정교한 캐릭터 표정과 얼굴 묘사도 소스 엔진을 통해 가능해졌는데 하프라이프가 강조하는 스토리 전달력 역시 높아지는 힘을 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하프라이프, 데이 오브 디피트 등도 이 소스 엔진을 통한 개선 버전이 나왔고 게리 모드 등의 탄생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엔진의 개발과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고 회사 역시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며 개발 역시 순탄치 않았다. 특히 2003년 해커에 의한 코드 유출 사건이 발생하며 개발진 내부적으로도 의욕이 꺾이는 분위기 역시 커졌다.

 

게이브 뉴웰은 회사 안으로는 개발진을 다독이고, 밖으로는 공개저으로 해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개발 일정 역시 연기됐지만, 개발은 끝까지 이어졌고 하프라이프2는 2004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특히 비교적 부실했던 사전 공개 버전과 달리 완벽하게 출시된 게임은 알릭스 밴스를 중심으로 한 캐릭터성의 확장, 수준 높은 물리 엔진의 확장, 이야기 구조의 깊이 등이 더해지며 전작을 뛰어넘는 호평을 끌어냈다.

 

 

4 - 포탈(2007)
세계관의 확장, 그리고 더 큰 가능성

 

밸브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핵심 타이틀의 소스 엔진 리메이크를 진행하는 동시에 하프라이프2 이후의 이야기를 준비했다. 다만, 다시 한 번 오랜 개발 기간이 필요한 게임을 개발하기보다는 빠른 주기로 이야기를 연장하는 방식을 원했다. 그래서 3편 대신 하프라이프 에피소드1, 에피소드2를 개발했고, 소스 엔진의 개선을 통한 기술과 스토리 전개를 그렸다.

 

 

그러는 과정에 또 다른 밸브의 대표 타이틀이 개발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포탈이다.

 

게임 포탈의 시작은 학생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게임 나바큘라에 도입된 포탈 개념이었다. 밸브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지원하며 직접 채용해 게임 개발을 이어나가게 했다.

 

다만, 시작은 오늘날의 업계 위상과는 달랐다. 포탈은 하프라이프와 관련된 세계관으로의 통합과 함께 밸브의 타이틀 합본 팩인 오렌지 박스에 담길 소규모 프로젝트로 낙점됐다. 팀 규모도 작았고 투자된 자원도 기존의 대작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아 게임 볼륨 역시 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보여준 포탈 개념과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플랫폼 퍼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독창적인 물리 기반 퍼즐 외에도 세상 무심한 유머러스함과 블랙 코미디와 엮인 하프라이프 세계관도 게임의 평가를 높이는 힘이 됐다. 게임 속 캐릭터 글라도스는 게임사에에서 손꼽히는 악역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스팀을 통해 개별 게임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공은 2011년 후속작인 포탈2 개발로 이어졌다. 글라도스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만든 이야기는 물론 협동 플레이와 함께 더욱 수준 높은 게임 플레이의 변화가 더해졌다.

 

 

5 - 팀 포트리스2(2007)
또 하나의 멀티플레이어 성공작을 그리다

 

밸브는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꾸준히 FPS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하나의 타이틀을 더 선보였다. 팀 포트리스의 신작인 팀 포트리스가 그것이다.

 

 

게임은 퀘이크 모드였던 팀 포트리스 개발진을 불러와 만들었던 팀 포트리스 클래식의 후속작이지만 전혀 다른 특징을 보여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팀 포트리스, 팀 포트리스 클래식처럼 사실적인 밀리터리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1999년 첫 발표 초기 게임 디자인이 여러 차례 엎어지고 새로 쌓이며 개발 역시 지연됐다.

 

2007년 출시된 게임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특유의 아트 스타일이다. 1950년대 광고 스타일의 과장된 캐릭터 스타일은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물론 다른 슈터와도 차별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각각의 클래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 플레이는 오늘날 많은 FPS에 적용되어 전략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낸 힘이 됐다.

 

밸브는 게임 외적으로도 팀 포트리스2에 많은 지원을 이어갔다. 대표적인 게 소스 필름메이커(SFM)다. SFM 툴과 함께 게임과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며 팀 포트리스2를 이용한 영상이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게임 자체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6 - 레프트4데드(2008)
밸브, 이번에는 좀비 코옵의 대중화

 

터틀락 스튜디오에서 개발안이 나왔던 타이틀로 밸브가 본격적으로 개발, 한동안 인기가 이어진 좀비 코옵 슈터의 흥행을 이끈 타이틀이다. 생존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좀비들을 물리친다는 플레이 방식은 물론 여러 좀비 영화 스타일을 살린 게임 분위기 역시 게임의 인기를 높인 이유였다.

 

 

생존에 집중하는 좀비 게임을 넘어 협동이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후 비슷한 좀비 코옵 슈터들이 줄줄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다. 터틀락 스튜디오 역시 백4블러드를 개발하며 자신들만의 장르의 인기를 이어가고자 하기도 했다.

 

특히 AI 디렉터라는 시스템을 통해 게임 플레이가 지루해지거나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더하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밸브는 게임의 개선 내용을 업데이트보다는 후속작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그 후속작이 1년 만에 출시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이콧 레프트4데드2라는 온라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밸브는 출시를 강행했다. 그리고 논란 속에서도 전작 이상의 평가와 판매 성과를 기록하며 가장 성공적인 좀비 코옵 슈터로 남아있다.

 

 

7 - 도타2(2013)
카스급 성공을 또 이뤄낸 밸브의 MOBA

 

밸브는 2012년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새로운 버전인 글로벌 오펜시브를 선보이며 자사 대표 멀티플레이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계속 발전시켰다. 초반 평가는 전작 대비 아쉬웠지만, 여러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카스, 팀포2라는 멀티플레이 인기 타이틀을 보유한 밸브는 또 다른 타이틀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도타2였다. 이전 게임 개발에서 보듯 모드 개발자들에 대한 지원과 접촉을 계속한 밸브는 이번에는 도타 올스타즈의 아이스프로그를 데려와 새로운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도타2는 오늘날에도 밸브는 물론 MOBA를 대표하는 게임 중 하나로 꼽히고 e스포츠 부문에서도 인상적인 모습과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여러 MOBA에 영향을 주는 인게임 플레이 요소, 복잡하고 전략적인 게임 시스템으로 간소해져가는 MOBA 시장 흐름과는 다른 깊이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베타 플레이 단계부터 더 인터네셔널을 통해 e스포츠 대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밸브 자사 타이틀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함께 최상위권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는 게임 중 하나기도 하다. 2015년 새로운 게임 엔진인 소스2 엔진이 처음 적용된 주요 게임 중 하나도 도타2다. 핵심인 물리 엔진 등의 변화는 담기지 않았지만, 소스2 엔진을 기반으로 그래픽이 크게 향상되며 여전히 그 생명력을 지키고 있다.

 

 

8 - 아티팩트(2018)
첫 TCG, 그리고 밸브 최악의 결과물

 

도타2까지 큰 성공을 거두며 성공할 게임만을 내놓는 밸브. 하지만 게임보다 스팀이 더 큰 성공을 거두며 한동안 밸브의 신작 출시가 요원했다. 그 공백을 깬 게 아티팩트였다.

 

 

아티팩트는 오랜만에 공개되는 밸브 신작이라는 점 외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타2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데다 도타2처럼 3개 라인을 관리하는 카드 게임. 여기에 매직 더 개더링으로 유명한 리처드 가필드가 게임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도 게임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였다.

 

하프라이프3 출시 없이 나오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판도 컸지만, 게임만 보면 출시 전까지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맵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필드 활용도 전략 부분에서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베타 단계의 플레이 감상도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정작 출시 이후 평가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실존 TCG처럼 카드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카드 팩 구매를 위한 게임 재화가 없어 현금이 있어야 덱을 맞출 수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리처드 가필드는 일찌감치 밸브를 떠나버렸고 전략적인 플레이 시스템은 적응이 너무 어렵다는 단점만 부각됐다.

 

결국 아티팩트 2.0으로의 대규모 패치를 예고했지만,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게임의 개발 중단이 발표되며 밸브 최악의 실패로 남았다.

 

 

9 - 하프라이프: 알릭스(2020)
하프라이프의 혁신은 VR에서도

 

하프라이프3에 대한 기대는 아티팩트 공개 당시는 물론 하프라이프2 에피소드2 출시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게이브 뉴웰도 3에 대한 기대를 알고 있었다. 또 기획, 개발이 실제 단계로 이어졌다는 퇴사 개발자의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하프라이프3는 없었다.

 

 

대신 자체 VR 헤드셋 인덱스를 발표한 밸브의 깜짝 신작이 공개됐는데 그게 바로 하프라이프: 알릭스였다. 10년 이상 지난 시기만에 공개된 신작에 알릭스 밴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훌륭한 연출과 하프라이프2와 이어지는 전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결말을 통해 이전 시리즈와의 연계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며 팬덤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시리즈 팬뿐만 아니라 VR 게임을 즐겨본,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놀라운 경험을 준 게임 플레이 혁신이 담겼다.

 

소스2 엔진을 제대로 활용해 VR 환경에서 최고 수준의 상호작용을 구현했다. 또한, VR에 적합한 중력 장갑이라는 시스템을 게임 시스템에 녹여내 이질감 없이 적용하기도 했다. 인터페이스, 조작, 움직임, 그래픽 모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구현됐다. 여기에 맵 디자인도 기존 VR 게임을 훌쩍 뛰어넘는 분량 안에서 직선형 구조를 그려내는 영리함도 돋보인다.

 

하프라이프라는 프랜차이즈, VR 킬러 타이틀로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며 밸브의 건재함을 드러낸 타이틀이다.

 

 

10 - 애퍼쳐 데스크 잡(2022)
스팀 덱, 무료 게임에서도 계속되는 밸브 스타일

 

VR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 하프라이프: 알릭스라면 애퍼쳐 데스크 잡은 밸브의 또 다른 하드웨어 스팀 덱의 경험을 위한 타이틀이다. 다만 하나의 완성된 풀프라이스 게임이라기보다는 스팀 덱의 기능을 활용하는 기기 시연용 타이틀에 가깝다.

 

 

이러한 게임 특징에 맞게 트랙패드, 자이로 등을 활용하는 게임 플레이를 가볍게 담아냈다. 대신 그저 시연용 기기로 그치지 않고 포탈 세계관을 더해내며 익숙함과 내러티브의 확장을 그려내기까지 했다.

 

특유의 풍자와 패러디는 여전히 살아있는 점은 짧은 분량이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게임에도 이러한 디테일을 살리는 부분에서 아직 밸브의 감이 살아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11 - 카운터 스트라이크2(2023)
소스2 엔진으로 그리는 다음 발걸음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적용된 소스2 엔진을 적용한 신작. 글로벌 오펜시브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그대로 이어진 만큼 사실상 소스2 엔진으로의 전환이 된 작품이다.

 

 

향상된 물리엔진을 자랑하는 만큼 연막탄이 퍼지는 메커니즘, 히트 박스나 타격 정밀성 등이 크게 향상되고 맵의 리뉴얼도 적용됐다.

 

하지만 버전이 전환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부정적인 평가 역시 상당 수 쌓였다. 특히 이번에는 두 버전의 강제적인 전환이 이루어지며 향상된 그래픽만큼 높아진 사양을 감당할 수 없는 플레이어가 늘어났다. 버그, 밸런스 문제 등도 떠올랐는데 밸브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밝힌 만큼 글로벌 오펜시브와 2편, 두 게임의 팬 역시 자연스러운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2 - 데드록, 하프라이프, 그리고 미래
스팀의 성공, 게임 개발도 계속 될까

 

밸브는 그간 여러 차례 하프라이프 세 번째 작품, 혹은 시리즈 신작에 대한 도전을 계속했지만, 효과적으로 개발이 완성되지 못했다. 여기에 밸브가 스팀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직원의 수는 비슷한 규모의 기업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게임 개발에 대한 투자 역시 상대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성공은 팬만이 아니라 개발진 역시 새로운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여기에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고, 그 중 하나인 데드록이 공식 발표 이후 준수한 동시 접속자 수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단계다.

 

프로젝트 시타델로 알려진 데드록은 일찌감치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게임의 큰 그림이 유출된 바 있다. 3인칭 슈터, MOBA 플레이, 레벨업과 스킬 활용 등 다양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실제로 내부에서는 공개 시기보다 일찍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테스터들의 플레이 영상 유출도 꾸준히 나왔다. 정식 공개만 최근에 이루어진 것이지 이미 꾸준히 게임 개발과 테스트가 이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성우 나타샤 샹델이 자신의 홈페이지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밸브의 미공개 작품 '프로젝트 화이트 샌즈'의 참가 이력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이트 샌즈는 뉴멕시코에 있는 국립 공원이자 미사일 실험장이 있었으며 최초의 원자 폭탄 시험도 화이트 샌즈 사막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출발이 되는 블랙 메사도 뉴 멕시코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개조해 만든 곳이다. 이는 그간 밸브가 계속 추진 움직임을 보이던 하프라이프3의 개발이 전개되고 있다는 근거가 됐다. 하프라이프: 알릭스의 성공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중 하나라는 의견도 나온다.

 

분명 스팀의 거대한 성공 속에서도 밸브의 게임 개발 의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하프라이프가 보여준 혁신, 그것이 천천히 이어지는 게임 개발 속에서도 건재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웹진 인벤 강승진 기자
202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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