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더 게임 어워드에서는 수많은 신작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나 같이 미래의 GOTY급 게임이라고 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모습들이었죠. 하지만 눈길을 끈 게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엘든 링: 밤의 통치자(이하 밤의 통치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DLC나 확장팩이 아닌 스탠드 얼론 타이틀이라는 것도 여러모로 특이했지만, 그 이상으로 눈길을 끌었던 건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였습니다. 원작인 엘든 링과 달리 코옵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부터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정해져 있다는 점, 새로운 전투 시스템으로 스킬과 아츠가 존재하며, 여기에 질주와 벽타기 등 새로운 이동 방식이 추가된 점, 세션 기반의 로그라이트 요소 등 원작과는 사뭇 다른 요소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분명 흥미로웠지만, 마냥 기대만 됐던 건 아니었습니다. 원작의 요소들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DLC나 확장팩과 달리 원작의 요소들을 재해석했다는 점이 어딘지 걱정이 됐던 거였죠. 자칫 원작이 추구하는 재미, 그 핵심을 훼손시킬지도 모른다고 여겨진 거였습니다. 스탠드 얼론 타이틀이라는 점도 어딘지 우려스러웠죠. 그간 출시된 스탠드 얼론 타이틀 대부분이 원작의 매력을 티끌만큼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반다이남코 코리아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최초로 미디어 시연회 자리를 마련한다는 소식이었죠. 약 4~5시간가량 진행된 시연을 통해서는 세션 최종 보스인 '밤의 왕'까지 처치하는 등 '밤의 통치자'에 대해 많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원작과는 무엇이 다를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플레이어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엘든 링: 밤의 통치자' 무엇이 다른가
세션제, 캐릭터, 성장 방식까지 싹 다 바꿨다
📒- 한 세션의 플레이타임은 약 40~50분
- 룬을 모아서 레벨을 올리면 자동으로 스탯이 올라가는 방식
- 보스를 잡을 경우 로그라이트 특유의 선택지를 제공. 3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
- 전회, 주문과는 별개로 각 캐릭터에 특화된 전용 패시브 스킬, 액티브 스킬, 아츠가 존재
아마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부분일 겁니다. '밤의 통치자'가 원작과는 어떻게 다른지 말이죠. 서두에서 원작을 재해석했다고 했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은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격과 회피 등 행동 하나하나에 스태미나가 필요한 것부터 전회를 쓰면 FP가 닳고 회복 수단인 성배병의 횟수가 제한적인 것까지 사실상 똑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작과 같은 부분은 딱 이 정도입니다. 엘든 링을 기반으로 하되 코옵 플레이에 어울리도록 많은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가장 큰 변화로는 먼저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을 들 수 있습니다. 세키로처럼 주인공이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면 그간 프롬소프트의 소울라이크에서는 정해진 주인공이 없었습니다.
출신이라고 해서 초반 장비와 스탯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외형과 성별 등은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었죠. 스탯 역시 마찬가지여서 검사나 전사 등 근딜 출신을 골랐다고 해서 무조건 거기에 맞는 스탯을 올리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육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밤의 통치자'는 다릅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정해진 형태였죠. 플레이어는 8명의 '밤을 건너는 자' 중 한 명을 선택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시연에서는 추적자, 수호자, 레이디, 은둔자 4명의 캐릭터를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 외형부터 스탯, 스킬과 아츠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특색으로 무장한 걸 엿볼 수 있었습니다. 추적자와 수호자가 대표적이죠. 둘 다 근딜 캐릭터지만, 코옵 플레이에서의 지향점이 다른 건데요. 추적자가 전형적인 딜러형 근딜이라면 수호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탱커에 가깝습니다.
탱커의 존재는 원작을 생각하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소울라이크의 경우 영체 등을 소환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기에 탱커라는 역할 자체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밤의 통치자'는 코옵을 기반으로 한 만큼, 수호자의 역할이 두드러집니다. 여기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바로 '스킬'과 '아츠'입니다. 원작에서도 전회와 주문이 일종의 스킬로서 존재하긴 했지만, 강제된 건 아니었습니다. 근딜도 스탯 조건을 맞췄다면 자유롭게 주문을 쓸 수 있었죠. 하지만 스킬과 아츠는 다릅니다. 캐릭터의 직업을 구분하는 고유한 요소로서 존재합니다.
추적자가 탱커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추적자의 스킬과 아츠는 전형적인 딜러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와이어로 적을 끌어당기는 스킬과 빈틈을 노려서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아츠로 무장했죠. 반면 수호자는 주변 적들을 넘어뜨리는 스킬과 동료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는 아츠로 무장해 코옵 플레이에서 그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습니다. 레이디와 은둔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선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체력이 매우 낮지만, 대신 강력한 서포트 능력과 공격력으로 무장했습니다.
레이디의 경우 전형적인 서포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몸에 기본 스탯과 공격력 역시 추적자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편이지만, 이러한 부분을 스킬과 아츠를 통해 메꿨습니다. 레이디의 스킬은 적의 잔상을 만드는 것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이전의 행동과 대미지까지 재현할 수 있습니다. 보스에게 전회나 스킬, 아츠를 한 번에 몰아서 쓴 후 잔상을 만들면 대미지를 뻥튀기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죠.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물몸이기에 한두 방만 맞아도 죽기 일쑤이기 때문이죠. 그런 레이디에게 있어서는 자신과 동료에게 은신을 부여하는 아츠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보스의 어그로를 초기화함으로써 빈틈을 노리는 거죠. 물론 아츠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스가 광역기를 쓴다든가 하면 은신이고 자시고 맞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이를 레이디는 패시브 스킬로 보완했습니다. 블러드본의 회피가 떠오르는 모습으로 스텝을 밟듯이 회피할 수 있어서 다른 캐릭터들이 구르면서 피할 때 한결 수월하게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속으로 회피할 수 있어서 체력이 낮은 걸 회피를 통해 메꾼 느낌이었죠.
은둔자는 원작의 마술사에 해당하는 캐릭터로 플레이 스타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료가 보스를 상대하고 있을 때 안전한 거리에서 강력한 주문을 날리는 식입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다른 캐릭터와 달리 은둔자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요.
은둔자의 가장 큰 특징은 스킬을 통해 FP를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덕분에 원작과 달리 푸른 물방울의 성배병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부족하면 스킬을 써서 회복하면 되니 FP를 세밀하게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원작과 달리 주문을 거리낌 없이 쓰는 게 가능해진 거죠.
속성 조합 역시 눈여겨볼 만한 요소입니다. 스킬을 쓰면 FP를 회복하는 동시에 속성 슬롯이 차는 데 3개의 슬롯의 속성을 어떤 식으로, 어떤 순서로 조합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FP가 줄지 않는 버프부터 광역 냉기 마법, 화염 방사, 특대 화염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죠. 동료를 서포트하는 데 최적화된 아츠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적에게 디버프를 걸어서 일정 시간 공격할 때마다 체력과 FP를 회복하게 하는 것으로 원딜 마술사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부분적으로나마 힐러 역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특색이 다른 만큼, 이를 어떤 식으로 조합할지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시연에서도 이러한 조합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기도 했었는데요. 수호자가 있을 경우 파티의 안정성이 높은 편이었지만, 수호자를 제외한 추적자, 레이디, 은둔자로 파티를 구성할 경우 강력하지만, 탱커가 없기에 레이디나 은둔자가 쉽게 죽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시연에서는 캐릭터가 4명밖에 없었기에 수호자를 포함해서 조금씩 달라지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수호자의 존재감을 톡톡히 느낄 수 있었던 거죠. 이러한 캐릭터 조합에 대한 부분은 추후 정식 출시 버전에서 8명의 캐릭터가 전부 공개될 경우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캐릭터의 변화, 그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건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의 변화입니다. 원작과 달리 '밤의 통치자'는 세션제로 진행됩니다. 한 번의 세션은 약 40~50분(하루 약 15분) 정도이며, 밤이 되기 전에 자유롭게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사방에 배치된 필드 보스를 잡아 레벨을 올리거나 랜덤하게 나오는 장비를 파밍해 캐릭터를 육성해야 합니다.
자유롭다고 했지만, 여기에도 한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바로 '밤의 비'입니다. 밤의 비는 배틀로얄 장르의 자기장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낮 동안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밤이 되면 보스가 등장하는 곳을 중심으로 지역이 급속도로 좁아지는데 닿으면 체력이 빠르게 닳기에 서둘러 벗어나야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보스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장 방법은 제법 다양합니다. 필드 보스나 몬스터들을 사냥해 레벨을 올리거나 장비를 파밍하는 것부터 장비 강화를 위한 단석을 얻기 위해 광산에 가거나 성배병을 늘리기 위해 성당에 가는 것도 좋습니다. 플레이어 자신과 파티의 상황을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2번의 밤을 지나고 보스를 쓰러뜨리면 드디어 세션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밤의 왕'에게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밤의 왕을 잡거나 전멸할 경우 그대로 세션이 끝나면서 유물과 원탁에서 쓸 수 있는 영구 재화를 얻게 되는데요. 유물은 블러드본의 혈정석처럼 캐릭터에게 영구적인 패시브 능력을 부여하는 아이템으로 좋은 이를 파밍하고 조합하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유물은 적색, 녹색, 황색 세 종류였으며, 등급에 따라 옵션 갯수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가장 낮은 등급은 1개 옵션, 가장 높은 등급은 3개 옵션이 달린 식이었죠. 캐릭터들이 장착할 수 있는 유물 종류(색)가 저마다 다른 것도 특이했는데요. 예를 들자면 수호자는 적색 2개, 황색 1개의 유물을 장착할 수 있는 반면, 레이디는 적색, 녹색, 황색 각각 1개씩 장착할 수 있는 식이었습니다.
레벨업 방식 역시 사뭇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소울라이크에서는 플레이어가 일일이 어떤 스탯을 올릴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스탯 하나당 레벨이 1씩 오르는 방식이었죠. 반면 '밤의 통치자'는 직관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룬을 모아서 레벨을 올리면 캐릭터에 따라 알아서 스탯이 오르는 방식이죠. 캐릭터들의 직업적 특색을 유지하는 동시에 성장에 대한 고민거리를 덜어준 느낌이었습니다.
성장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보스를 처치할 경우 룬과 함께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3가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좋은 장비일 수도 있고 회피 시 낙뢰가 떨어지는 특별한 능력치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성배병 효율이나 체력, 방어력 등을 올려주는 능력치일 수도 있죠.
장비가 별로라면 좋은 장비를 선택하면 되고 반대로 이미 좋은 장비가 있다면 성배병 효율이나 체력 등을 올려주는 능력치를 선택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지만 쌓이다 보면 레벨업을 통한 것보다 더 큰 성장 폭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레이디와 은둔자처럼 체력이 낮은 캐릭터들의 경우 이를 통해 체력을 크게 올리는 것도 가능했죠.
성장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장비의 필요 능력치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필요 능력치가 사라진 대신 일반(흰색), 레어(파란색), 에픽(보라색), 레전더리(노란색) 4개의 등급별로 레벨 제한이 생긴 건데요. 시연 버전에서는 똑같은 등급의 아이템임에도 장비 옵션부터 무기에 붙는 전회나 주문 등이 저마다 다른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비에 대한 부분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른손과 왼손 각각 3개씩 총 6개의 무기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점은 그대로지만, 방어구는 고정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방어력을 올리기 위해선 레벨업을 하거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스를 잡고 방어력 등을 올려주는 옵션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게 된 거죠. 탈리스만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는데 최대 4개를 장착할 수 있던 것에서 최대 2개로 슬롯이 줄어들었습니다. 세션제로 바뀐 만큼, 파밍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한편, 시연에 앞서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요소를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멀기트의 습격입니다. 시연에서는 보통 2회차 밤에 멀기트가 보스로 등장했는데 습격의 경우 밤이 아님에도 아무런 전조도 없이, 다른 몬스터를 잡던 중 등장해 당시 시연을 진행한 모두를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적당히 거리를 벌리면 알아서 사라지겠거니 싶었지만, 죽을 때까지 쫓아와서 순간적으로 압박감이 느껴졌을 정도였죠. 그 대신인지 처치할 경우 보스로 만났을 때보다 더 좋은 장비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필드 디자인의 경우 원작과는 결이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몬스터, 필드보스, 광산, 봉인감옥, 아이템을 사거나 강화를 할 수 있는 상인, 성배병을 늘릴 수 있는 성당 등 다양한 요소들로 꽉꽉 채워진 느낌이었죠. 시간제한이 있는 세션제 특성을 고려한 필드 디자인으로 여겨졌습니다.
혼자서는 힘들어도 함께라면 괜찮아
"일어나, 밤의 왕... 잡아야지"
📒- 체력이 0이 될 경우 빈사 상태에 빠지는데 이때 동료를 때려서 부활시킬 수 있음
- 빈사 상태에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망하며, 레벨이 1감소하게 됨
코옵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파티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부활 시스템과 보스의 타겟팅이 그 주인공입니다. 원작과 달리 '밤의 통치자'에서는 죽을 경우 일차적으로 빈사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일정 시간 내로 구해주면 그 즉시 전투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횟수에 제한도 없죠. 최대 3인 코옵인 만큼, 이론적으로는 누구 한 명이 죽으면 다른 동료가 보스를 유인하는 사이 구하는 식으로 해서 서로 번갈아 가면서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나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망할뿐더러 빈사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빈사 게이지(가칭)가 최대 3개까지 증가해 부활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보스의 어그로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점 역시 주의해야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동료를 구하려다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 특히 도움이 되는 게 레이디의 아츠입니다. 아츠를 써서 은신을 하고 보스의 공격이 멈춘 틈에 동료를 구하면 됩니다.
부활 방법은 단순합니다. 심지어는 제법 유쾌하기까지 하죠. 다른 게임에서는 보통 쓰러진 동료에게 손을 얹어주곤 하는데 '밤의 통치자'에서는 쓰러진 동료를 공격하면 됩니다. 평타를 날리든 혹은 락온한 상태로 전회나 주문을 날려도 상관없습니다.
빈사 상태의 동료를 공격하면 빈사 게이지가 조금씩 깎이고 전부 깎게 되면 부활하게 됩니다. 다른 게임과는 사뭇 다른 이러한 방식을 차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보스전에서 죽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구태여 리스크를 짊어지고 동료를 부활시키는 게 아닌 난전 중 자연스럽게 부활시킬 수 있도록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죽음에 대한 리스크가 아예 사라졌다는 건 아닙니다. 빈사 상태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게 되는데 원작과 마찬가지로 룬을 떨굴 뿐만 아니라 레벨이 1감소하기까지 합니다. 연속해서 레벨이 내려가는 건 아니지만, 1레벨 차이로 레전더리 장비를 못 드는 경우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엘든 링이면서 엘든 링 아닌 듯한 너
속도감이 느껴지는 게임 플레이가 선사하는 상쾌함
📒- 새로운 이동 방식으로 질주와 벽타기가 추가됨. 토렌트와 비교했을 때 훨씬 쾌적한 편
- 전투 중 질주를 할 경우 스태미나가 소모되지만, 보스의 공격을 피하고 빠르게 접근하는 식으로 활용 가능
- 약간의 단차만 존재한다면 벽타기로 폐허가 된 성벽이나 절벽을 오르는 것도 가능
프롬소프트의 소울라이크는 아무래도 속도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던 게임들이었습니다. 블러드본과 세키로가 그나마 경쾌한 쪽에 속했지만, 이 역시 다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의 얘기였죠. 엘든 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넓은 필드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요소로서 토렌트가 추가되기도 했지만, 이동 시 조금 더 편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랬던 이동 방식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토렌트가 빠지고 그 빈자리에 달리기보다 더 빠른 '질주'가 자리를 잡은 거죠.
질주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범용성을 들 수 있습니다. 토렌트의 경우 쓸 수 있는 보스전이 제한된 데다가 마상 전투에 특화된 몇몇 보스에서나 쓰이곤 했습니다. 그 외에는 단순 이동용 수단에 불과했죠. 하지만 질주는 달랐습니다. 달리기와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에서든 상관없이 쓸 수 있었죠. 전투 중이 아니라면 스태미나가 닳지 않기에 필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것도 가능합니다.
전투 중이 아니라면, 이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질주는 전투 중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보스전 등에서는 재빠르게 보스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혹은 반대로 광역기를 피하고자 빠르게 거리는 벌리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토렌트와 비교한다면 소환하는 모션을 취할 필요도 없고 마상 공격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어서 편의성과 활용도 모두 압도적으로 좋은 느낌이었죠.
벽타기 역시 여러모로 제 몫을 톡톡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주와는 달리 전투에서는 딱히 쓰임새가 없었지만, 반대로 필드를 이동할 때는 그야말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원작에서는 다소 애매한 높이여서 올라갈 수 없었던 그런 장소도 벽타기 있다면 순식간에 오르는 게 가능했습니다. 수직 절벽이 아닌 약간의 단차가 있다면 산양이 절벽을 오르듯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소울라이크의 오랜 친구인 낙사가 없는 점 역시 여러모로 흥미로웠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대미지를 입지 않기에 '밤의 통치자'에서는 조심스럽게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길이 끊어졌다고 해서 빙 돌아갈 필요 없이 절벽을 뛰어내리고 뛰어넘으면 될 뿐입니다.
이러한 두 요소가 맞물린 덕분에 '밤의 통치자'의 플레이 감각은 원작과는 사뭇 다릅니다. 기본적인 공격속도나 패링, 회피 타이밍 등의 경우 원작과 차이가 없음에도(적어도 시연하면서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원작의 묵직함이 아닌 호쾌함이 느껴질 정도였죠. 동료들과 함께 필드를 질주하면서 벽을 타고 넘을 때는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상쾌함마저 들 정도였으니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굳이 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엘든 링 원작부터 확장팩인 황금 나무의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연타석 홈런을 날린 만큼, '밤의 통치자'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금 나무의 그림자가 이미 형 못지않은 아우라는 걸 증명한 만큼, 막냇동생인 '밤의 통치자' 역시 그러하다는 걸 증명해야 하죠.
다행스럽게도 이번 시연으로 국한한다면 '밤의 통치자'는 이를 충분히 증명한 모습입니다. 색다른 시스템들로 무장해 분명 엘든 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느낌을 선사했을 정도니까 말이죠. 이는 단순히 느낌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지만, 시연에서의 재미만큼은 황금 나무의 그림자보다도 더 재미있다고 느꼈을 정도입니다.
'밤의 통치자'는 오는 5월 30일 패키지 및 DL로 정식 출시 예정입니다. 스핀오프지만, 어지간한 기대작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재미로 똘똘 뭉친 만큼, 관심이 간다면 이번 네트워크 테스트를 놓치지 말길 바랍니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어쩌면 저처럼 원작 그 이상의 재미를 느끼실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웹진 인벤 윤홍만 기자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