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직업의 딜사이클을 공부하려고 할 때 우리는 보통 가이드부터 찾아보는데요,
와우헤드, 아이시베인 등등 가이드가 워낙 많아서 어떤 것을 봐야 될지도 고민거리고, 또 가이드의 내용이 서로 다를 경우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리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이럴 때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가 바로 "심크 APL"입니다.
딜을 최적화하려는 열정이 있는 분들은 자기 직업의 심크 APL을 한번쯤 확인해 보세요.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APL이 뭐임? & APL 보는 법
APL은 Action Priority List (행동 우선순위 목록) 의 약자입니다.
지루하고 현학적인 설명에 앞서서 APL을 직접 한번 보고 가겠습니다.
먼저 raidbot 사이트에 가서 자기 캐릭터의 Quick sim을 돌리면 리포트가 나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Full HTML Report 를 클릭하면 평소보다 내용이 많은 리포트를 볼 수 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Action Priority List 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으윽.... 머리가 어지럽고 읽기가 싫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그래도 참고 조금만 살펴봅시다.
APL에는 4개의 표가 있습니다. 표의 이름은 각각
actions.precombat / Default action list / actions.cds / actions.st_ss 인 것 같습니다.
actions.st_ss 의 맨 위 3줄을 따로 살펴봅시다.
comet_storm,if=prev_gcd.1.flurry&buff.icy_veins.down
flurry,if=cooldown_react&remaining_winters_chill=0&debuff.winters_chill.down&(prev_gcd.1.frostbolt|prev_gcd.1.glacial_spike)
frozen_orb,if=cooldown_react&(cooldown.icy_veins.remains>22|buff.icy_veins.up)
이걸 한글로 번역하고 가독성을 좀 살려주면 이렇게 쓸 수 있습니다.
혜성 폭풍 | 직전에 진눈깨비를 썼고, 얼음 핏줄이 꺼져있을 때
진눈깨비 | 적에게 혹한의 추위 디버프가 없고, 직전에 얼화 또는 혹쐐를 썼을 때
얼구 | 얼음 핏줄이 켜져있거나, 쿨타임이 22초 넘게 남았을 때
아이시베인 냉법 가이드와 비교해 봅시다.
정확히 같은 내용이 써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APL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APL이란, 컴퓨터한테 보여주기 위해 쓴 딜사이클 가이드 입니다.
전투 시뮬레이션 속에서 컴퓨터는 매 글쿨마다 APL (가이드) 를 계속 확인합니다. 자기 스킬 쿨, 버프 상황, 적의 체력 등의 조건을 체크하고, APL에서 쓰라는 스킬을 시전합니다.
컴퓨터가 읽어야 하기 때문에 조건문이 꼼꼼하고 복잡하게 걸려 있을 뿐입니다.
맨 처음에 언급했듯, 심크 APL이란 가장 신뢰할 만한 딜사이클 가이드입니다.
일반적인 가이드보다 더 디테일한 경우가 많아서 한번 읽어보면 도움이 됩니다.
2. APL 수정 후 테스트하는 법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APL은 가장 정답에 가깝긴 하지만, 100% 정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APL도 결국 사람이 적은 가이드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APL은 기계가 알아서 도출해낸 정답 같은게 아닙니다. 그냥 시즌 열리면 직업 고수들이 모여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서 가장 dps가 높게 나온 사이클을 잘 기록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 . . 한 직업의 딜사이클을 깊게 파다 보면 . . . APL이 좀 틀린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든 적 없으시면 요기까지만 읽으시면 됩니다)
자신만의 딜사이클이 더 좋은게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APL을 자기 사이클대로 수정한 다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됩니다. 심크의 Advanced 탭에서 해볼 수 있습니다.
예시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아까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요, 얼구를 얼핏 쿨타임이 22초 이상 남았을 때만 사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 조건 없이 그냥 얼구 쿨 오는 족족 써버리는게 더 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이클로 심크를 돌려보고 dps가 오르는지 내리는지 확인해 봅시다.
Quick Sim 의 Full HTML Report 에서, 스크롤을 끝까지 내리면 Profile 항목이 있습니다.
텍스트가 굉장히 많으므로 뭐가 뭔지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 이름의 리스트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actions.aoe_ff 는 "서리불꽃 광딜 사이클" 이라는 뜻입니다. (ff는 frostfire의 약자입니다)
"타겟 수 확인" 칸을 보시면 이런 라인이 있습니다:
actions+=/run_action_list,name=aoe_ff,if=talent.frostfire_bolt&active_enemies>=3
즉, 서리불꽃 화살 특성이 찍혀있고 (= 영특이 서리불꽃이고) 3타겟 이상이면 광딜사이클을 돌리라는 뜻입니다.
냉법의 APL은 건실한 구조로 짜여있는데요,
1) 얼핏/장신구 등의 쿨이 돌았다면 사용해 주고,
2) 타겟 수를 확인해서 광딜/2타겟/단일딜 여부를 구분,
3) 해당 사이클의 행동 리스트를 불러옴
이런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냉법이 광딜/단일딜 사이클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쿨기(얼핏)은 똑같이 켜도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냉법의 딜사이클이 심플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APL도 심플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APL 구조는 직업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전체적인 구조를 먼저 파악해야 내가 어디를 수정해야 할 지 알 수 있습니다.
예시로 돌아갑시다. 우리의 목표는 얼구 쿨 오는 족족 써버리는 사이클을 만드는 겁니다.
즉, 주문술사 단일 (actions.st_ss) 리스트의 3번째 라인을,
frozen_orb,if=cooldown_react&(cooldown.icy_veins.remains>22|buff.icy_veins.up)
->
frozen_orb,if=cooldown_react
로 바꿔주면 됩니다. 쿨이 있다면 다른 조건은 확인하지 않고 즉시 시전하게 됩니다.
이제 수정한 텍스트 파일을 복사해서 Advanced 탭의 Input 칸에 붙여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끝입니다.
돌려보니 1.610M이 나왔습니다. 심크 APL의 dps는 1.616M이었으므로 0.4% 약해졌네요.
이번 수정안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얼구를 얼핏 쿨타임이 "22초" 이상 남았을 때 사용하라고 했는데,
정말 22초가 최적일까요? 10초나 30초, 40초 이상일 때 사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는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10초, 30초, 40초 심크를 각각 돌려서 확인해도 되지만, 한꺼번에 돌려서 비교하는 방법이 있어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Quick sim을 돌려 나온 Profile을 그대로 복사합니다.
그리고 텍스트 파일의 맨 밑에 다음 내용을 추가합니다.
기존 프로필에서 actions.st_ss 만 바꿔서 이름을 "orb 10s" 라고 붙이겠다는 뜻입니다.
단 주의하실 점은, 한 줄만 바꿀 거라고 그 한 줄만 쓰면 안됩니다. 즉, copy="orb 10s" 아랫 줄에,
actions.st_ss+=/frozen_orb,if=cooldown_react&(cooldown.icy_veins.remains>22|buff.icy_veins.up)
이것만 적어서 돌리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actions.st_ss 파트는 전부 다 적어주셔야 합니다.
이유는 첫 줄이 actions.st_ss= 이고 둘째줄부터는 actions.st_ss+=/ 이기 때문입니다. 코딩 배우신 분들은 대강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 copy="orb 30s", copy="orb 40s" 도 만들어주신 다음 Advanced 탭에 넣어서 돌리면 끝입니다.
이렇게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번에는 심크 기본 APL을 이겼군요.
얼구는 얼핏 쿨타임이 30초 이상 남았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dps 상승량은 0.1% 입니다.
APL 깎아가면서 와우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은 극성으로 와우하는 사람들끼리 정보 공유좀 할까 해서 적었습니다. 저도 직업 디코나 심크 위키 뒤져가면서 독학한거라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더 편한 방법이나 다른 도구들을 아시는 분은 훈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인벤 레이드 엘렌시아드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