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신생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신작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 원정대)'가 오는 24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6월 XBOX 게임 쇼케이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33 원정대'는 첫인상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예술적인 비주얼, 독창적인 세계관 설정, 몰입감을 더해주는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도 턴제 전투에 반응형 액션을 더한 신선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요소들로 가득했다. 이어지는 게임스컴에서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는 개인적이지만, 내 마음속 '다크호스'로까지 자리매김했을 정도였다.
이 게임, 확실한 한 방을 가지고 있다
그랬던 기대감이 확신으로 바뀐 건 지난 3월 데모를 체험하면서부터다. 단순한 기대작, 다크호스를 넘어 어쩌면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GOTY) 후보에 올라도 손색이 없는 게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33 원정대'는 흠 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식 출시 버전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33 원정대'는 수많은 대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게임이며, 나아가 턴제 RPG 장르의 새로운 지표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게임명: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장르명: 턴제 RPG
출시일: 2025. 4. 24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
서비스: 케플러 인터랙티브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C
터무니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지독할 정도로 잔혹한 세계
게임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비주얼에 대해서는 '환상적'이라는 표현으로 충분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적이라는 건 단순히 그래픽이 좋다는 의미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비주얼 콘셉트라고 해야 할까. 뤼미에르부터 본격적인 여정의 첫발을 떼는 봄의 목초지, 육상에서 바다를 구현한 듯한 공중 수역에 이르기까지 마치 거친 붓 터치가 들어간 듯한 몽환적인 비주얼을 선사한다. 이는 단순한 비주얼만의 얘기가 아니다. UI와 캐릭터들의 모션, 연출 등 모든 요소가 같은 톤 앤 매너를 따르며, 게임의 비주얼 콘셉트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비주얼에 대해 특히 감탄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화려한 비주얼을 추구하다 보면 그 화려함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너무 화려하다 보니 눈이 피곤하다든가 하는 식이다. 하지만 '33 원정대'의 화려함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림이나 색채 등을 콘셉트로 삼은 덕분인지 화려함과 난잡함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이런 감각은 전투 연출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누군가에는 이마저도 과하다며,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르는 부분이지만, 처음부터 이런 식의 화려한 연출을 싫어하는 그런 게 아니라면 '33 원정대'의 액션은 대체로 누구나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화려한 기술들을 보노라면 눈이 즐거울 정도다. 페이셜 모션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성우들의 열연이 더해진 실감 나는 페이셜 모션은 '33 원정대' 서사의 완성도를 더해줄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적화는 어떤 면에서는 요즘 게임답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신생 개발사가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이 정도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인상적인데, '33 원정대'의 최적화는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이다. 턴제 RPG지만, 반응형 액션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어지간한 액션 RPG 못지않을 정도로 최적화가 중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수십 시간을 하면서 최적화로 인해 불쾌한 기분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 비주얼은 게임의 분위기와 내러티브를 함께 떠받드는 중요한 요소다. '33 원정대'의 세계는 겉보기에 몽환적이고 아름답지만, 그 속은 지독할 정도로 잔혹하다. 얼핏 보기엔 동화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공간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어딘가 뒤틀린 느낌을 준다. 뤼미에르의 중심에 서 있는 에펠탑은 전통적으로는 아름다움의 상징이지만, 여기서는 폐허와 불길함의 인상을 풍기며 세계관의 모순과 불안을 상징한다.
이 모든 배경 위에 등장하는 '고마주(Gommage)'는 이 세계의 잔혹함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번씩 페인트리스는 잠에서 깨어나 거석에 새겨진 숫자를 지워버린다. 그 숫자에 해당하는 나이의 사람들은 마치 그림이 지워지듯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페인트리스는 새롭게 거석에 숫자를 새긴 후 다시 잠에 빠진다. 매년 수명이 줄어드는 세계. 원정대가 조직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절망적인 규칙이 지배하는 잔혹한 세계에서, 페인트리스가 다시는 죽음을 그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마지막 1년을 페인트리스 타도를 위해 떠나는 것이다.
고마주는 단순한 장치가 아닌, 게임 세계관의 핵심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이 아니라, 예정된 죽음이 주는 공포. 33 원정대'는 바로 이 비틀린 세계를 시각적으로도, 설정적으로도 깊이 있게 풀어낸다.
턴제 RPG 역대 최고의 액션성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어도 지겹지는 않다
여타 턴제 RPG와 차별화된 '33 원정대'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단연 반응형 액션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일반적인 턴제 RPG는 특유의 정적인 흐름으로 인해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다소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아무리 연출을 화려하게 만든다고 한들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와 적이 번갈아 가며 행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어떤 순서로 조작할지, 어떤 스킬을 쓸지, 혹은 어디로 이동할지 등을 차분히 고민하며, 전략을 세우는 것이 턴제 RPG의 핵심 매력인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한계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턴제 RPG들이 속성 상성, 약점 공격, 캐릭터의 영구 사망 같은 전략적 요소를 도입해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전략의 깊이를 더한 정도에 불과하며, 턴제 RPG 특유의 느릿한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반면 '33 원정대'는 회피, 쳐내기, 점프 등의 반응형 액션을 도입함으로써 턴제 RPG가 지닌 구조적 단점이자 한계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들 반응형 액션은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쳐냄으로써 대미지를 0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플레이어가 개입함으로써 원래라면 한 방만 맞아도 죽을 수 있는, 레벨이 낮다면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한 대도 맞지 않고 처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즉, 단순히 캐릭터의 레벨이나 능력치에만 의존하는 전투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조작과 숙련도에 따라 전투 결과가 달라지는 능동적인 시스템을 구현해 낸 것이다.
가장 쉽고 직관적인 요소로는 회피를 들 수 있다. 비교적 판정 타이밍이 넉넉해, 패턴이 익숙하지 않거나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 안정적이다. 반면 쳐내기는 회피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무효화할 수 있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보상도 확실하다. 모든 공격을 성공적으로 쳐낼 경우, 강력한 카운터 공격이 발동되기 때문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숙련된다면 회피보다 훨씬 효율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액션인 점프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점프 전용 패턴은 회피나 쳐내기로는 피할 수 없으며, 오직 점프로만 회피가 가능하다. 후반부에 습득하는 그래디언트 카운터 역시 점프와 비슷하다. 적의 그래디언트 공격이라는 특수 패턴에만 대응 가능하다.
이는 전투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이자, 플레이어가 단조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설계된 메커니즘이라 볼 수 있다. 보스의 경우 일반 공격과 점프 공격, 그리고 그래디언트 어택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의 방법을 조합해서 공격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보스전에서는 한치도 방심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렇게만 적으면 무조건 쳐내기가 이득인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또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33 원정대'에 등장하는 적들의 공격 패턴은 마냥 정직하지 않다. 초반부터 종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해 온다. 정박과 엇박을 섞어서 쓰는 적이 있는가 하면 한 대씩 치다가 갑자기 연타를 날리기도 하고 연타를 하는데 공격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등 다양하다.
이러한 반응형 액션은 비단 방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격을 보조하는 요소로는 QTE가 존재한다. 일정량 AP가 쌓였다면 AP를 소모해서 스킬을 쓸 수 있는데 이때 스킬마다 다른 QTE가 뜨게 된다. 연달아서 뜨는 게 있는가 하면 한 번만 뜨고 끝나는 것도 있는데 QTE에 성공할 경우 피해가 증가하거나 보너스 효과가 추가되는 등 스킬의 효과가 향상된다. 완벽 타이밍에 성공할 경우에는 효과가 더 강해진다고 하니 그냥 스킬을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모로 게임에 더 집중하도록 만든 셈이다.
물론 QTE가 누구에게나 먹히는 그런 요소인 건 아니다. 장르에 따라서는 계속 QTE를 신경 쓰게 만들어서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고 실패 시의 리스크가 큰 만큼, 되려 번거롭게 여길 수도 있다. 개발사인 샌드폴 인터랙티브 역시 이를 의식한 것 같다.
옵션에서 QTE 옵션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데 비활성화할 경우 무조건 QTE가 성공하도록 나름의 방책을 마련했다. 완벽 타이밍이 아닌 일반 타이밍으로 판정된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좀 더 쾌적한 플레이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33 원정대'의 전투 시스템에서 사격은 단순한 보조 수단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턴제 RPG에서는 캐릭터의 평타와 스킬은 자신의 턴에 한 번씩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되지만, 사격은 AP(일종의 스킬 포인트)만 넉넉하다면 한 턴 내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평타나 스킬과 비교하면 많이 약한 편이지만, 사격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자유롭게 조준해서 적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의 약점을 정확히 공격할 경우 큰 대미지와 함께 많은 기절치를 누적시킬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적에게는 특효이기도 하다. 비행형 적처럼 일반 평타나 근접 스킬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격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 수단이 된다. 이 외에도 사격은 적의 실드 제거용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어떤 적들은 실드를 지녔거나 실드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실드는 대미지에 관계없이 모든 공격을 무효화한다. 실드는 대미지를 입을 때마다 하나씩 없어지기에 이럴 때는 한 턴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사격이 핵심 전략이 된다.
즉, 사격은 단순한 보조 공격을 넘어 실드 제거, 약점 공략, 특정 적 대응 등 명확한 전술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전투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지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주며, 전략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실제로 보조인 것도 어디까지나 초반의 이야기에 국한된다. 후술할 픽토스, 루미나 조합에 따라서는 사격만으로도 적을 처치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더욱 놀라운 건 턴제 RPG와 반응형 액션의 접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거부감, 흔히들 말하는 번거로움조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턴제 RPG보다는 액션 RPG를 더 좋아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리듬감 있는 전투, 손맛, 타이밍의 묘미를 더한 덕분인지 중후반부에 접어들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턴제 RPG임에도 불구하고 액션 RPG처럼 하면 할수록 깊이감이 더해지는 전투로 인해 더욱 게임에 빠져들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33 원정대'의 전투는 턴제 RPG의 전략성과 액션 RPG의 직관적 조작이 조화를 이루며, 지금까지의 턴제 RPG와는 전혀 다른 속도감과 액션성을 선사한다. 전통적인 턴제 RPG와 액션 RPG의 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은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무궁무진한 조합의 재미
무기, 픽토스, 루미나가 자아내는 앙상블
보통 턴제 RPG라고 한다면 성장폭이 제한된 면이 있다. 탱커형, 전사형, 마법사형, 힐러형 등으로 구분되는 식이다. 탱커가 딜도 할 수 있도록 만든다거나 근딜 전사가 서브탱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변주를 가하는 정도는 가능해도 마법사가 탱커 수준의 맷집을 자랑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33 원정대'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은 액션 RPG에 가까운 자유도를 보여준다. 레벨이 오르면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를 각각 획득하며, 스탯은 활력, 무력, 민첩, 방어, 행운의 5가지 항목 중 원하는 능력치를 자유롭게 분배할 수 있다. 캐릭터의 포지션과 특성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으며, 특히 무기의 스탯 보정에 따라 전략적인 분배가 요구된다.
무기마다 민첩이 높을수록 피해가 증가하거나, 무력 기반으로 대미지가 계산되는 등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 중인 무기의 특성에 맞춰 유기적인 스탯 배분이 필요하다. 다만 초반에 올린 스탯이 후반에 발목을 잡는 구조는 아니다. 스탯 초기화 아이템을 통해 언제든지 다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유연한 육성 방향을 잡는 것이 가능하다.
장비 시스템은 다른 게임과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장비는 크게 무기, 픽토스, 루미나 세 가지로 구성된다. 무기는 다른 RPG들과 유사하게 다양하며, 앞서 언급한 스탯에 따른 보정부터 속성, 그리고 무기 레벨을 올릴수록 해금되는 옵션을 고려해서 원하는 걸 장착하면 된다. 무기를 고를 때 특히 중요한 건 바로 이 옵션이다. 루네의 무기를 예로 들자면 불 속성 스킬을 쓸 때마다 추가로 얼룩을 만드는 무기가 있는가 하면 사격 시 무작위로 얼룩을 생성하는 무기까지 다양하다. 얼룩을 모아서 스킬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메커니즘을 지닌 루네인 만큼,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이를 조합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무기가 각 캐릭터가 지닌 메커니즘 내에서의 변화를 보여준다면, 픽토스와 루미나는 그 이상의 변화를 선사한다. '33 원정대'에서는 픽토스와 루미나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빌드를 만들 수 있다.
픽토스는 일종의 액세서리라고 할 수 있다. 각 캐릭터는 최대 3개의 픽토스를 장착할 수 있는데 저마다 생명력, 속도, 치명타율 등의 능력치를 지녔다. 픽토스 조합에 따라 치명타율을 극대화하거나 방어, 생명력 등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건 '33 원정대'가 지닌 장비 조합 시스템의 편린에 불과하다. 픽토스의 진면목은 거기에 달린 루미나에 있다.
픽토스를 장착하고 4번의 전투를 치르면 루미나라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이 해금된다. 이렇게 해금된 루미나는 픽토스를 장착한 캐릭터에 상관없이 루미나 점수를 소모해서 활성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스타브가 '기본 공격 피해 50% 증가' 루미나가 붙은 픽토스를 해금했다면, 다른 캐릭터가 해당 픽토스를 장착하지 않아도 루미나 점수를 소모해 그 효과를 자유롭게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각 효과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루미나의 양은 고정값이 아니며, 효과마다 소모량이 다르기 때문에 초반에는 효율적인 조합 설계가 중요하다. 루미나 점수가 3밖에 들지 않는 게 있는가 하면 15나 20이 드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루미나를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루미나 점수는 루미나 색상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점차 상한을 확장할 수 있다. 초반에는 지니고 있는 픽토스가 적을뿐더러 루미나 점수 역시 얼마 없기에 활성화할 수 있는 루미나도 4~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많은 픽토스와 루미나를 얻게 되고 루미나 점수도 넉넉해지는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그간 얻은 픽토스와 루미나 조합을 활용해 색다른 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격 위주의 빌드를 구성하고자 한다면 조준 대미지 증가, 사격 시 확률적으로 징표 부여, 징표 대상 공격 시 연소 효과 부여, 징표 대상 공격 시 턴당 AP +2, 연소 상태인 적에 대한 피해 증가, 적 처치 시 AP +2 등의 루미나를 활성화하는 식이다. 잘만 조합하면 사격 한 방이 평타 한방을 능가하는 것도 가능해 어지간한 스킬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또는 생존에 특화된 방어형 빌드도 구성 가능하다. 전투 개시 시 자동 방어 버프, 쳐내기 성공 시 체력 회복, 카운터 시 체력 회복, 받는 모든 치유량 2배 증가, 쳐내기 성공 시 AP +1 등 다양한 루미나 조합을 통해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쓰러지지 않는 철벽형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카운터 공격 피해 증가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말 그대로 쳐내기와 카운터만으로도 적을 처치할 수 있을 정도다.
'33 원정대'의 장비 시스템은 단순히 스펙을 올리는 수단을 넘어, 전투 스타일과 전략적 선택을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올라운더 빌드부터 평타를 극대화하는 빌드, 혹은 생존에 특화된 빌드까지 다양한 빌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턴제 RPG로서의 정체성 역시 간과하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의 다크호스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33 원정대'는 비주얼, 게임 시스템, 세계관 모든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게임의 세계관은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서,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와 감성을 견고하게 구성하고 있다. 벨 에포크 시대의 우아함과 몽환적인 비주얼이 어우러진 세계는 탐험의 재미를 극대화하며, 반응형 액션이 결합된 전투 시스템은 기존 턴제 RPG의 정형성을 깨고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제시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33 원정대'는 2025년을 대표할 만한 RPG 중 하나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기존 RPG 팬은 물론이고 새로운 방식의 전투와 몰입감 있는 내러티브를 찾는 게이머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굳이 아쉬운 부분을 들자면 서브 퀘스트와 관련해서 마커 등의 도움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뭘 갖다줘야 하는지 대화를 통해 유추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전 게임의 향취가 느껴지는 이 부분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듯하지만, 딱 그 정도에 그친다. 불쾌하기보다는 다소 불편한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체험기에서 필자는 '33 원정대'를 게임스컴 2024의 다크호스에서, 올해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게임이라 평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그 표현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33 원정대'는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니다. 이 게임은 GOTY 반열에 올라설 자격을 충분히 갖춘 작품이며, 향후 턴제 RPG 장르가 나아갈 방향성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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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설정의 세계관, 그리고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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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 X, 발로 뛰는 서브 퀘스트
턴제 RPG치곤 다소 높은 조작 난이도
웹진 인벤 윤홍만 기자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