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위해 출시 전부터 '킹덤 컴: 딜리버런스2'를 지나치게 열심히 한 결과, 기사를 내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보헤미아 땅에 완수해야 할 일은 존재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도 특유의 게임플레이가 마음에 들었기에, 새 게임+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임에도 일부러 처음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는 나날을 보내야 할 정도였죠.
게임이 출시된 지 약 3개월, 그동안 워호스 스튜디오는 몇 차례 게임에 새로운 콘텐츠를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가장 최근 진행된 1.3 업데이트에서는 첫 번째 유료 DLC인 '죽음의 붓질'을 선보였고, 이와 함께 무료 업데이트로 승마 경주 같은 콘텐츠도 함께 추가했습니다. 과연, 첫 번째 DLC는 헨리의 여정을 얼마나 더 풍성하게 만들었을까요. 직접 보헤미아로 돌아가 체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묘한 화가, 보이타와의 만남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첫 번째 유료 DLC, '죽음의 붓질'은 게임플레이의 초중반부(?)의 배경이 되는 트로스코비츠와 이후 쿠텐버그 지역 모두를 아우르는 퀘스트라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아직 첫 지역을 플레이하던 이용자라면 손쉽게 보라색 마크를 따라 가 퀘스트를 시작할 수 있지만, 이미 쿠텐버그 지역에 왔다면 역마차를 이용해 지역 이동을 해야 합니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죽음의 붓질'은 헨리가 숲속에 꽁꽁 묶여 있는 기묘한 화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정도로 기묘하냐면,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인간의 두개골을 들고 다니며 거기에 말을 걸 정도로 기묘하죠. 첫 컷신부터 킹덤 컴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며, '보이타'라는 화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보이타는 중세 시대의 화가로서 예술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는 인물로, 그간 헨리가 마주해 온 이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와 비교하면, 확실히 창작열(또는 예술혼)을 불태우고자 하는 NPC는 본편에 잘 없었던 것 같은 기억입니다. 거기에 보이타는 종종 무언가에 쫒기듯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차차 퀘스트를 진행하며 풀어나갈 문제가 되어주죠.
이후 트로스키 성에 거주하게 되는 보이타와 헨리의 여정은 보이타가 '평생에 가장 중요한 역작'을 만들도록 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이상하리만큼 특정한 일에 강박을 보이는 보이타를 보며, 헨리는 언제나 그렇듯 다양한 관점으로 도움을 줄 수 있죠.
몇몇 퀘스트는 꽃을 따거나, 알을 구하는 등 허드렛일로 이뤄져 있지만, 게임 특유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분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도난당한 보이타의 붓을 얻기 위해 도둑을 주님 곁으로 보낼지, 아니면 설득을 통해 붓만 얻어낼지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몫이죠. 이후 과정에서는 높은 잠입이나 음주 레벨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메인 퀘스트를 모두 진행한 이후라면 별 문제 없이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였습니다.
마찬가지로 헨리가 보이타를 도우면서 행하는 여러 행동의 선택지들은 퀘스트 진행과 결과에 미묘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그 임팩트가 본편만큼 큰 편은 아니죠. 아마도 이렇게 느껴지는 데에는 퀘스트를 진행함으로써 얻는 보상의 결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방패에 색칠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죽음의 붓질' 업데이트로 인해 게임에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보이타와의 대화를 통해 방패 문양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무려 100가지가 넘는 디자인과 색상 조합으로 나만의 방패를 만들 수 있고,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본편에서는 구할 수 없던 장비 아이템도 얻을 수 있죠.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변화들이 핵심 게임플레이에는 거의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1인칭 전용 게임인 만큼, 방패를 아무리 꾸며도 실제 게임에서 이를 구경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포토 모드를 잘 활용하는 플레이어 정도만이 방패 꾸미기의 진정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뿐이며, 개인적으로는 방패를 착용하지 않고 양손으로 롱소드를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색칠을 위해서는 일단 도적을 때려잡아 방패부터 구해야 했습니다.
두 개의 지역을 다 활용하는, 거대한 퀘스트라인 하나가 더 생겼다는 점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편은 아니었다는 것이 솔직한 심경입니다. 아마도 이는 게임을 모두 완료한 뒤에 이번 퀘스트를 진행해서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헨리가 도망쳐 나오게 되는 트로스키 성에 다시 가서, 낯선 화가를 도와준다는 것이 썩 와닿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다회차 플레이를 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퀘스트라인 추가와 함께,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었기 때문이죠. 특히 유목민 캠프에 생긴 말 경주와 마상 궁술 경기는 예상 외로 재미있는 경험이었는데, 크로스코비츠 지역 전체를 무대로 하는 레이스에 정해진 규칙도 별로 없어서(숲으로 가로지르는 것도 허용) 나름의 재미를 갖췄습니다.
두 개 더 남은 유료 DLC에 거는 기대가 크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의 첫 DLC, '죽음의 붓질'은 출시 3개월 만에 등장한 반가운 신규 콘텐츠였지만, 본편의 깊이를 생각하면 아쉬울 가능성 또한 충분합니다. 스토리나,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 측면 모두에서 말이죠. 그럼에도 방패 꾸미기와 무료로 업데이트된 경주 등은 전반적인 게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한 모습입니다. 거기에 꽤 예전에 추가된 이발 시스템이 더해지며, 좀 더 새로운 느낌으로 보헤미아를 거닐 수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이 DLC가 '6,100원'의 가치가 있느냐?" 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애매한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만한 값어치는 하는 콘텐츠 완성도인 것 같긴 한데, 이 DLC가 없다고 해서 본편의 경험이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방패가 본편엔 없었던 플레이어, 모든 퀘스트 마커를 다 지워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 플레이어, 또는 이미 시즌패스가 포함된 에디션을 산 플레이어 정도라면 '죽음의 붓질'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예정된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의 유료 DLC는 2개. 여기에 거는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각각 헨리의 대장장이 면모를 부각하는 것, 그리고 세들레츠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며, 개발사 워호스는 두 DLC 모두 연내 출시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웹진 인벤 김규만 기자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