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소프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새로운 도전작 '엘든 링: 밤의 통치자(이하 밤의 통치자)'가 오는 5월 30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DLC나 확장팩에 익숙한 프롬소프트이지만, 이번 작품은 결이 다릅니다. 기존 콘텐츠를 '확장'하는 대신 원작을 토대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엘든 링의 전투 시스템에 세션제와 협동 플레이를 접목시켜, 원작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 경험을 선사하죠.
원작의 DNA를 간직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내는 '밤의 통치자'. 프롬소프트의 이 대담한 실험이 과연 성공작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요?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림벨드에서 지새웠던 수많은 밤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볼까 합니다.
게임명: 엘든 링 밤의 통치자
장르명: 코옵 소울라이크
출시일: 2025. 5. 30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
개발사: 프롬소프트
서비스: 프롬소프트
플랫폼: PC, PS4, PS5, Xbox One XSX|S
플레이: PC
소울라이크는 묵직하고 답답하다?
'밤의 통치자'는 상쾌하고 통쾌하다
'밤의 통치자'는 원작 엘든 링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밤을 건너는 자로 명명된 8인의 개성 넘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새로운 모험의 무대 림벨드 등 독자적인 색채를 띤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원작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세션제' 시스템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이 서사시적이고 방대한 모험에 방점을 찍었다면, '밤의 통치자'는 세션제를 기반으로 원작의 핵심적인 전투 경험을 압축하여 제공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로 인해 게임 플레이 역시 세션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됩니다.
한 번의 세션은 최대 약 50분으로 진행되며, 낮과 밤의 시간 흐름이 존재합니다. 플레이어는 최대 3명이 협력하여 낮 동안 필드를 자유롭게 탐험하며 룬을 모아 캐릭터를 레벨업하거나 장비를 파밍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강력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며, 이를 처치하는 것이 주된 플레이 방식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캐릭터를 성장시켜, 최종적으로 3일 차에 마주하는 '밤의 왕'을 쓰러뜨리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스토리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점 외에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밤의 통치자'는 근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에서 원작과는 사뭇 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시간제한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낮에는 자유로운 필드 탐험이 가능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밤에는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밤의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보스가 등장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플레이어가 돌아다닐 수 있는 구역이 급격히 좁아집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제한된 낮 동안 최대한 효율적으로 필드를 누비며 캐릭터를 빠르게 성장시켜야 합니다.
캐릭터 성장 방식 또한 원작과 차별화됩니다. 룬을 사용하여 레벨을 올린다는 기본 골자는 동일하지만, 그 방향성이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특정 스탯을 투자할 때마다 레벨이 상승했지만, '밤의 통치자'에서는 레벨을 올리면 그에 따라 캐릭터별로 정해진 스탯들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오르는 스탯은 캐릭터마다 고유합니다. 예를 들어 수호자는 생명력, 지구력, 근력 등 HP와 방어력, 스태미나 위주로 성장하는 반면, 은둔자는 정신력, 지력, 신비 등 마법 관련 능력치가 주로 상승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캐릭터의 성장을 특정 역할군으로 한정하는 요소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션제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캐릭터별 개성이 명확해지고, 시간제한 속에서 속도감 있는 플레이를 지향하는 만큼 레벨업 방식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한 셈입니다.
스탯이 아닌 레벨을 기준으로 성장함에 따라, 장비에 붙어 있던 능력치 제한도 사라졌습니다. 대신 등급별 레벨 제한이 생겨, 해당 레벨만 충족하면 어떤 무기든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게 변경되었습니다. 일단 능력치를 맞춘 후 어떤 식으로 스탯을 찍어야 최대 효율을 발휘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장비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장비 무게 시스템의 삭제입니다. 아무래도 방어력이 높은 판금 갑옷이나 공격력과 강인도를 깎는 데 특화된 대형/특대형 무기군의 경우 그만큼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거울수록 구르기 성능이 저하되거나 스태미나 회복률이 감소했으니 단순히 방어력이나 공격력이 높다고 무턱대고 껴선 곤란했죠.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장비 무게를 '보통' 수준으로 맞추곤 했습니다.
그러나 '밤의 통치자'에서는 이 무게 시스템이 사라짐으로써 전투가 원작에 비해 한층 경쾌해졌습니다. 대형 무기나 특대형 무기 특유의 느린 공격 속도는 여전하지만, 무게를 고려하여 장비를 선택해야 하는 고민 자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게임 플레이에 한층 속도감이 더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동과 관련된 변화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원작의 토렌트를 대체하는 요소로, 일반 달리기보다 훨씬 빠른 질주와 벽타기가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질주는 광활한 필드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물론, 보스전과 같은 전투 상황에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냅니다. 어지간한 거리는 순식간에 주파할 수 있으며, 보스와의 거리를 좁히거나 광역 공격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거리를 벌리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질주가 이동과 전투 양쪽 모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면, 벽타기는 순수한 이동 능력의 확장에 가깝습니다. 원작에서도 토렌트를 이용해 지형의 단차를 뛰어넘는 것이 가능했지만, 조작감이 썩 좋지 못했고 소환 가능한 장소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밤의 통치자'의 벽타기는 모든 면에서 상위 호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약간의 단차만 있다면 대부분의 벽을 기어오를 수 있으며, 조작감 또한 훨씬 직관적이고 부드러워졌습니다. 이러한 이동 시스템의 개선은 개발진이 속도감 넘치는 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복 플레이지만, 지겹지 않도록
매번 다른 전략과 변수를 창출하는 세션제
'밤의 통치자'에서 플레이어는 림벨드라는 한정된 무대를 배경으로 반복적인 세션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요소만 보면 자칫 게임이 금방 지루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수 있습니다. 몇 번의 플레이만으로도 최적의 파밍 루트가 파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발진도 이러한 점을 간과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밤의 통치자'는 매 세션마다 림벨드에 색다른 변화를 부여합니다.
물론 림벨드의 지형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형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그 위에 배치되는 필드 보스, 교회, 성채, 야영지 등 성장과 파밍을 위한 주요 거점들의 위치가 세션마다 무작위로 변경됩니다. 여기에 플레이어의 시작 위치 또한 매번 달라지기에, 세션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목표 지점은 어디인지, 조우할 필드 보스의 난이도는 어떨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일지, 단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긴박감이 이어집니다.
갱도나 마을과 같은 특수 지역은 이러한 동선에 또 다른 변수를 제공합니다. 성채나 야영지에서 보스를 처치하고 무작위로 등장하는 좋은 장비나 특전을 기대해야 한다면, 갱도에서는 단석을 획득하여 커먼(흰색) 등급 아이템을 언커먼(파란색)이나 레어(보라색) 등급으로 직접 강화할 수 있습니다.
무기에 부여된 전투 기술/마술이나 부가 효과는 마음에 들지만, 등급이 낮아 아쉬웠던 장비를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입니다. 운 좋게 마을이 떴다면 상인에게서 높은 등급의 무기나 탈리스만을 사는 것도 좋습니다. 필드에서 때때로 만나는 상인이지만, 마을에서는 더 좋은 장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밤의 통치자'는 다양한 성장 경로를 제시하며, 파티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전략적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효율적인 동선을 계획했다면, 다음은 파밍의 깊이에 대해 고민할 차례입니다. '밤의 통치자'에서의 파밍은 단순히 등급이 높거나 공격력이 강한, 혹은 좋은 전투 기술/마술이 붙은 장비를 얻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비에 부여된 다양한 부가 효과를 전략적으로 조합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고급 등급 이상의 장비 하단에는 사격 공격력 강화, 전투 기술 FP 소모량 감소, 마술/기도 시전 속도 증가, 마술/기도 공격력 상승과 같은 공격적 효과부터, 가드 성공 시 경감률 상승, 가드 카운터 강화 등 방어적 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부가 효과들이 무작위로 부여됩니다.
이러한 부가 효과는 캐릭터별 특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조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궁수인 매의 눈은 사격 관련 부가 효과를, 마술사인 은둔자는 마술/기도 관련 부가 효과를, 탱커인 수호자는 가드 관련 부가 효과를 우선적으로 파밍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캐릭터의 특성에 맞춰 이상적인 세팅을 완성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모든 부가 효과는 무작위로 결정되기에, 자칫 잘못하면 어중간한 능력치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파밍 과정 중에도 끊임없이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고, 원하는 부가 효과가 등장하지 않았을 경우 차선책은 무엇인지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때로는 캐릭터의 초기 콘셉트에 얽매이기보다, 우연히 획득한 강력한 전투 기술이 붙은 무기에 맞춰 유연하게 세팅을 변경하는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가령 '수호자'라고 해서 반드시 방어적인 역할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보스 처치 시 얻을 수 있는 잠재한 힘은 로그라이크 장르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반가울 만한 요소입니다. 무기, 특전 등 세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캐릭터를 한층 더 큰 폭으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해 경감률을 높여주는 부가 효과 위주로 장비를 구성한 상황에서 물리 경감률을 추가로 높여주는 특전을 선택함으로써 그 어떤 위협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잠재한 힘 시스템은 캐릭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전략적인 재미를 더해줍니다.
매번 달라지는 장비 배치와 부가 효과가 캐릭터 성장에 다양한 변수를 제공한다면, 지변과 습격은 세션 플레이 자체에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주입하여 반복 플레이에서 올 수 있는 단조로움을 효과적으로 타파하는 요소입니다.
지변은 밤의 왕을 처치한 이후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환경 변화입니다. 앞서 림벨드의 기본 지형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지변이 발생할 때만큼은 예외입니다. 림벨드 맵의 약 1/4 가량이 화구, 설산, 부패의 숲, 혹은 숨겨진 도읍 노크론/노크스텔라와 같은 네 가지 테마 중 하나로 급변하여 플레이어에게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모험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변화된 지역에서는 무기를 최고 등급인 레전드(노란색) 등급으로 강화할 기회를 얻거나, 강력한 버프 효과를 획득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단시간 내에 다수의 필드 보스를 상대하며 압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습격은 이러한 변주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필드를 탐험하는 동안 어떤 전조도 없이 강력한 보스가 갑자기 난입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반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단순히 이동 중일 때 습격당하는 것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며, 때로는 다른 필드 보스와 교전 중일 때 추가로 보스가 난입하여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난입하는 보스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착실하게 파밍을 마친 파티라 할지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전멸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함을 자랑합니다.
물론 이러한 난입이 플레이어에게 무조건적인 손해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위험에는 높은 보상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난입한 보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할 경우, 그만큼 강력하고 특별한 특전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끔찍한 흉조를 물리치고 획득할 수 있는 축복왕의 여광 특전은, 이후 다른 보스를 처치하고 새로운 축복을 발견할 때마다 공격력이 영구적으로 증가하는 파격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습격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짜릿한 역전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요소들이 세션마다 초기화되는 일시적인 성장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유물은 영구적인 성장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션을 끝마치고 원탁으로 복귀하면 플레이어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네 가지 색상으로 구분되는 유물과 영구 재화인 머크를 보상으로 얻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유물은 장비와는 별개의 요소로서 원탁에서 캐릭터에 장착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능력치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스탯 증가부터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템의 효과를 주변 아군에게도 공유하는 옵션이나 주위에 독이나 출혈 발생 시 공격력이 상승하는 옵션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개중에는 캐릭터의 스킬이나 아츠를 강화하는 옵션도 존재하죠. 영구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엔드 콘텐츠로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머크는 그런 플레이어들을 위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탁에서 유물을 사거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제스처를 살 수도 있고 무엇보다 캐릭터의 개성을 표출하는데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의상을 사는 것도 가능하죠. 유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반복 플레이에 또 다른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울라이크에 더해진 협동이라는 변주
느슨한 밍글에서 조금 더 발전한 멀티플레이
소울라이크에 멀티플레이 요소가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데몬즈 소울부터 다크소울 시리즈, 블러드본, 그리고 원작인 엘든 링에 이르기까지, 암령으로 침입한다든가 백령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도와준다든가 하는 식의 멀티플레이 요소는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다만, 대체로 단순한 면이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협력이라기보다는 각자 싸우는 난투에 가까운 형태였습니다.
그랬던 멀티플레이가 '밤의 통치자'에서는 좀 더 정교하게 바뀌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협동하도록 설계된 거죠. '밤의 통치자'는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활동을 파티원들과 함께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보스전의 기믹 설계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한 번에 여러 보스가 동시에 등장하거나, 일부 밤의 왕을 상대할 때는 파티원들이 힘을 합쳐 특정 기믹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1:1 전투가 아닌 3:1 전투를 상정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보이는 데 굉장히 도전적인 난이도와 함께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어서 '밤의 통치자'를 통해 엘든 링에 입문한 초심자든 소울라이크를 모두 섭렵한 살아있는 망자든 간에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개중에는 MMORPG에서의 보스 공략이 떠오르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특정 패턴에서 보스가 한 명의 플레이어를 명확히 타겟팅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앞서 언급한 끔찍한 흉조가 대표적으로 타겟팅된 플레이어에게 강력한 범위 참격을 날리기에 타겟팅이 됐다면 재빨리 거리를 벌리고 혼자서 그 공격을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스의 장판기를 외곽으로 빼내는 듯한 느낌으로 말이죠.
이러한 협동 요소는 단순히 함께 싸우는 것을 넘어, 파밍 과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보스를 처치하면 잠재한 힘이라고 해서 무기나 특전으로 구성된 세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했었는데요. 이 선택지는 플레이어마다 다르기에 특전이 안 뜨고 무기만 3개가 떴다면, 그리고 그 무기들이 자신에게 필요 없다면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기를 선택해서 나눠주는 식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캐릭터가 무뢰한인데 높은 등급의 지팡이나 성인이 뜬 상황에서 파티에 은둔자나 복수자 같은 마술/기도에 특화된 캐릭터가 있다면 아이템을 나눠줌으로써 파티 전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부활 시스템은 협동 플레이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밤의 통치자'에서는 우선 빈사 상태에 빠지고, 제한 시간 내에 아군이 구조해 주면 즉시 전투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횟수에 제한도 없죠. 이론적으로는 전멸하지만 않는다면 무한 부활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빈사 횟수가 누적될수록 부활에 필요한 시간이 점점 길어져 자칫 잘못하면 구해주려다가 되려 보스의 공격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부활이 가능하다고 해도 보스의 패턴이고 뭐고 신경 쓰지 않고 싸워선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개성 넘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역시 협동의 재미를 더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외형부터 어빌리티, 스킬, 아츠에 이르기까지 특징이 명확할뿐더러 주는 재미도 달라서 반복 플레이를 기반으로 함에도 쉽게 질리지 않도록 합니다.
특정 캐릭터를 파고드는 재미도 재미지만, 이를 어떻게 조합할지 역시 하나의 재미 요소입니다. 탱딜힐 역할군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게 아닌 만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죠. 레이디와 은둔자, 복수자처럼 맷집이 약한 대신 주문/기도, 그리고 서로의 기술과 아츠를 통해 폭발적인 딜링이 가능한 조합부터 추적자나 수호자, 무뢰한, 집행자 등 근딜 캐릭터 조합까지 다양한 조합이 매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 결과, 모든 밤의 왕을 격파하고, 다양한 의상을 수집하며, '저널'을 통해 각 캐릭터별 개인 스토리 및 퀘스트를 완료하는 과정까지 모두 즐기다 보면 수십 시간은 훌쩍 넘기는 플레이 타임을 보장합니다. 여기에 엔드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유물 파밍까지 더해져 준종결급 유물을 파밍한다고 하면 100시간도 이상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밤의 통치자'는 이러한 협동 요소를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딱 적당한 수준으로 잘 채워 넣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엘든 링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 예상치 못할 정도로 말이죠.
장점만큼이나 명확한 단점들
솔플의 한계, 단조로운 맵, 성장의 정형화
세상에 완벽한 게임은 없는 법이죠. '밤의 통치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출시 전부터 커뮤니티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솔로플레이 가능 여부였죠. 일단 답하자면,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잡몹을 상대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보스전은 얘기가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기에 다수의 보스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이때 사망하면 빈사 상태 없이 즉시 임무 실패로 이어집니다. 굉장히 어렵고 재미도 없으니 망자 중에서도 망자인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굳이 도전할 필요도 이유도 없습니다.
게임의 주무대가 림벨드밖에 없다는 점과 개성 넘치는 다양한 밤의 왕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보스룸이 하나뿐이라는 점 역시 못내 아쉬웠습니다. 원작인 엘든 링에서는 수많은 지역들이 존재했습니다. 장엄한 도읍 로데일부터 지하임에도 밤하늘이 펼쳐진 경이로운 시프라 강, 환상적인 풍광의 파름 아즈라, 그리고 DLC에 등장하는 탑의 도시 벨라트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고 인상적인 지역들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밤의 통치자'는 이러한 원작의 강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모습입니다. 앞서 언급한 지변을 통해 약간의 환경적 변주를 시도했지만, 기본적인 지형 구조와 탐험의 깊이 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반복 플레이 시 단조로움을 느끼기 쉬웠습니다.
로그라이크 게임임에도 정형화된 빌드, 성장 패턴 역시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냈습니다. 앞서 잠재한 힘을 통해 특전을 선택하거나 장비에 붙은 부가 효과를 통해 캐릭터를 빌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대체로 정해진 범위 내에서 강해지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사기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특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설 무기를 먹는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었죠. 이로 인해 여러 번 세션을 반복하더라도 플레이 방식과 흐름, 그리고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빌드가 매번 유사해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차지 공격 강화 특전이나 부가 효과가 붙은 장비들을 집중적으로 파밍하여 느리지만 압도적인 한방을 지닌 차지 빌드를 만든다거나, 혹은 피흡 시너지를 발휘하도록 해서 맞으면서 싸워도 피가 차는 흡혈 빌드를 만드는 식의 소위 뽕맛이 느껴지는 극단적이거나 특색 있는 빌드를 구축하는 재미가 부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밤의 통치자'는 잘 만든 게임이다
관건은 라이브 서비스에 달렸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밤의 통치자'는 분명 잘 만들어진,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원작인 엘든 링이 지닌 방대한 세계의 자유도와 깊이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짧고 굵게 즐기는 세션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전투 경험은 원작과는 확연히 다른 종류의 강렬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러한 압축적인 경험이 원작을 능가한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밤의 통치자'가 지닌 확장 가능성으로 이어집니다.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가 부족하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문제겠지만, '밤의 통치자'의 핵심 골격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앞서 지적했던 무대가 림벨드로 한정된다는 점, 보스룸의 다양성 부족, 그리고 다소 정형화된 성장 패턴 등은 향후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충분히 개선되고 확장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마치 몬스터 헌터 시리즈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몬스터와 콘텐츠를 추가하며 생명력을 이어 나가는 것처럼, '밤의 통치자' 역시 그러한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밤의 통치자'는 원작과는 다른 재미로 무장한 게임으로서 원작의 광활한 모험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빠른 템포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파티원과의 긴밀한 협동 플레이, 그리고 매번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게 만드는 로그라이크의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찾고자 한다면, '밤의 통치자'가 바로 그런 게임이라고 확신합니다.
매력적인 8인8색의 캐릭터들
빠른 이동, 전투, 고민 모든 게 재미있다
난장판이 아닌, 제대로 만든 협동 시스템
림벨드, 보스룸의 다양성 부재
성장의 정형화, 옅은 행운 요소
솔로는 비추, 어렵고 재미도 없다
웹진 인벤 윤홍만 기자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