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3월, T1 조 마쉬 CEO의 선수 선발 개입 논란은 e스포츠 역사에도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구단 CEO가 선수 선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늘상 비판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조 마쉬 CEO처럼 공식 SNS를 통해 이를 직접 밝힌 경우는 유례가 없었다. 이는 단순히 선수 기용 문제를 넘어 스포츠의 근간인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고, CEO의 독단이 팀 운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 사건은 T1의 의사결정 과정과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e스포츠 팬덤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 발생 후 수많은 팬과 언론 매체들은 조 마쉬 CEO와 T1 구단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T1 팬덤은 트럭 시위까지 불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조 마쉬 CEO와 T1은 이 모든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처럼 상황이 엄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두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T1은 정규 시즌을 치르며 경기력이 안정화되었고, 주전 로스터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며 사태가 수습되는 듯했다.
그러자 논란의 중심이었던 조 마쉬 CEO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등장했다. 그는 2025년 5월 29일, 프랑스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1시간 30분가량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시 공식적인 발언을 시작했다. 사태가 안정화되었다고 판단하자, 그동안 팬과 언론의 간절한 요청은 모두 무시했던 것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팬들은 그의 이런 행보를 보며 "불리할 땐 사라지고, 유리해지니 다시 나타나는 CEO"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T1은 단순히 특정 팀이 아니다. 2023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 선정 기준으로 약 2,900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e스포츠 구단 중 하나이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와 위상을 가진 구단이라면, 마땅히 팬들을 향한 대응과 언론과의 소통에서도 그에 걸맞은 품격과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조 마쉬 CEO의 이번 행동은 그 규모와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팬들의 비판을 두 달 넘게 외면하고, 구독자 500명 미만의 해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먼저 입을 연 것은 세계 최고 구단이라는 T1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다. 리더의 권위와 책임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불리하면 사라지고 유리하면 등장하는 CEO를 존중해 줄 팬들은 없다. T1이 진정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팬심을 외면하는 불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소통과 책임감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웹진 인벤 김병호 기자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