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에서 31일 시작한 닌텐도 스위치2의 국내 체험회장을 가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이게 그저 6월 5일 정식 출시 전, 드디어 기기를 만져보게 된다는 그런 막연한 기대감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 4월 초 일찌감치 다녀온 뉴욕 기자 체험회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닌텐도 스위치2를 플레이 해봤고, 기기 개발자도 만나고, 게임도 시연 빌드라면 그 내용이 다 떠오를 정도로 충분하게 즐겼을 정도다. (그 부분은 미리 전했던 아래 관련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체험 행사를 한국에서 즐긴다는 건 분명 다른 기분이다. 닌텐도를 오래 사랑해온 팬들은 알 거다. 한국에서 닌텐도 팬하기 쉽지 않았다는 거. 하지만 이제는 분명 달라졌다. 그 다름을 이번 체험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닌텐도는 한국닌텐도 설립과 함께 닌텐도 DS Lite의 정식 출시를 이끌었다. 당시 TV에는 유명 배우들이 광고에 나와 DS를 펴들어 문제를 풀고, 동물들과 함께 마을을 꾸몄다. 분명 단순한 게임기였을지 모르지만, 가족 중심의 게임기라는 포지션에 몽글몽글한 감성의 광고, 폭넓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판매 전략은 충분히 먹혀들었다.
닌텐도라는 회사가, 게임이 기존 게임 팬들을 넘어 보다 많은 이들에게 퍼졌다. DS Lite에 이어 Wii까지 뒤늦었지만 정식 출시가 이루어지고 소프트 한국어화도 전개됐다. 패미컴-슈퍼 패미컴 세대를 넘어, 경쟁 콘솔보다 국내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던 이후 거치 콘솔을 넘어, 새로운 닌텐도 세대가 국내에도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기껏 만들어진 토양에 팬이라는 씨앗이 심어졌지만, 정작 충분한 비가 내리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Wii 소프트 발매 소식, 사그라들지 않는 불법 복제 등 닌텐도의 실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Wii의 후속기기인 Wii U가 국내에 정식 발매조차 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꽤 긴 암흑기를 생각하면 오늘 킨텍스에서 열린 체험회는 분명 달라진 한국에서의 닌텐도를 떠올릴 만하다. 아니 달라진 걸 넘어, 가장 활발하게 피어오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언제 닌텐도가 한국에서 이렇게 큰 행사를 했었던가.
이번 행사는 킨텍스 한 홀을 빌려 성대하게 진행됐다. 비록 홀의 1/3 정도는 유저 대기 구간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2/3 정도에 행사장을 꾸렸지만, 이것만으로도 미국에서의 닌텐도 스위치2 체험 때보다 훨씬 더 큰 규모라는 건 분명했다.
시연 기기도 예상 이상으로 넉넉하게 준비됐고,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부터 스태프들의 플레이 안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등 마치 글로벌 대형 게임쇼에서 닌텐도 체험관만 따로 분리해 크게 준비한 것 같은 느낌이다.
킨텍스로 향할 때까지는 이미 다 즐겼던 시연 빌드를 굳이 다시 즐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만에 퀄리티를 크게 끌어올린 게임들이 다수 눈에 들어왔다.
플레이 당시에도 스팀 덱보다는 나은 것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던 '사이버펑크2077'은 1080p 해상도에 30프레임을 목표로 하는 퀄리티 모드에서 이전과는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자글자글하던 화면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명해지고, 프레임도 안정적이었다. CDPR의 직원 말에 따르면 꾸준히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고, 이번에 공개된 시연 버전도 지난 번보다는 나아졌지만, 수주 전의 빌드라고 전했다. 정식 출시 버전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말이었다.
또 스위치2 에디션으로 재정비된 젤다의 전설, 새롭게 출시되는 마리오 카트 월드와 동키콩 바난자 같은 퍼스트 파티 게임은 훨씬 깔끔해진 화면과 함께 즐길 수 있다. OLED에 대한 아쉬움은 줄곧 나오고 있지만, 닌텐도 스위치2의 LCD 화면은 분명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준다. 여기에 마우스 조작의 편리함은 메트로이드 프라임4, 문명7 같은 다양한 게임에서 활용 가능성을 남기며 정식 발매일을 기대하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체험을 마치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게 정식 발매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Wii U를 잇는 게임기이자, 거치형과 휴대용 기기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콘솔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첫 닌텐도 스위치를 구한 건 독일 출장에 맞춰 들렀던 게임스탑이었다. 닌텐도 스위치의 공식 출시 당시 한국에서는 정식 발매 유무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 다르다. 글로벌 출시에 맞춰 함께 출시되어 국내에서도 닌텐도 스위치2를 즐길 수 있다. 다수의 한국어화 타이틀이 런칭 타이틀에 포함되고, 그걸 기념해 이렇게 많은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회까지 열렸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2의 다양한 라인업은 여타 플랫폼 체험회에서는 볼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용과 같이0나 사이버펑크2077처럼 성인 플레이어를 위한 타이틀도 준비됐고,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들 역시 다양하게 마련됐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체험회에 참가하는 팬도 많았고, 아이들이 게임한다고 걱정할 필요 없으니 혼자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도록 멀리서 지켜보는 부모도 있었다. 때로는 엄마, 아빠가 더 신나게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마치 온 가족의 축제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쇼 같은 분위기의 체험행사. 닌텐도라는 이름으로 이렇게 크게 열릴 때를 한창 힘들 때는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
물론 이런 모습은 닌텐도 스위치와 동물의 숲처럼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게임의 커다란 흥행 덕일 수 있다. 혹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집중됐던 게임 시장에 콘솔이라는 이름이 서서히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국에서의 닌텐도는 분명히 확장하고 있다. 부디 이 성장이, 오늘이 과거 그랬듯 가라앉고 떠오르는 부침(浮沈)이 아니라, 꾸준한 우상향 그래프의 한가운데이길 바란다. 닌텐도 팬으로서도,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싶은 게이머로서 바라는 바다.
웹진 인벤 강승진 기자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