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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터의 근본, 깃발 뺏기를 다시 위대하게 - '라스트 플래그'

 

요즘이야 그 자취를 찾기 힘들지만, 상대 진영의 깃발을 뺏어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오는 '깃발 뺏기(Capture the Flag)'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아주 유행했던 멀티플레이 모드였습니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20세기 초반부터 북미권 군대에서 훈련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고, 이후 보이스카우트들이 들판에 나가 즐기던 레크레이션 종목으로 발전하기도 했죠.

 

승패에 대한 명확한 규칙, 깃발을 뺏고 수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두뇌 싸움은 게임으로 구현하기 최적의 소재였고, 특히 FPS같은 슈터 장르와는 찰떡궁합이었습니다. '퀘이크'를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들이 저마다 깃발 뺏기 모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죠.

 

그런 맥락에서, 신생 게임 개발사 나이트 스트리트 게임즈가 이번 서머 게임 페스트를 통해 발표한 '라스트 플래그'는 아주 오랜만에 '깃발 뺏기'에 진심을 담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유서 깊은 근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깃발 뺏기'에 어떤 방식으로 신선함을 불어넣을 계획인지, 개발자들과 함께 한 단독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게임의 첫인상을 살펴봤습니다.

 

 

'이매진 드래곤스' 리드 보컬 형제가 만드는 진짜 깃발 뺏기?

 

본격적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나이트 스트리트 게임즈'는 신생 게임 개발사 치고는 굉장히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회사입니다.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챔스) 주제가로 유명한 록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의 리드 보컬인 댄 레이놀즈와 그의 형 맥 레이놀즈가 설립한 게임 개발사란 점부터 아주 독특하죠.

 

지난 GDC에서 만난 맥 레이놀즈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와 댄은 어려서 보이스카우트를 하며 수 많은 시간을 '깃발 뺏기'에 보냈다고 합니다. 더 자라면서는 형제 사이에서 온라인 게임을 빼놓을 수가 없었고요.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들불처럼 번지던 깃발 뺏기 게임을 플레이하던 형제는 모두 '진짜(깃발 뺏기의) 맛이 안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가장 재미있는 모습의 '깃발 뺏기'를 만들기 위해 게임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맥 레이놀즈는 "게임 개발에 열정을 가진 인원들을 집중적으로 팀을 구성했다"고 전하는 한 편, 이매진 드래곤즈를 모르는 사람일수록 가산점(?)을 줬다고 농담 삼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구독자가 3,270만 명에, 뮤직비디오마다 억대 조회수를 달성하는 이 밴드를 모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게임 개발에 진심인 이들을 모으고 싶었다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 이매진 드래곤스 + 전직 블리자드 개발자라는 신기한 조합이라니

 

그렇게 모인 개발자들 중에는 역시나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전직 블리자드 개발자는 물론이고, 넥슨과 엔씨소프트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푸른 눈의 개발자까지 모여 팀이 구성됐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오늘도 '라스트 플래그'를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이제 막 게임을 공개한 지금, 나이트 스트리트 게임즈는 올해 내에 '라스트 플래그'의 알파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깃발을 숨기는 것부터 시작! '라스트 플래그' 게임플레이

 

이번 플레이테스트가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내부 테스트 빌드였던 만큼, 아직 '라스트 플래그'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멉니다. 하지만, 몇 판 정도 플레이해 본 뒤 느낀 제 감상은 아주 직관적이며, 규칙이 명확하고, 무엇보다 몰입도가 굉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게임의 규칙은 정통적인 깃발 뺏기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의 깃발을 가져 와, 우리 거점에 꽂고 일정 시간을 지키면 승리하는 것이죠. 평생 깃발 뺏기를 한 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조차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규칙이죠.

 

하지만, '라스트 플래그'는 정통적인 깃발 뺏기의 규칙을 바꾸기보다는, 그 깊이를 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게임에는 전통적인 장르에서는 보지 못한 요소들이 더해졌는데, 그 요소들이 특유의 직관성을 해치지는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라스트 플래그'에서 볼 수 있는 게임플레이 특징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게임 시작 1분동안 맵에 깃발을 숨겨야 합니다

 

1. 직접 깃발을 숨길 곳을 정할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캐릭터 선택 단계에서는 팀원 중 누군가 깃발을 숨길 것인지 정할 수 있습니다. 깃발 숨기기를 원하는 사람은 자원하기 버튼을 누를 수 있고,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면 무작위로 깃발을 숨길 사람이 정해지죠.

 

이후 게임이 시작되면, 1분 동안 맵 어딘가에 깃발을 숨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미니맵 기준 팀이 위치한 절반 정도가 '우리'의 구역이고, 그 안에서는 어디에나 깃발을 배치할 수 있죠. 깊은 동굴 속, 나무 뒤, 심지어 잘 올라가기 힘든 집의 지붕 꼭대기까지, 창의성을 발휘해 깃발을 숨기면 됩니다.

 

그간 여러 게임에서 선보인 '깃발 뺏기' 모드는 주로 상대방의 본진에 깃발이 고정돼 있고, 이를 빼앗기 위한 '전투'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플래그'는 깃발을 숨기는 과정을 하나 더 추가한 것 만으로 '탐색'이라는 요소를 강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맵이 생각보다 상당히 넓기 때문에, 우왕좌왕하다 보면 깃발을 숨길 시간이 허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깃발을 숨기지 못하면, 이미 정해져 있는 숨김 스팟 중 무작위에 배치된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넓은 맵에 숨은 깃발을 직접 돌아다니며 찾는 것은, 가능은 하지만 매우 고된 작업입니다. 이를 도와주는 시스템으로서, 게임은 맵 중앙에 위치한 세 개의 '레이더 타워'를 활용합니다.

 

▲ 상대 팀 깃발 위치를 찾아주는 레이더 타워

 

2. 거점(레이더 타워)을 점령해 상대방의 깃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레이더 타워는 일반적인 팀 기반 슈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점령전'의 규칙을 따릅니다. 타워를 차지하면 주변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도 있고, 사망 시 다시 해당 타워로 곧장 이동할 수 있는 튜브를 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레이더 타워의 특징은 타워를 점령하고 있을수록 상대 진영의 깃발 위치가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점령된 타워는 일정 시간마다 레이더 파장을 상대 지역으로 보내며, 이 때 미니맵을 보게 되면 깃발이 없는 공간의 타일이 하나씩 색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색이 채워진 구역 안에는 깃발이 없으니, 그만큼 탐색할 곳을 천천히 좁혀나갈 수 있겠죠?

 

또, 맵 중앙에 세 개의 레이더 타워가 있는 이유도 명확합니다. 미니맵을 기준으로, 각 타워는 직선 상 3x5 개의 칸을 수색하는 파장을 발사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팀이 C 타워 근처에 깃발을 숨겼다면, 상대방 팀이 A 타워를 점령하고 있어도 이를 감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됩니다.

 

▲ 레이더 타워를 점령하면, 이런 식으로 상대 지역 일부를 소거해 줍니다

 

3. 맵 중간에 위치하는 캐시봇(귀엽다)

 

그 외에도, 필드에는 귀엽게 생긴 '캐시봇'들이 존재합니다. 미니맵에서도 아이콘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놓칠 일이 없는 npc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을 쓰러뜨릴 경우 모든 팀원에게 자금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자금은 각 캐릭터의 스킬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쓰이는 만큼, 캐시봇을 처치하는 것도 꽤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MOBA 장르에서 일부 차용해 온 시스템으로 보이며, 상대 팀보다 빠르게 캐시를 모아 강력한 화력을 준비하는 등의 전략도 가능해 보입니다.

 

게임 시작 직후 깃발을 숨기는 1분 동안, 깃발을 가지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필드를 돌아다니며 캐시봇을 사냥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더 높은 스킬 레벨로 초반부를 시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캐시봇을 잡아 얻는 재화는 스킬 업그레이드에 사용!

 

4. 역할 분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5vs5 멀티플레이

 

위에서 열거한 대로, '라스트 플래그'는 핵심인 깃발 뺏기를 중심으로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요소들을 필드 위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거기에 맵 규모 자체가 깃발을 곳곳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큰 편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다섯 명의 팀 플레이어들의 협동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세우는 것 뿐 아니라 인원 분배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레이더 타워를 점령하는 데 몇 명의 인원이 들어갈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고, 팀원들이 거점을 점령하는 동안 캐시봇을 사냥해 팀에 기여하는 것도 가능하죠. 때로는 '해리포터'의 퀴디치 속 수색꾼마냥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숨어들어 깃발만 찾아오는 영웅이 되어볼 수도 있습니다.

 

▲ 깃발 찾고, 거점에서 싸우고... 각자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같은 역할만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전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언제나 우리 팀이 유리한 상황을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우리 팀 깃발의 위치를 점점 좁혀온다면, 그만큼 깃발을 수비하는 역할로 빠지는 플레이어 또한 필요합니다. 완전한 수비에 집중할지, 아니면 그 사이에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상대 지역을 뒤져볼지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전략에 따라 달렸습니다.

 

이처럼, '라스트 플래그'의 역할 분담은 게임이 진행 상황에 따라 매우 유기적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 또한 어느 때보다 중요했습니다. 핑을 찍거나 하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모양이었지만, 음성 채팅이 없이는 원활한 의사 소통이 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되기는 하더라고요.

 

 

5. 어느 한 쪽이 깃발을 찾을 경우 시작되는 총력전

 

이렇게 필드에서 대치하고, 깃발의 위치를 찾는 전투가 계속되다 보면, 결국에는 어느 한 쪽의 깃발이 상대에게 노출되는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는 게임의 흐름이 분명하게 바뀌죠. 이때부터는 상대가 깃발을 기지에 가져갈 수 없도록 방어하는, 그야말로 '총력전'의 형태로 이어집니다.

 

상대의 지역(미니맵 기준 절반 위쪽)에서 깃발을 획득할 경우, 상대 팀에게는 깃발이 탈취되었다는 메시지가 가게 되며, 이를 본 상대 플레이어들은 깃발을 회수하기 위해 일제히 깃발을 든 플레이어를 좇게 됩니다. 하지만, 미니맵 상에서는 깃발의 위치가 보이지 않기에 여기에서조차 수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맵 중앙 경계선을 건너오고 나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팀 깃발이 우리 팀 지역에 들어오면 미니맵에 그 위치가 특정되기 때문이죠. 모든 상대 팀 플레이어들은 이제 깃발의 위치를 정확히 볼 수 있고, 깃발을 기지에 가져다 놓기 위해서는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깃발을 다시 회수하려는 적의 공세를 운 좋게 물리쳤다면, 기지에 깃발을 둔 뒤 1분 동안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그 1분 안에 다시 깃발을 회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진정한 의미의 '한타'가 발생하며, 그간 아껴 온 궁극기가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1분동안 깃발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면 게임은 종료되며, 상대 팀이 깃발을 회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또 다시 총력전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하나 알아둘 것은, 우리 팀 깃발이 빼앗긴 상황에서는 상대 팀 깃발을 기지로 가져온다고 해서 깃발을 '꽂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두 팀이 동시에 상대의 깃발을 꽂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으며, 어떻게든 아군의 깃발을 사수하고, 상대의 깃발을 꽂는 것만이 승리로 가는 열쇠가 됩니다.

 

 

라스트 플래그 기대 포인트: '근본' 모드에서 느껴지는 탄탄함

 

그저 개발자들과 한 데 뒤섞여 한 시간 정도밖에 즐기지 못한 플레이테스트였지만, '라스트 플래그'는 개발 단계 빌드에서부터 플레이어를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군데군데 엉성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정말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이러한 몰입감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은 빌드에서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의 규칙이 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막 클라이언트를 설치한 외부인을 흥분시킬 정도로 대부분의 요소가 알기 쉽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라스트 플래그'는 깃발 뺏기라는 조금은 오래 된 규칙에 영웅들의 스킬이 빛나는 5vs5 슈터를 얹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거점 점령같이 전 세계 게이머에게 익숙한 규칙들을 추가해 누가 봐도 어떤 전황이 어떤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개발 빌드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즐겨운 경험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깃발을 숨기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요소였습니다. 올해 내로 알파 테스트가 시작된다면, 정말 기상천외한 곳에 깃발을 숨기는 여러 게이머들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국내에서는 최초로 소개해 드리는 '라스트 플래그'의 게임플레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관심이 있는 게이머라면 아래 스팀 페이지를 통해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한국인 캐릭터, '신수진' 씨도 나오는 라스트 플래그

웹진 인벤김규만 기자
2025-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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