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20년간의 스토리, 그다음을 쓰는 법 - '마비노기' 26&27번째 메인 시나리오 포스트모템 강연자 : 전유진 - 넥슨코리아 / NEXON KOREA 발표분야 : 게임기획 권장 대상 : 기획자, 시나리오/퀘스트 기획 지망생 관심태그 : #라이브서비스 #시나리오 #스토리
[🚨 강연 주제] '마비노기'의 신규 메인 스토리인 G26 [운명의 바람]과 G27 [안락의 정원]을 작업하며 겪은 시나리오 기획자의 시행착오를 회고합니다. 라이브 서비스이기에 부딪힌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해결을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지를 공유합니다.
약 6년 만에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재개한 NDC 2025의 마지막 날,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 시나리오를 담당하고 있는 전유진 기획자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끝없는 업데이트 속에서도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시행착오와 교훈을 공개했다. 지난해로 20주년을 맞은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을 사례로, 전유진 기획자는 방대한 세계관과 플레이어의 높은 이해도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한 딜레마와 해결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 본 강연은 마비노기 메인스트림 G26, G27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마비노기, 20년 간의 이야기 - 그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마비노기' 스토리의 매력
본격적인 강연을 시작하며, 전유진 시나리오 기획자는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 구조와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들리세요?" 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여신강림(G1)'부터, 마비노기의 이야기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내려왔다. 밀레시안이라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에린이라는 세계에서 겪는 이야기는 하나의 챕터를 '제너레이션(G)'라는 이름으로 업데이트 됐다. 전유진 기획자는 G25부터 본격적으로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 시나리오 작업을 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이야기가 흘러오면서, '마비노기' 메인스트림은 방대한 규모를 가지게 됐다. 그에 따르면 현재 마비노기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만 400여 종이 존재한다. 하나의 게임으로서는 그 숫자가 굉장한 편이다.
그렇다면, '마비노기'의 메인스트림이 게이머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전유진 기획자는 이 성공 요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마비노기는 '켈트 신화'라는, 차별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티르 나 노이 같은 소재는 원전의 신화적인 상징을 이해하면 더욱 깊이 즐길 수 있는 몰입감과 깊이감을 전달한다. 또한, 풍부한 캐릭터들이 주인공 캐릭터인 '밀레시안'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는 시나리오의 몰입감을 들었다. 최근 메인스트림은 밀레시안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며, 플레이어가 가상의 세계에서 점차 중요한 존재로 거듭나는 구조다. 여기에 이스터에그와 같은 디테일이 추가되며 세계에 생동감을 구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G26 '운명의 바람' - 시행착오와 실패, 라이브 서비스의 딜레마
이어 전유진 기획자는 메인스트림 G26 작업 과정을 공유하며 이후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새 메인스트림을 맡으면서, 앞서 언급한 마비노기의 기존 성공 요인에 충실하고자 했다"며, "첫째로는 세계관에 맞게, 그리고 둘째로는 기존과 다른 점을 추가해 메인스트림을 완성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각도로 시나리오를 작업해 나갔다. 켈트 신화라는 배경 아래에서, 기존의 서사를 흡수하는 식으로 시놉시스를 작성했고, 전쟁에서 패배해나 피르보르 족의 후예라는 설정으로 신규 캐릭터 '델가'를 등장시켰다. 기존 설정을 활용해 캐릭터의 깊이감을 만드려는 시도였다.
또한, 플레이어가 중심으로 신이 아닌 '인간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서술 방식을 유지하고, 중간중간 '델가'를 직접 플레이하며 캐릭터의 능력과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 더해, 톨비쉬 같은 기존 메인스트림 캐릭터를 배치해 이전 메인스트림에 대한 존중을 표시하기도 했다.
차별화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피르보르 족과 같이 그간 조명받지 않은 종족을 소재로 삼아 기존과 다른 이야기를 짜려고 한 것. '델가'가 메인스트림을 통해 주인공 밀레시안과 대립하도록 하며 그 몰입감을 유도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나리오를 시작한 이용자 중 절반이 이탈한 것. 거기에 시간이 갈수록 점점 퀘스트 완료 수가 줄어드는 그래프는 플레이어의 흥미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근거로 남았다. 커뮤니티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했는데, 요약하자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유진 기획자는 G26의 실패를 분석하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스토리가 갖는 세 가지 딜레마를 다음과 같이 도출했다.
◎ 플레이어의 높은 시나리오 이해도 : 20년간 이어진 스토리를 접해 온 플레이어는 세계관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로 신규 메인스트림이 추가되어도, 이들은 기존 서사를 바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를 무시하고 새로운 스토리를 녹여낼 경우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 반전 소재 고갈 : 설정과 서사는 정보다. 20년 씩이나 이야기의 정보가 공개된 만큼, 이러한 서사에서 충격적인 반전으로 사용할 소재가 극히 부족해진다.
◎ 주인공 캐릭터의 파워 인플레이션 : 오랜 시간 동안 세계의 위협과 마주해 온 밀레시안은 그동안 강력한 적들과 모두 싸워 승리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위기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특히, 그동안 수업이 크고 무서운 괴물과 싸워 온 밀레시안이 소녀 '델가'를 위협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어 그는 G26 시나리오의 실패의 핵심 원인을 '다르게'라는 목표에 지나지게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과 다르게라는 목표에 집중하다보니 '재미'라는 기본 목표가 흔들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나리오는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기존 서사와 늘 비교당하고, 재미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회상했다.
■ G27 '안락의 정원' - 라이브 서비스 실레마를 해결할 수 있었던 방법은?
이어지는 메인스트림인 G27 '안락의 정원', 전유직 기획자는 지난 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접근법을 바꿨다. 이전과 '다르게'라는 목표로 갇히지 않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먼저 고민했다. G27 또한 신이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이번에는 낯선 인형 도시를 중심 소재로 삼았다.
그가 지난 경험을 통해 도출한 '라이브 서비스의 세 가지 딜레마'는 이번 메인스트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 구체적인 해결책으로서 전유진 기획자는 다음과 같은 접근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플레이어의 높은 시나리오 이해도'를 이번 메인스트림에서 유리한 요소로 활용하기 위해, 그는 플레이어가 '마비노기'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면, 메인스트림에 등장하는 자이언트 종족 캐릭터 '페타크'는 자신의 고향이 "따뜻한 발레스"라고 언급한다. 마비노기를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다면 발레스는 전혀 따뜻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간 스토리를 모두 숙지하고 따라온 이라면 발레스의 기후가 신의 저주로 인해 바뀌었다는 설정도 꿰뚫고 있을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플레이어들이 페타크가 '고대에 이미 사망한 존재'라는 것을 추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전 소재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나리오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은, 버려진 신들의 도시 '무리아스'를 무대로 삼았다. 페타크와 같이 고대에 사망한 자들이 인형처럼 살고 있는 도시로, 전에 볼 수 없던 신선한 서사를 연출했다. 무리아스의 주민들이 기억을 잃어가는 이유, 버려진 신들의 도시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이유 같은 의문을 던지며 독립적인 기승전결을 구성하기로 했다.
플레이어의 파워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색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이미 인간계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는 밀레시안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포지션이 필요했던 것이다. 페타크는 게임 속 세계에서 이미 유명하진 밀레시안을 사칭하는 인물로, 플레이어의 사회적 인정을 이용하는 독특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밖에도 G27에서는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반영되었고, 그 핵심은 모두 기존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주인공을 사칭하는 존재에 의해 기존의 인상 깊은 장면 속 플레이어의 모습이 모두 페타크로 변하는 연출은 많은 게이머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다.
■ 그래도 업데이트는 계속된다 - "그리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전유진 기획자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 G27의 성과는 이전과 달리 성공적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첫 번째 퀘스트를 완료한 플레이어 중 80% 가까이가 마지막까지 퀘스트를 완수했는데, G26당시 59%와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였다. 대사 수 31만 장, 캐릭터 대사 녹음 8시간으로 그 분량이 늘었음에도, 허들 요소를 줄여 더 많은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커뮤니티의 이용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특히 신규 캐릭터의 서사와 함께, 주인공을 사칭하는 페타크에 대한 반응도 매우 흥미로웠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그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기존 서사를 잘 파악하고, 플레이어가 이미 아는 지식을 비틀면 더욱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너무 '다르게' 하는 것에 갇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를 설정하고, 이야기의 완성도를 우선하는 것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G27을 통해 '신의 한 수'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업데이트는 끝나지 않는다. 이번에 신의 한 수를 뒀다는 것은, 어쩌면 그 이후에 새로운 돌을 둘 자리를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며, "하지만, 지금가지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답을 찾았듯, 앞으로도 우리는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의 고민과 배움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웹진 인벤 김규만 기자
2025-06-26